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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왜 글을 쓰는가 물으면 “밥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쓴다”라고 명확하게 대답한다. 이 시대의 이야기꾼치고는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어서 도리어 이 작가의 이념적 성향을 의심하게 된다.
그의 출세작 <칼의 노래>가 알려지기 전, 그는 이미 극소수의 작품만으로 많은 독자팬을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서 소개하는 <칼의 노래>를 포함한 네 편의 작품은 기존의 우리 독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문체와 기법을 구사하는 작품들이다.
<풍경과 상처>는 김훈이 오래 전에 쓴 여행기이다. 초판이 나온 지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대단하다. 최근에 우후죽순처럼 많은 여행기들이 시대적 조류를 틈타 많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개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풍경과 상처>는 이런 종류와는 확연히 다른 여행기이다. 인간의 원시적이고 시원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그의 표현은 마치 풍경의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풍경의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훈의 눈을 통해 새로운 풍경이 우리에게 펼쳐진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그의 글을 보려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말라>는 일종의 사회평론, 정치평론서이다. 사회 여러 곳의 상처를 그의 화려한 문체로 다시 곳곳에서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 작품이다. 너무 적나라하고 때론 아름다워서 자칫 내용보다 형식에 치우칠 위험이 있지만, 그래도 그가 한때 잘나가는 기자였다는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정치적 색깔이나 삶의 신념 등을 직접적으로 알려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화장>은 2004년 이상 문학 수상작이다. 그의 소설가적 면모를 여실히 인정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음이의어가 만들어 내는 언어의 미묘한 상황을 잘 드러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죽음과 삶, 그리고 젊음과 늚음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 우리 삶의 근원적 욕망과 허무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전작들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편소설로서 작품의 구성이나 표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칼의 노래>는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으로 그의 출세작이라 할 만하다. 성웅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통해 기존 영웅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창작을 시도한 작품이다. 이는 곧 역사에 대한 시각의 새로운 전환과 맥을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시대에 진정한 영웅은 없다. 아니 우리는 영웅이 만들어 질 수 없는 해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성웅 이순신도 시대가 나은 불우한 영웅이었으며, 그가 이 시대에 태어난다 해도 역시 그의 모습은 그 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훈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지나치게 아름다워 때로는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지나치게 아름답고 현학적이기 때문에 때론 많은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현학 속에 그는 이 시대의 고난과 고충을 직설적으로 쏟아낸다. 그렇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이 시대는 한 순간의 앞도 내다보니 힘든 회색의 사각지대이다. 김훈은 이런 회색지대에 감히 발가벗고 힘차게 달려드는 돈키호테 같은 작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매력 있고, 때론 무모할 정도의 용기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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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문학동네(2012)
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문학사상사(2004)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김훈 지음, 생각의나무(2002)
풍경과 상처 - 김훈 기행산문집
김훈 지음, 문학동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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