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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령 대표.
ⓒ 오마이TV 김도균
"여지껏 경찰도, 성구매 남성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범죄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아왔다."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 중 하나인 하월곡동의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 구조 및 지원 활동을 하고있는 김미령 자립지지공동체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23일 밤 경찰이 단속에 나서자 업주들이 오히려 경찰에게 '12시(자정)까지는 괜찮지 않느냐, 그때까지는 잡지 말라'고 항의했다는 일을 예로 들며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성매매가 범죄인 줄 모르고 있었다는 증거 아니겠나"고 말했다.

기존의 윤방법(윤락행위 등 방지법)도 새 법과 마찬가지로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론과 경찰이 새 법 시행을 맞아 취재와 단속에 나서자 업주들이 기존 법상으로는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었던 양 오히려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불법을 불법인 줄 모르는 상황이 계속돼온 결과다.

김 대표는 "윤방법이 시행돼온 지난 40년간에도 성매매는 불법이었다"며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는 사실상 그간 성매매를 묵인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40년간 법이 아니었던 윤락행위 방지법

김 대표는 지난 1998년부터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활동을 시작해 3년째 미아리에서 성매매 탈출 여성(김 대표는 그들을 '생존자'라고 부른다)을 위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미아리 텍사스에만 약 200개의 업소가 있고 한 업소당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20명 이상씩의 여성들을 '불법 고용'하고 있다.

성매매 알선과 성구매 행위에 대한 강력해진 처벌 규정이 담긴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미아리의 업주들은 아직 영업을 그만둘 생각을 하지않고 있는 듯 하다. 오히려 취재에 나선 언론을 향해 "우리 생계를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성토를 늘어놓을 뿐이다. 이날 오후 5시가 되자 일부 업주들은 예전처럼 가게 문을 열고 나와있기도 했다.

지난 6년간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들의 인권유린을 누구보다 낱낱이, 그리고 생생히 지켜본 김 대표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절도범이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서서 '나 그동안 먹고 살려고 도둑질 해왔는데 왜 막느냐, 그냥 하게 내버려 둬라'고 말하는 것 보셨어요? 지금 같은 상황 아닌가요? 경찰은 서울 어느어느 지역에 집창촌이 있는지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아리만 해도 200개가 넘는 업소들이 다 성매매 업소인 줄 알고 있는데, 영업을 막지 못하는 겁니다."

'성매매 현장'을 잡아야 연행할 수 있다는 법 규정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일도 여럿이다. 콘돔이 성매매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업주들은 '비상시 콘돔을 먹으라'고 여성들을 교육시키기도 했다는 것. 김 대표는 "제보를 받고 경찰과 업소에 갔는데 콘돔이 없어 여성을 데리고 병원에 가 엑스레이를 찍어 증거를 확보한 쓴 웃음 나오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성 구매가 범죄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

이제까지의 '관행'이 이랬다면 새 법 시행 이후로는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에는 아예 성을 구매하려는 남성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성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없으면 파는 사람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경찰의 단속 강도도 마뜩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새 법의 시행을 누구보다 환영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도 '소나기 단속'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이제 새 법이 시행됐으니 경찰이 잘 단속하도록 믿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매매를 불법화하고 집창촌을 없애면 음성화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입장은 단호하다. "어떤 법이든 법망을 피하기 위한 수법은 있는데 법 시행을 막아서야 되느냐"는 것이다.

물론 새 법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김 대표는 "성 구매 남성들에 대한 처벌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을 파는 것도, 사는 것도,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자활책도 좀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근로, 성매매 피해여성 상담 등 일자리 제공을 예로 들었다. 김 대표는 "새 법으로 선불금도 무효화되고 거기에 정부에서 일자리까지 준다면 어느 여성이 그런 일을 다시 하겠느냐"며 "그간 국가가 성매매를 방치해왔으니 이들에 대한 자활도 당연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기에 앞서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은 당부를 전했다.

"성을 여성들이 판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성은 업주들이 팝니다. 여성들은 '도구'일 뿐이에요. 미아리에서는 손님 한명당 7만원을 받지만 여성들에게 돌아오는 돈은 만원 뿐입니다. 문방구에서 연필을 팔듯 업주들은 여성을 팝니다. 그리고 돈으로 여성의 성을 산 남성들은 당당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여성을 유린합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공공연하게 벌어질 수 있습니까?"

김 대표가 구출을 바라는 전화가 오면 밤이건 낮이건 달려가는 이유, 잔혹한 성매매 현장과 인권 유린에 몸서리를 쳐도 지원과 구조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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