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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역안 간이식당 2
이케부쿠로역안 간이식당 2 ⓒ 유용수
일본에서 살다 보면 우리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을 종종 보게 된다. 많은 것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가 서서 먹는 음식점이 왠만한 전철역 주변에는 꼭 한두 개씩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불편하게 서서 먹나 싶었다. 의자에 앉아 편하게 천천히 먹어야 소화에도 좋고 음식 맛도 즐길 수 있는데 서서 먹다니…. 밥공기를 들거나 서서 밥을 먹으면 야단 맞으며 자라난 나에게 서서 먹는 풍경은 확실히 낯설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제대로 점심 먹을 짬이 없거나 점심 식사비를 절약하고 싶을 때, 또는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때우고자 하는 일본의 샐러리맨들에게는 둘도 없이 좋은 음식점임을 곧 알게 됐다.

점심이나 저녁 퇴근길 식당은 항상 만원이다. 자동 판매기 앞에서 줄을 지어 식권을 구입해 창구에 건넨다. 음식은 대개 1, 2분 안에 나온다. 음식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다. 소바(메밀국수)나 우동은 원화로 2500원에서 6000원, 카레라이스는 4000원에서 7000원 정도, 일본식 생라면도 4000원에서 7000원 정도. 주먹밥은 하나에 1500원 정도다.

가게에 따라서는 생맥주를 팔기도 한다. 간단한 요기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서서 먹는 스테이크집도 있다. 싼 가격으로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서서 스테이크를 먹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이케부쿠로역안 간이 식당
이케부쿠로역안 간이 식당 ⓒ 유용수
소위 말하는 서비스 잔업(잔업 수당 없이 하는 잔업)이 일상화된 도쿄의 직장인. 그들은 평균 1시간 반이나 되는 긴 퇴근길을 떠나기 앞서 전철역에 딸린 간이 식당에 이렇게 서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한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그들은 대부분 피로에 찌든 표정이다.

전후 사상 최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일반 샐러리맨이 체감하기에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일본 기업 문화의 상징과 같던 종신 고용, 연공서열제는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이고 중년이 되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구조조정과 실직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오늘날의 일본의 샐러리맨들.

비록 서서 먹는 불편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간이 식당은 그들의 피로와 허기를 잠시나마 달래 주고 피곤한 길을 계속 걷게 재충전해 주는 역할을 하는 하나의 휴식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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