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권연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서울교육청 공정택 교육감에게 장애인 학생 현안문제와 교육차별 해소를 위해 10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고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교육권연대의 10가지 요구사항은 '▲ 유치원 및 중등과정 특수학급 즉각 증설 ▲특수학교, 특수학급에 치료교사 즉각 확대 배치 ▲ 특수학교, 특수학급에 직업교사 확대 배치 ▲ 특수학교, 특수학급 재학생 방과 후 교육활동 즉각 실시 ▲ 특수교육보조원을 확대배치 ▲ 교육기회 배제된 성인장애인교육기관(야학) 지원 ▲ 특수교육예산을 서울시교육예산대비 6%로 확대 ▲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운영 개선 ▲ 특수교육지원센터 설치하고 전담인력 배치 ▲ 특수교육 전담 장학사를 급별에 따라 확보하라'는 것이다.
경찰 2개 중대 투입...외부인 철저히 통제
기습 농성이 이루어지자 교육청은 본관 출입문 셔터를 내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 12시경 2개 중대 경찰병력이 긴급 투입되었고 정문을 비롯한 모든 출입구를 통제해 장애인은 물론이고 학부모 등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러나 경찰 병력은 교육청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성단을 강제로 해산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12시 15분 경, 교육청 박헌화 교육정책국장과 특수교육 관련 담당자들은 민원실에서 교육권연대 대표단인 부모회의 학부모 3인,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과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육청 측은 절차를 밟아 요구사항을 전달하라고 했고 박 교장은 이미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한 후 교육권연대의 요구사항이 담긴 문건을 전달했다.
양측의 1차 대화는 아무런 성과 없이 무산된 가운데 오후 2시 30분경 공식적인 대화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는 이종원 기획관리실장이 배석했다. 이 실장은 교육권연대의 의견을 듣고 내부 논의를 통해 최대한 반영을 하겠다는 것과 교육감 면담을 11월 초에 시행하겠다고 답변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권연대 측은 경찰 병력을 즉시 철수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청은 농성이 확산되지 않도록 일단 농성을 해산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견해를 밝혔고 이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일단 경찰병력을 철수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두 차례 긴급회동, 입장 차만 확인
대화가 두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들지 못한 교육권연대는 교육감 면담이 11월 중에 가능하다는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선언한 뒤 인터넷을 통해 현 상황을 알렸고 각지에서 장애인과 관계자들이 서울교육청으로 집결했다.
교육청측은 교육감 면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정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2005년 서울시교육예산대비 특수교육 예산이 2.54%로 다른 시도에 비해 낮지 않다고 주장하며 장애계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다른 요구사항은 13일 접수를 받아 아직 검토 중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병력 철수와 관련해 박 교장은 "교육청 관계자들이 철수를 약속했는데 경찰이 왜 철수를 하지 않는가?"라며 강한 항의를 했고 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자체의 판단에 의해 막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장을 지휘하던 종로경찰서 정보과장은 "경찰병력이 철수하면 외부 사람들이 농성단에 합류할텐데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는가"라며 "경찰 본연의 판단에 의해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했다.
박경석 교장 "교육청의 무성의로 장애인 50% 초등학교 못 다녔다"
긴장된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청 관계자는 계속적으로 농성단 철수를 요구했다. 마찰이 지속되자 박 교장은 박 교육정책국장에게 "당신들이 장애인 교육권에 대해 소홀히 했기에 장애인 50%가 초등학교도 못나왔다"라고 주장했고 이 말을 들은 교육정책국장은 "왜 교육을 못 받았는가? 50%나 초등학교를 못 나왔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자리에 있던 장애인들이 일제히 "그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장애인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냐"며 강력히 항의했고, 박 교장도 "당신들이 장애인들을 소홀히 여겨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초등학교도 못 나왔다. 이제껏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 집에서 수십년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며 살았는데, 당신들이 그것을 모른다면 모든 장애인을 이곳에 다 데려와야 하는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분위기가 험해지자 교육청 관계자들은 하나둘 자리를 피했다.
음식물 반입 불허...주변 음식점에 '배달 말라' 전화도
이날 농성단과 교육청, 경찰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되었다. 오후에는 농성단에게 음식물 반입을 불허해서 농성단이 주변의 중국식당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했지만 배달이 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한 사실은 "교육청에서 직접 전화를 해서 농성단에 배달을 하지 말라고 주문을 했다"는 말이었다. 교육청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음식점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기에 배달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음식물 반입과 관련해 경찰측은 교육청에서 허용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며 강하게 저지했다. 이런 마찰 속에 외부 인사들이 음식물 반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은 계속 저지했고 이 와중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학부모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일부 인사들이 정문 옆 난간을 넘어 음식물 반입을 시도했지만 경찰 수십명이 이를 저지했다. 음식물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관계자들이 다시 외부로 나가겠다고 하자 경찰측은 40여분간 음식물을 반입하려던 사람들을 감금하는 일이 벌어졌다.
농성단 민원실로 이동, 본격 농성 돌입
저녁 8시경 농성단 30여명은 교육청 본관 앞에 설치된 천막을 민원실 앞으로 옮기고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된 민원실로 이동했다.
8시 45분경 종로경찰서장이 현장을 방문해 농성장을 비롯한 곳곳을 살폈고 이때 한 부모가 음식물 반입 과정에 당한 폭력사태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어 8시 50분 교육권연대 집행부의 긴급 회동이 있었고 이어 대표단과 교육청 관계자들의 면담이 이어졌다.
같은 시간, 교육청 밖에서는 농성장에 진입하지 못한 30여명의 학부모와 대학생, 교사들이 경찰의 강경 저지와 교육청의 무성의를 성토하는 약식 집회를 열었다.
저녁 9시 45분, 정문 앞 집회장에 교육권연대 대표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단은 긴급 회동과 교육청 협의 내용을 전하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교육청, 경찰과 15인이 평화적으로 농성을 할 수 있도록 상호 양해한다는 합의를 했다고 전하고 19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음을 알렸다.
밤 10시, 집회 참석자들은 대표단의 보고와 평화적 농성 보장이라는 합의에 따라 자진 해산했다. 농성단 20여명은 교육청 민원실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한 후 중증장애인 5명, 학부모 3명을 비롯한 10여명이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