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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상을 찍는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아래로 찍으면 대상은 실제 모습보다 작아 보인다. 그러면 피사체는 왜소하고 겁에 질린 무기력한 존재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찍으면 피사체는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강력하고 막강한 이미지가 피사체에 반영되는 것이다.
현실 속의 모든 사유의 대상이 되는 것들도 사진의 피사체와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실존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진지한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만큼 ‘어느 관점에서 사유의 대상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노력도 중요한 문제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빈 윌리암스가 열연한 키팅 선생님은 ‘좋은 시를 쓰는 법’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남들이 보지 않는 관점에서 사물을 보라”고 가르친다. 항상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사물도 관점을 다르게 하면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그 가르침의 핵심이었다.
뷰파인더를 연재하면서 행복했다. 내 주위에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시각적인 이미지와 색깔들을 나는 만날 수 있었다.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기 때문에 고마움을 잊고 지내는 사람처럼 내 주위 세상에는 나를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고 있었고, 내가 모든 안다고 생각했던 그 풍경 속의 색깔들은 나의 교만을 일깨워주었다.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그저 내가 바라보고 싶은 방식으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삼발이에 고정된 카메라처럼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시각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으로 인해 내가 더욱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시도가 이어지리라 믿는다.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사진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와 빛의 양, 셔터 속도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달라지는 세상의 풍경들. 거기에 더 넓은 시야를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와 더 멀리 볼 수 있는 망원렌즈, 아주 작은 모습을 크게 담을 수 있는 접사렌즈…
세상을 살면서 여러 문제들을 만날 때, 과연 우리는 어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까. 카메라의 렌즈처럼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 인생의 선택과 고난에 대해 바라보고, 인지하고, 대처하고 있을까.
너무나 뻔한 변명이지만 준비해두었던 아이템들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연재를 마치게 되어 무척 아쉽다. 하지만 또 다른 연재로 여러분들을 찾아 뵐 수 있기를 희망한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풍경 속에 감추어진 작은 지혜들을 찍기 위해 또 다른 렌즈와 관점을 가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