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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없다 - 새로쓰는 가족 이야기> 표지
<있다 없다 - 새로쓰는 가족 이야기> 표지 ⓒ 안그라픽스
“세상에 이런 가족이 어디 있어?”

현대미술작품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단란한 가족을 표현한 조각상’을 보면서 한 관람객이 내뱉듯이 던진 한마디다.

요즘은 ‘가족의 해체’를 넘어서 ‘창조적 재생산’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 만큼, ‘가족’이라는 ‘신호등’에는‘빨간불’이 들어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다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일까?” <있다 없다 - 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이하 있다 없다)>는 바로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 ‘한 학기를 시작한 학생들’이 만들어낸 ‘최종 결과물'이자 보고서다.

<있다 없다>의 탄생은 아주 작고 우연한 '약속'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3월경 국제 세미나에서 만난 연대 조한혜정 교수와 홍대 안상수 교수가 공동수업을 진행하기로 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물론 당시까지는 '주제'도 '방식'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단지 '인문학의 감수성'과 '디자인의 표현력'이 만나면 무언가 재미난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약속'과 '상상'은 1년이 지난 올해 3월 조한혜정 교수가 연세대학교에서 개설한 '가족사회학'에 참여한 학생 20명과 안상수 교수와 안병학 교수가 분반하여 지도하는 '홍대 편집디자인 스튜디오'를 수강하는 홍대 학생 40명 그리고 역시 조한혜정 교수가 지도하는 하자작업장학교 학생 일부가 자율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현실'로 이루어졌다.

<있다 없다>에는 어떤 내용의 글들이 실려 있는가

일단 눈을 끄는 대목은 1부를 구성하는 학생들이 직접 그린 ‘가족 이미지’와 ‘가족에 대한 글’들이다. <있다 없다>에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과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학생들 그리고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의 학생들 약 60명의 학생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그들은‘가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매 수업 시간 글쓰기를 해 왔으며, 6개월간 조모임을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가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가족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아닌 ‘글쓰기와 토론을 통해 소화한 체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가족’에 대한 ‘창조적인 정의’를 내리고, 더 이상 주변의 사례가 아닌 ‘자신의 가족 이야기’들을 소재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최종적으로 책에 수록된 원고들은 속박과 굴레로 인식되는 가족에서부터 어려움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준 가족에 이르기까지, 겉보기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너무나 다른’ 대한민국의 가족들 모습을 담고 있다.

2부에서는 개인적 서사에 초점을 맞춘 1부와 달리 수업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소주제별’로 묶어서 ‘이미지화’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달콤질 도쿠멘타’라는 독특한 제목인 글은 한 대학생의 연애에 대한 관찰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글이며,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글이다.

2004년을 살고 있는 대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족 형성과 유지’를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이 <있다 없다>에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있다 없다>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순수하게 대학생들에 의해서 제작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기획자로써 코멘트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연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와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안상수 교수 그리고 홍대 안병학 교수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제작 과정- 원고 선택과 판형결정 및 로고와 편집 디자인 등 - 은 순수하게 학생들의 선택과 결정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남겼다.

특히 서로 다른 환경과 성격을 가진 60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한 수업에서 이 책을 남겼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서로 활동 분야는 다르지만 완성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지니는 사람’들이 서로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있다 없다>의 출간은 이미 충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부록 면에는 연대와 홍대에서 기간을 나누어 번갈아 진행된 수업의 초기 진행 계획서와 주요 진행 과정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있다 없다>의 탄생 과정에 대한 ‘기술지’이자 앞으로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다 많은 수업들이 이러한 실험들을 시도할 때 참고 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기도 할 것이다.

사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책은 계획보다 커졌고 글씨는 작아졌으며 이미지는 현란해 졌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더 이상 여러분이 아는 가족은 세상 어디에도 - 심지어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도 - 없다”라는 것이 <있다 없다>에 담긴 학생들의 생각이다.

이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가족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여러분들은 어떤 지도를 그리고 싶은가? <있다 없다 - 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는 바로 그런 고민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 - 초등사회 10

박윤경 지음, 신지윤 그림, 도서출판 북멘토(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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