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산하지 못한 과거는 되풀이됩니다. 과거청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명령입니다. 피해자들의 통한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오!"

▲ 2004년 10월 22일에 열린 올바른 과거청산 3차 캠페인에서 엄마와 함께 어린이가 '국민이 키우는 진실과 화해 나무'에 글귀를 붙이고 있다.
ⓒ 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 올바른 과거청산 3차 캠페인 '국민이 키우는 진실과 화해 나무'
ⓒ 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오는 5일 오후1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개최되는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전국 피해자 추모행사와 합동위령제'의 행사취지문 중 일부다. 이 행사는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준)를 중심으로 11월 정기국회 입법을 위해 과거청산법 제정을 위한 7개 단체들이 주관하고 있다.

범국민위원회는 "과거청산 문제가 정치권의 정략적 이해에 따른 정치공방에 이용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피해자' 문제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과거청산법이 역사를 바로세우고 우리 사회의 개혁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지난 한 세기 동안 국민들은 일제,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폭력과 억압으로 인해 가슴 속에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이러한 야만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 잘못된 과거는 뒤로 하고 인권과 평화가 존중되는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먼저 억울한 영령들과 피해자들의 피맺힌 가슴을 풀어주어야 한다"며 "국가의 책임 있는 진실규명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대수 학살규범범국민위 위령사업지원특위 위원장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삼청교육대, KAL858, 민주화운동에 가해진 공권력의 폭력 등 우리사회에는 규명해야 할 사건들은 너무나 많다"며 "피해자들을 돌아보지 않고 인권과 민주를 말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전국 피해자 추모행사와 합동위령제 포스터.
ⓒ 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이번 행사는 오후1시 안치환·최도은·꽃다지 등의 추모공연을 시작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유족선언과 추모사, 합동위령제의 순으로 진행된다. 또 한대수의 진혼굿과 이광수의 상여거리굿 등 거리행진도 가질 예정이다.

합동위령제의 추진위원과 행사에 참가하기를 원하는 이는 홈페이지(chumo.yujok.net)와 학살규명범국민위(02-773-5158, 6158)로 문의.

뼈와 뼈는 서로 통한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피해자 전국합동위령제에 부쳐

마침내 때가 되었으니
하늘이 부르고 땅이 응답하였습니다

옛말에
뼈와 뼈는 서로 통한다 했습니다
죽은 자들의 뼈가 아프니
살아남은 자들의 뼈도 일생 동안 아프고
아프다 못해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마침내 억울하게 죽어간 희디흰 뼈들이 일어섰습니다

1950년 7월부터 9월까지
한반도 남쪽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요
그 여름 백주 대낮에 자행된
30만 국민보도연맹 학살, 학살, 학살-
법도 아닌 법
이승만의 막걸리보안법으로
재판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민간인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마을 마을은
희망의 삶터가 아니라
온통 학살의 땅이었습니다

칠일파에서 친미파로
친미파에서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한반도 남쪽의 현대사는
천왕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조국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죄 없는 백성들을 죽이고 또 죽이는
학살의 역사, 야만의 역사였습니다

일제강점하의 강제동원과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
KAL858기와 삼청교육대와 수많은 의문사의 진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살아남은 자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분단 반세기가 지나도록 재갈이 물려야 했지요
밤마다 원혼들이
반딧불처럼 날아다녀도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혀를 깨물며 무릎을 꺾어야 했지요

그리하여
죽은 자와 산 자의 소통은
뼈와 뼈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봉분도 없는 저 캄캄한 구덩이 속의
부모와 형제와 자매들
그분들의 희디흰 뼈가 아프니
살아남은 자들의 뼈도
일생동안 쑤시고 아플 수밖에요

지난 반세기 동안
죽은 자는 형이요
죽인 자는 동생이었습니다
죽은 자는 아버지요
죽인 자는 아들이었습니다
죽은 자는 스승이요
죽인 자는 제자였습니다
살기 위해 그렇게 강요당해야만 했습니다

총을 든 자가
붓을 든 지식인을 죽이고
칼을 든 자가
호미를 든 농부를 죽이고
무고한 민간인을 재판도 없이 학살했으니
법도 아닌 법, 국가보안법의 날들이
차라리 전쟁보다 더 무서운
집단 광기의 날들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입니까
마침내 때가 되었으니
하늘이 부르고 땅이 응답하였습니다
마침내 희디흰 뼈들이 일어서서
죽임의 역사, 광기의 역사와의
단절을 선언했으니
이제는 살아남은 우리가 대답할 차례입니다

마침내 생명평화의 때가 무르익어
하늘이 부르고 땅이 화답을 하니
아버님, 어머님, 형님, 오빠, 동생-
마음 놓고 울어도 보고 대성통곡도 하며
살아남은 우리가
분명히 대답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못난 국가도 국가요
못난 조국도 조국이라면
마침내 때가 왔습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조국의 이름으로
반성할 것은 반성하며
분명히 대답을 해야 합니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피해자 전국합동위령제를 올리며
우리는 이미
그 대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 이원규<시인·생명평화탁발순례단 팀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