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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부분 수정 : 11월16일]

▲ 서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 단지. 대형 아파트를 둘러싼 운영잡음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 박상규

아파트 관리 및 운영권을 쥔 주민대표의 비리의혹으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산타운 아파트가 시끄럽다. 최근 주민대표 회장이 아파트 관리규약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주민들이 회장의 비리를 추가로 폭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남산타운 주민대표 회장 김아무개씨는 지난 9월 16일 35개 동 대표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대표회의)'에서 아파트 관리규약 개정안을 상정했다. 김 회장은 “관리규약 개정은 정부 방침”이라며 ▲2년 중임제로 제한된 동 대표 임기를 무한대로 ▲대표회의 월 1회 개최에서 분기별 1회로 ▲아파트 운영비 정산제에서 예산제로 규약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이에 많은 주민들은 “관리규약 개정은 김OO 회장이 그동안의 비리를 은폐하고 주민대표 회장을 계속 하기 위한 술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 300여 명은 이례적으로 지난 10월 29일 아파트 단지에서 촛불시위까지 개최하며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 11월 2일 아파트 전 세대에 돌린 유인물을 통해 “더 이상 주민대표 회장으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 전제한 뒤 “(퇴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논란 끊이지 않는 김 회장의 행적

촛불집회까지 개최한 주민들은 김 회장의 지난 2년간의 행보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 회장의 '과거'는 자금운영 불투명성과 안전진단업체와의 밀실계약 의혹, 그리고 무자격자 동대표 선임문제까지 다양하다.

▲ 주민 300여명이 관리규약 개정반대와 김옥자 회장 퇴진을 주장하는 촛불시위를 개최했다.
ⓒ 박상규
김 회장은 지난 2003년 4월을 남산타운 아파트 주택재개발조합에 공문을 보내 꽃밭 조성을 위한 지원 자금 2천180여만원 요청했다. 그러나 다음 달 결산 회계장부에는 5백 50만원만 기록되었고 나머지 1천6백만 원이 넘는 비용은 누락됐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김 회장은 3개월 후 결산 회계장부를 고쳐서 제출했다.

김 회장은 문서를 통해 “꽃밭 조성 자금 누락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견적 비용까지 계산된 자금 요청 공문에는 김 회장의 이름과 직인이 명확히 찍혀 있기 때문이다.

▲ 꽃밭 조성을 위한 자금 요청서에는 김 회장의 이름이 뚜렷이 적혀 있다.
ⓒ 박상규
김 회장은 또 밀실계약 의혹도 받고 있다. 2000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남산타운은 지난 2002년 12월에 아파트 하자진단을 위해 모 안전진단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업체는 남산타운 아파트에 총 110억 원 규모의 하자가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업체에 지불해야 할 ‘진단비용’이다.

김 회장과 업체가 체결한 약식 계약서에 따르면 진단비용은 성과금의 10%다. 성과금이란 안전진단업체가 평가한 하자 규모에 대해 남산타운을 시공한 건설업체와 주민대표가 합의한 금액을 뜻한다.(당초 기사에는 '성과금이란 하자 규모에 대해 남산타운을 시공한 건설업체와 안전진단 업체가 합의한 금액을 뜻한다'라고 적시했으나, 이 부분을 위와같이 수정합니다.)

많은 주민들은 “진단비용이 타 아파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또한 몇몇 동 대표들은 “주민 재산 수억원이 달려있는 안전진단 업체와의 계약을 김 회장이 단독으로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 회장은 “계약을 단독으로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주자대표자회의에서 의결돼 투명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주장과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남산타운 입주자대표자들은 회의 때마다 비디오 녹화를 해왔다. 그러나 녹화 테이프를 관리하는 김 회장과 관리소 측은 문제의 회의가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는 분실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혹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 타 아파트의 예에서 볼 수 있듯 하자진단 금액은 10%에 훨씬 미치지 않는다.
ⓒ 박상규
한편 김 회장은 무자격자를 동 대표로 내세워 빈축을 사고 있다. 현행 남산타운 관리규약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고 6개월이 지난 사람에게만 동 대표 자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2003년 8월까지 남산타운에는 주소지가 다른 곳으로 돼 있거나, 입주 6개월이 지나지 않은 무자격 동대표가 5명이나 있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김 회장으로부터 동대표로 나서줄 것을 제안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격이 안 돼 동 대표를 할 수 없다고 김 회장에게 밝혔는데도 김 회장이 동대표로 나서 자신을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은 “각 동대표들의 주소지 이전 사실을 일일이 알 수 없다”며 “대표회장은 의결권만 있을 뿐이지 동대표 주소지 변경은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의 관심이 유일한 대안”

남산타운 아파트의 경우처럼 아파트 운영에 대한 논란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건설교통부 주택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운영 문제와 비리에 대한 민원이 하루 평균 40~50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깨끗한 동 대표들이 훨씬 많다”고 전제한 뒤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계속 동 대표를 맡아 이권을 챙기는 ‘직업적인 동 대표’들도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아파트는 주민들끼리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자치기구인 만큼 법적인 단속에는 한계가 있으며 처벌 근거도 미약하다”며 “현재로써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 재산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는 감시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대형 아파트 단지 운영비리는 고질적
많은 돈 집중 되지만 감시 기구 부실

아파트 운영을 둘러싼 비리는 고질적이다. 99년 경찰의 집중단속 당시 아파트 비리 연루자는 5,833명에 달했다. 이중 147명이 구속됐고 피해액의 규모는 170억 원을 넘었다.

경찰청이 99년 3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단속의 결과를 보면 ▲관리비 횡령이 1720명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가입비 관련 1330명 ▲공사입찰관련 679명 ▲청소소독 용역관련 616명 ▲시설보수 관련 542명 ▲오물 수거 관련 175명 ▲승강기 보수 관련 152명 ▲난방비 관련 54명 ▲기타 570명 순이었다.

또한 비리연루자 직업을 보면 관리소장이 1368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 동대표 968명 ▲아파트 자치회장 925명 ▲시공업자 668명 ▲관리소 직원 615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파트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주민대표들에게 아파트 운영비가 많게는 수십억 원의 돈이 집중되지만 정확한 회계와 감사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교통부 주택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아파트 운영 문제와 비리에 대한 민원이 하루 평균 40~50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비리의 유형이 과거(99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아파트 동대표 모임에서 아파트 관리업체까지 선정하기 때문에 비리의 연결고리는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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