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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용산기기이전협정' 문제점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토론 참가자들 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용산기기이전협정' 문제점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토론 참가자들 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 석희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주최로 11일 오후 2시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열린 '용산기지이전협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용산협정 내용의 위헌 여부'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민변 소속 권정호 변호사는 "용산기지 이전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패권적인 세계전략에 따른 해외주둔미군재배치(GRP) 추진의 일환"이라며 "이 협정은 결국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려는 미국에게 동북아지역 군기지를 제공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상의 평화주의 원칙과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대정부 포문을 열었다.

권 변호사는 또 '한국 쪽이 먼저 이전을 요구했으므로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 측 설명에 대해 "평택지역에 미군의 항구적이고 현대화한 동북아기지가 구축되어 혜택은 미국 쪽이 더 크므로 한국의 비용 전담은 불공평하다"며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권 변호사는 "국가나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헌법이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가 포괄협정(UA)만 비준동의를 받고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이행합의서(IA)에 대해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 조약체결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정해웅 외교통상부 조약국장은 "용산기지 이전은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노태우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이후 15년 이상 유지해오던 정책"이라 설명하고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용산기지 이전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지금 용산기지가 있는 자리는 구한 말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었고,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조선군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라 지적하고 "한미동맹의 발전과 민족의 자존심 회복, 서울의 발전을 위해서도 용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며 용산기지 이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정 국장은 '이행합의서도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포괄협정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절차적·기술적 세부사항을 정하는 이행합의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할 이유가 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비켜갔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외국 군대의 기지를 옮기는데 왜 우리가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 국장은 "우리 나라는 아직도 국가 안보를 위해서 미군의 주둔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이어 "기지 이전을 요구한 측에서 이전 비용을 부담하는 관행은 일본과 독일에서 축적되어 왔다"면서 "한미간에도 이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서 이전을 요구한 측이 이전 비용을 부담하는, 이른바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지정토론에 나선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과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정부의 졸속외교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날 지정토론에 나선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과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정부의 졸속외교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 석희열
정부의 입장 설명이 끝나자 지정 토론자로 나선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과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국민 주권의 제약이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 국회의 동의없이 형식적인 보고 절차로 대체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최재천 의원은 "10쪽에 불과한 용산기지이전협정 문서를 포괄협정과 이행합의서로 구분한 것에는 분명히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 지적하고 "이행합의서에 대한 국회동의 여부 판단은 외교통상부가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정 국장을 질책했다.

고진화 의원은 "15년에 걸친 미군재배치 검토 기간 동안 청와대는 미국의 요구 조건을 우선시 해왔다"면서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올 11월까지 주한미군기지 이전 협상 막바지에 해당하는 기간은 철저히 국민이 배제된 '밀실협약'이었다"고 주장, 국회의 감사청구 수용을 촉구했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도 "주한미군의 아태지역군화는 대한민국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만 적용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위법"이라 말하고, '우리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용산기지 이전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 팀장은 "주한미군 역할 확대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용산기지이전협정으로 한미동맹은 기존의 방어동맹에서 침략동맹으로 바뀌게 되어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필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 강조하고 "이렇게 되면 우리는 원치 않는 주변국의 분쟁에도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용산기지이전협정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최철영 대구대 교수는 용산협정과 관련 ▲이전되는 기지의 임무와 기능이 국제평화주의와 상충되는 지역적 군사기지로서 위헌 가능성 ▲주한미군의 역할 강화가 한국의 이익과 불일치 ▲이전 비용을 한국이 전담함으로써 부당하게 한국에 과다한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국회의 비준동의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듯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된 용산기지이전협정 내용을 둘러싸고 의원들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다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도 거세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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