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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희 번역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공경희 번역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세종서적
"죽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야. 우리가 죽음을 두고 소란을 떠는 것은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 인간이 자연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잊혀지지 않고 죽을 수 있네. 자네가 가꾼 모든 사랑이 거기 그 안에 그대로 있고, 모든 기억이 여전히 거기 고스란히 남아 있네. 자네는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어. 자네가 여기 있는 동안 만지고 보듬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 - 213~214쪽


가까운 사람을 죽음으로 잃게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데 자기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가 왜 그리 어려울까?

이미 출간된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시도하여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1주일에 한 차례, 화요일마다 모리 슈워츠 교수의 생애 마지막 강의가 진행되었다. 분홍빛 히비스커스 꽃을 볼 수 있는 그의 서재 창가에서. 주제는 '인생의 의미'. 열네 번 이루어진 모리 교수의 생애 마지막 수업의 유일한 학생, 미치 앨봄. 그가 바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이다.

루게릭 병이라고 알려진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으로 시한부 생명이란 선고를 받은 그날, 모리 교수는 자신의 죽음을 삶의 중심이 될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고 싶어 한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은 브랜다이스 대학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한 그는 모인 사람들 모두 멋진 말을 해주는데 정작 죽은 친구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함에 낙심하게 된다.

그는 '살아 있는 장례식'을 생각해내고는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들은 저마다 멋진 말을 해주었고, 경의를 표하고 시를 바치기도 했다. 모리 교수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가슴 벅찬 이야기도 나누었다.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모리 교수는 언제든 자기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게 된다는 걸 들려 준다.

"죽음과 직면하면 모든 게 변하나요?"
"그럼. 모든 것을 다 벗기고, 결국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자기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매사가 아주 다르게 보이네." - 108~109쪽


그는 나이 드는 것을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으로 보면서 나이 드는 것이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임을 말해 준다.

"나이 드는 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구...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젊은 시절로 더 이상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 -149쪽

브랜다이스 대학을 졸업하고 16년이 흘러서야 노은사와 마주하게 된 미치에게 그는 물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나?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나? 마음은 평화로운가?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건강한 내게 만일 이 세상에서 주어진 시간이 24시간뿐이라면 무얼 가장 하고 싶을까? 아침 운동, 스위트롤 빵과 차가 준비된 아침 식사, 수영, 소중한 친구 한두 명과 함께 하는 점심, 자연에 흠뻑 취해보는 정원 산책, 스파게티나 오리 고기가 나오는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열정적인 춤, 그리고 깊고 달콤한 잠.

모리 교수의 완벽한 하루는 이렇듯 평범하고 소박한 하루였다.

"사랑을 나누어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일러 주는 모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가 속한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자신을 바쳐야 의미 있는 삶을 찾게 됨을 그는 깨닫게 해준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살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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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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