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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월 12일자 1면.
조선일보 11월 12일자 1면. ⓒ 조선일보 PDF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에서 '북한 주체사상'을 교육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12일 "전공노, 9월 노동자학교 1기 조합원 교육에 북 주체사상 포함됐다"란 기사를 통해 "유세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 조사관이 1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당시 교육내용 중 박세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이 발제한 '세상을 바꾸는 철학,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라는 A4용지 27장 분량의 글이 북한 주체사상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와 함께 주체사상 전문가를 통해 당시 교육자료집을 분석, 주체사상과 비교하는 기사와 도표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는 같은날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노조에 대한 색깔 공세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자주','창조','의식' 이야기하면 주사파?

조선은 먼저 유세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조사관이 박세길 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의 교재 내용이 주체사상과 같다고 지적한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이어 공무원노조 교육 내용을 신지호 서강대학교 겸임교수와 홍진표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정책실장에게 분석을 의뢰해 그 결과를 싣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신 교수는 '사람 중심의 세계관', '변혁적 군중노선', '민중중심의 역사관' 등의 단어가 북한에서 쓰는 말과 같거나 비슷한 용어라고 주장했고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도 주체사상에서 쓰는 용어"라고 분석했다.

또 홍 실장은 이 이론과 유사한 것은 "오직 주체사상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사람과 세계라는 관계를 설정, 사람이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다는 부분은 주체사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며 "박 위원장이 용어와 표현을 바꾸어 위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3면 오른쪽 상단에는 '주체사상이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는 주체사상의 내용이 '자주', '자립', '자위(自衛)'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당·수령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강요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12일자 1면과 3면에 보도한 '전공노, 9월 노동자학교 1기 조합원교육에 북 주체사상 포함됐다'는 기사에 대해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회원들은 12일 오후 조선일보사앞에서 색깔공세 중단을 촉구하는 규탄집회를 열었다.
조선일보가 12일자 1면과 3면에 보도한 '전공노, 9월 노동자학교 1기 조합원교육에 북 주체사상 포함됐다'는 기사에 대해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회원들은 12일 오후 조선일보사앞에서 색깔공세 중단을 촉구하는 규탄집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선, 본질 호도 위한 색깔론 공세 중단하라"

이와 관련, 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직사회개혁과공무원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민주노총·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오후 2시 광화문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석운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매우 위험하고 간악한 조선일보의 불장난이 보도됐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긴급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당시 강의를 했던 당사자인 박세길 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은 "이 사건은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하는 공무원노조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본질을 호도한 것"이라며 "70일 전 내용을 끄집어내 대서특필한 것도 그렇지만 주체사상과 용어가 비슷하다고 자료의 일부만을 발췌해 내보낸 것은 내 장딴지가 돼지 뒷다리와 닮았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오해윤 공무원노조 교섭실장은 "당시 교육은 사회현상을 알기 위해 1시간씩 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시간으로 마련됐다"며 "2달도 더 지난 일을 지금에 와서 기사화 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공무원노조는 조선에 대해 법적 투쟁을 벌여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현 민노당 사무총장도 "역사의 고비마다 물꼬를 가로막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로막았던 조선이 공무원노조의 개혁을 위한 싸움을 색깔론으로 몰았다"며 "이런 조선일보의 '색깔공세'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날 30여명의 회견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색깔공세 조장하는 조선일보 규탄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조선일보 사옥을 향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정용해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공무원 중 '주체사상'을 받아들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며 "조선의 보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사와 기자회견에 관해 조선일보 담당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인터뷰 제의를 거절했다.

조선일보가 12일자 1면과 3면에 보도한 `전공노, 9월 노동자학교 1기 조합원교육에 북 주체사상 포함됐다`는 기사에 대해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회원들은 12일 오후 색깔공세 중단을 촉구하며 조선일보사 현판에 달걀 수십개를 집어던졌다.
조선일보가 12일자 1면과 3면에 보도한 `전공노, 9월 노동자학교 1기 조합원교육에 북 주체사상 포함됐다`는 기사에 대해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회원들은 12일 오후 색깔공세 중단을 촉구하며 조선일보사 현판에 달걀 수십개를 집어던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선 기사, 공무원노조 찬물 끼얹기 위한 것"
[인터뷰]'공무원노조 주체사상' 논란, 박세길 위원장

▲ 조선일보가 문제삼은 강연의 강사였던 박세길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색깔 공세 중단' 기자회견에는 논란의 당사자인 박세길 전국연합 조직위원장도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강의 내용의 일부만 인용해 기사화 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입장은?
"사안자체가 70여일이나 지난 것인데 이 시점에서 기사화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노조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맥의 일부만을 발췌해 주체사상과 같다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다. 통일 운동을 하다 보면 당연히 서로 닮아가게 마련인데 용어가 비슷하다고 문제삼는 것은 통일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 조선일보 기사 내용에 대해서 반박할 내용이 있다면?
"3면 해설기사에 보면 '주체사상의 핵심은 당과 수령에 복종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내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핵심이 서로 공유되지 않는 내용을 비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 조선일보 비교 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런 기사를 쓰려면 주체사상에 대해서 잘 알아야 비교가 가능하다. 내가 주체사상 전문가가 아닌데 비교 기사 자체에 대해서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교육자료를 준비할 때 주체사상을 참고했나?
"문제가 된 부분은 자료의 1/3 정도 분량을 가지고 비교한 건데, 전체를 놓고 비교해야 한다. 철학문제는 학술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야지 이념적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 법적대응을 한다고 했는데?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걸로 알고 있다. 필요하면 명예훼손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다." / 안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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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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