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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횟집 벽엔 온통 유명 작가의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회동횟집 벽엔 온통 유명 작가의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 서정일
이토록 훌륭한 갤러리를 만들어 멋진 작품들을 감상하니 행복할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채씨에겐 남다른 아픔이 있다. 세 살 때 물에 빠졌다가 다행히 생명은 건졌으나, 바위에 척추를 다쳐 평생 장애를 안고 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젊을 땐 방황도 많이 했다고 한다.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신에 대한 회의와 삶의 의미를 잃어갈 무렵 작은아버지의 그림은 그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남모를 아픔 때문일까? 그림 감상하고 모으는 열정에 푹 빠졌다. 그게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5년 전 고향땅으로 내려온 그가 제일 먼저 생각한 건 지금까지 모아 온 그림을 전시하고픈 욕심. 그러나 그건 꿈과 같은 일이었다. 차일 피일 미루던 어느 날, 마음 하나 보고 사랑으로 맺어진 부인과 민박 겸 횟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 둘 미술품을 방에 걸기 시작했다. 꿈꿔오던 자신의 미술관을 만들게 된 것. 여러 전문 작가의 그림을 150여 점이나 소장하고 있으니 왠만한 미술관 수준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제가 취미로 모은 것도 있지만 여기엔 작가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그 분들이 식사하고 얘기하다가 그림 한 점씩 주기도 하고 그럽니다"라고 말했다. 한 집 걸러 걸출한 예술인이 살고 있다는 '진도'를 모르고는 참으로 아리송한 얘기며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저희 작은아버님이십니다"라며 내민 책자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미술계의 큰 거목이신 오당 채원식옹. 뜻밖의 일이었다. 행여 그분께 누가 될까 말하길 주저한 이 말은 자신이 새 삶을 살게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으로, 언젠가는 말하고픈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였을 것이다.

더러 작품을 사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지난에 들른 모 교장선생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교장선생이 한 그림에 탄복해서 꼭 구입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간청하더라는 것. 그래서 그림 한 점을 팔게 되었는데 상당히 많은 액수를 내놓았다고 한다. 그 뒤 그 돈으로 금고를 구입해서 지금은 자신이 갖고 있는 그림들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그들의 삶은 소박하고 정직하다(텃밭에서 손님상에 올릴 상추를 뽑고 있다).
그들의 삶은 소박하고 정직하다(텃밭에서 손님상에 올릴 상추를 뽑고 있다). ⓒ 서정일
하지만 그들의 삶은 소박하고 정직하다. 바로 앞 텃밭에서 손수 무공해로 재배한 야채를 손님 상에 내 놓는 건 물론이며 부지런하게 이곳 저곳을 항상 청결하게 닦고 쓸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부인은 그런 남편을 보면서 항상 감사하며 사랑한다고 했다.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에 있는 맛있는 미술관 '회동횟집'은 아름다운 사랑의 부부가 만들어 놓은 미술관이며 손을 뻗으면 닿는, 그리고 담 너머에 말을 걸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예술가인 고장 '진도'가 만든 미술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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