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전국의 환경관련 지역대책위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환경비상시국회의 출범식'을 열고 대정부 요구를 발표했다.
ⓒ 권우성
"이 대로 통과되면 큰 일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기업특혜 종합패키지입니다. 그렇지만 언론도 주목조차 않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기업도시 시장·군수 선거는 기업 임원선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도시특별법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해 여야 각 정당을 두차례씩이나 면담하고 돌아왔다는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이처럼 절규에 가까운 불만을 토해냈다.

그는 면담 결과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이 법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더라"며 국회의원들의 기업도시특별법에 대한 무관심을 탓했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골프장이 유치되길 은근히 기대하면서 기업도시특별법 통과에 찬성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민간복합도시특별법(이하 기업도시법)의 특혜성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비록 언론이 주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민단체들은 '기업도시특별법 저지 시민사회단체연대'를 구성할 정도로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시민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고 법도 수정했다"며 더 이상 물러서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혜논란과 관련해서는 "인센티브가 없으면 기업들이 기업도시를 하려 하겠느냐"는 반론도 빼놓지 않는다.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현실론을 앞세우면서.

기업도시특별법 가운데 시민단체가 특혜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몇몇 쟁점을 분석해 봤다.

▲ 자기자본 1250억원만 있으면 1조원의 기업도시 지을 수 있다

기업도시법 제10조 제4항은 기업도시 시행자 지정을 위해서는 도시조성비의 25%에 이르는 자기자본 또는 투자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약 1조원의 도시조성비가 소요되는 기업도시의 경우 민간기업은 약 2500억원만 있으면 기업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역으로 풀이하면 기업도시 건설투자금 대부분을 은행빚으로 감당하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기자본 1250억원으로 기업도시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현금보유량이 비교적 적은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배려를 해 두었기 때문이다. 사업규모가 커져 현금동원이 어려운 기업들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설명회'에서 서종대 건설교통부 신도시기획단장은 시행자 지정요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25%의 자기자본 확보가 어려우면 12.5%의 시중은행 확약만 있으면 가능하다. 실제로 12.5%의 자기자본만 확보하면 된다는 말이다."

건교부 기업도시과의 한 관계자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기업도시 건설은 대규모 사업으로 가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25%를 자기자본으로 채우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봐서 그같은 방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같은 기업 편의봐주기가 "시행자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투자를 담보하겠다는 법안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 지난 9월 22일 기업도시특별법 통과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여 퍼포먼스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 전체 기업도시 부지의 10∼20%만 사용하고 나머진 마음대로 '땅장사'해도 된다.

기업도시특별법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개발이익환수 방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저가에 토지를 수용해 고가에 되팔더라도 그 개발이익을 전액 환수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직접 사용토지의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만큼 '땅장사'를 할 땅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업도시법에 따르면,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를 건설하고자 하는 민간기업은 최소 200만평의 토지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후 24만평만 직접 사용해도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건설초기 200만평을 매입한 뒤 176만평을 매각해 개발이익을 취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법안(제8조 등)에는 "개발이익은 도로 등 기반시설에 재투자하여 상쇄하고 개발이익의 산정은 구역지정시에는 전문기관의 검증을 받고 준공시에는 회계법인의 확인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투명성을 보장하되 시행자가 직접 사용하는 토지(30%)는 개발이익의 산정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다"고 개발이익 환수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기업도시를 통해 획득한 개발이익을 현금이 아니라 기반시설 등으로 환수를 하겠다는 의도다.

경실련은 이러한 개발이익환수 방식을 우려했다. 법안의 뼈대가 "개발이익 확보의 최대화, 이익 환수의 최소화"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근거는 이렇다. 기업도시 건설에만 대략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이 확보하게 되는 개발이익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기반시설 재투자만으로 환수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

게다가 기업이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토지에 대해서는 개발이익환수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등 지나치게 민간기업의 개발이익만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솔직히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을 재투자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겠느냐"면서 "이 정도면 몇조 정도는 남는 장사"라고 기업도시법의 허점을 비판했다.

그러나 건교부의 견해는 정반대다. 기업도시는 낙후지역에 건설될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처럼 개발이익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호재가 예상되는 지역이라면 기업도시 건설 지역으로 지정해 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건교부 기업도시과의 한 관계자는 못박기도 했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이익을 보전해 줘야 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를 염려하고 있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판교신도시 기반시설 설치비용만 무려 1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대며 "기반시설 재투자가 작은 부분이라고 얘기들 하는데, 기반시설 재투자에도 어마어마한 액수가 들어간다"고 반박했다.

▲ 지난 11월 2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기업도시특별법 저지 시민사회단체연대 주최로 열린 '기업도시특별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 오마이뉴스 이성규
▲ 감세·토지수용권 부여 등 기타 다양한 특혜 사례들

이외에도 기업도시특별법은 다양한 특혜 조항을 보장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민간에 토지수용권 부여, 폭넓은 감세 혜택,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도시개발 지정제안권의 민간 부여, 골프장 인허가 절차 대폭 간소화 등이다.

특히 민간에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은 위헌 논란을 낳고 있어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래 의원의 기업도시법에 따르면 민간기업은 기업도시 건설부지의 50%만 취득(협의매수)하면 나머지 50%의 부지는 강제로 매입할 수 있다. 일단 대상부지의 절반만 확보하면 나머지는 지자체를 통해 강제수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 사업대상토지의 2/3 이상 협의매수, 잔여토지 소유자 2/3 이상의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만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도시개발법이나 '사업대상 사유지 2/3 이상 협의매수 때 잔여지에 대해서는 수용을 허용하고 있는 관광진흥법 보다도 더 완화된 수준이다.

이 조항을 조금 더 깊이 살피면 민간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지를 기반으로 기업도시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곧바로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토지를 저가에 매입(강제수용)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제수용의 집행은 공공성을 명분으로 한 저가매입이 가능토록 하기 위해 지자체가 대신 집행한다.

경실련과 일부 학자들은 토지수용권의 민간이양은 토지의 공공성에 정면배치될 뿐 아니라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발사업의 공익성이 인정될 때만 엄격한 기준에 의해 허용돼 왔던 토지수용권이 골프장이나 카지노를 건설하는데 악용된다면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공용수용이 헌법이 추구하는 이념에 배치되고 다른 법률상의 일부수용과 달리 내용의 구체적 확정 없이 포괄적 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토지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헌법에 토지수용권은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 공용수용을 허락하고 있다"며 "기업도시특별법은 근본적으로 민간기업에 수용권을 일임함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공용수용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 "해외의 유사사례 어디에서도 민간이 토지수용권을 갖고, 또한 막대한 개발이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기업도시가 만들어졌거나 작동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