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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용 탈락에 항의하며 지난 9월부터 서울대 본관앞에서 시작한 김민수 교수의 천막생활이 400일을 훌쩍 넘어섰다.
재임용 탈락에 항의하며 지난 9월부터 서울대 본관앞에서 시작한 김민수 교수의 천막생활이 400일을 훌쩍 넘어섰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3일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김민수 전 서울대 미대 교수의 재임용 탈락문제와 관련해 대학측이 공문서 위조 등 조직적 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서울대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김 전 교수 재임용 3차 심사 때 '학외 인사'로 참가해 김 교수에게 재임용 탈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K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없는데도 생사람을 잡고 있다"며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재판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또 지난 98년 8월 31일 재임용에서 탈락된 뒤 6년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민수 전 교수는 "국민감사 청구를 통해 진실을 밝혀 내겠다"고 밝혀 김 전 교수 건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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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교수 재임용 탈락, 서울대 조직적 개입 의혹

최순영 의원 "서울대가 심사위원을 조작·은폐하고 있다"

서울대가 법원에 제출한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이 서류 하단부 날짜 25일이 26일로 고쳐졌다고 최 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대가 법원에 제출한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이 서류 하단부 날짜 25일이 26일로 고쳐졌다고 최 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 ⓒ 최순영 의원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김 전 교수에 대한 3차 재임용 심사는 지난 98년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는데 두 명의 학내·외 심사위원은 김 교수의 논문 '21세기 한국디자인 교육의 대전제(97. 12. 미술교육논총)'에 대해 합격점인 '우'로 평가했다. 반면 K 교수는 '미'로 평가해 재임용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 K 교수는 김 교수 재임용 문제로 말썽이 일던 98년 8월 25일 당일 서울대 미대 산업디자인과(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임용돼 현재도 재직중이다.

김 교수는 98년 재임용 심사에서 서울대 기준(200%)보다 4배(800%) 가량 많은 저서(1편)와 논문(7편)의 연구실적물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저서와 논문은 권위 있는 학술단체와 학술지에서 공인한 것들로, 이중 2편의 실적물은 서울대 재임용 심사기준을 충분한 것으로 학계에서 평가하고 있지만 서울대는 '연구실적물 평가미달'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최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K 교수가 심사위원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심사위원 명단제출을 요청했다.

서울대 명단제출 거부... 필적 감정결과 "K 교수와 심사위원 동일 인물"

그러나 정 총장이 심사위원들의 권익보호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명단 제출을 거부하자 K 교수의 임용 당시 '공무원 인사기록카드'에 쓴 자필과 김 전 교수에 대한 3차 '연구실적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필체를 입수해 한국과 일본 등 3곳의 필적감정기관에 동일인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왼쪽(증1호)은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필적, 오른쪽(증2호)은 K 교수의 이력서의 필적이다.
왼쪽(증1호)은 '연구실적 심사보고서' 필적, 오른쪽(증2호)은 K 교수의 이력서의 필적이다. ⓒ 최순영 의원실
최 의원은 지난 23일 필적감정 결과 "중앙인영필적감정원과 서울인영필적감정원 등 두 곳은 '유사필적', 일본 근대경영연구소는 '동일필적'이라는 감정 결과로 나타났다"며 서울대가 '연구실적 심사보고서'를 고치는 등 공문서까지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특히 서울대가 K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연구실적 심사보고서'의 심사 일자 8월 '25일'을 '26일'로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가로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 측은 24일 "학외인사라고 주장한 K 교수가 25일 임용된 학내인사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25일을 26일로 고친 것 같다"며 "심사일자 위조는 물론 심사위원이 K 교수가 아닌 제3의 인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의원측의 의혹제기에 대해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별 다른 대응없이 당초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의혹 증폭과 함께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명없는 서울대... K 교수 "생사람 잡고 있다" 반발

정 총장은 지난달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가 친일행적이 있는 선배 교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을 못 받았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그런 증거는 없으며 총장 선거 때 김 교수의 복직을 약속한 적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 빨리 판결이 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정 총장의 이같은 처신에 대해 최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측은 회원인 정 총장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린 바 있다. 민교협은 지난 22일 열린 집행부회의에서 총장 선거 당시 약속한 김민수 교수 재임용 탈락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정 총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서울대 총장실 비서실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명단을 공개할 경우 부작용이 커 비공개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법정에서 심사위원 명단을 제한적으로 공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편 '학외인사'로 재임용 심사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K 교수는 2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없는데도 생사람을 잡고 있다,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필적감정원이) 마음대로 필적감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명단공개를 통해 사실여부를 가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대학본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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