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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SM7' 발표회가 열렸다.
ⓒ 권우성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의 꼴찌 탈출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SM7 출시에 맞춰 30일 방한한 루이 슈웨체르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주재할 정도로 르노그룹은 SM7의 내수시장 안착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2%대로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SM7 판매로 만회하지 못할 경우 르노그룹의 '아시아 허브' 구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였다.

이를 고려한 듯 루이 회장은 이날 오전 신라호텔에서 열린 SM7 신차 발표회장에서 의외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향후 3년간 르노삼성에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2007년 출시를 목표로 한 스포츠유티릴티차량(SUV) 신차개발 프로젝트 'H45'를 한국에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르노삼성차를 아시아허브로 육성시키고, 현재 르노그룹이 진행중인 중국 프로젝트에 르노자동차가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최신 가솔린 엔진을 부산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솔린 엔진은 향후 르노삼성차에 장착될 뿐 아니라 르노 모델과 함께 유럽으로 수출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같은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절박한 르노삼성, SM7 앞세우다

▲ 30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SM7' 발표회에서 프랑스 르노그룹의 루이 슈웨체르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루이 회장의 이같은 대대적인 공세는 르노삼성의 절박감의 또다른 표현으로 읽힌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0월 현재 르노삼성의 한국내 시장점유율은 2.9%에 불과하다. 바닥에 빠진 국내 시장점유율을 반등시키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차를 아시아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르노 그룹의 구상은 치명타를 입게된다.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은 점유율 반등의 대표차량으로 SM7을 선택했다. SM7은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닛산의 티아나(2002년 출시) 플랫폼을 그대로 옮겨온 준대형급 차량이다. 티아나의 카피 모델인 셈이다.

이날 신차발표회을 통해 첫 선을 보인 SM7은 경쟁 대형차와 비교하면 크기가 다소 작지만 대형고급 차량에 탑재되는 각종 첨단 기능과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 자동차 모델로는 최초로 적용된 스마트카드 시스템과 6개의 스마트 에어백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르노삼성은 "외형과 첨단 기능의 하모니를 이뤄내 대형차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자평했다.

엔진은 6기통 217마력(2300cc는 170마력)의 닛산 네오(NEO) VQ를 장착했다. 르노삼성쪽은 "연속식 흡기 밸브 제어 및 가변 흡기 시스템과 전자제어 트로틀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 고속에서는 강력한 출력(217/5,600 ps/rpm)을, 중·저속에서는 안정적인 토크(32/3,500 kg.m/rpm)를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차량 가격은 2440만원∼3510만원이다.

사그러들지 않는 논란에 "대형차 패러다임 바꾼 것" 우회통과 전략

SM7 주요 제원

 

SM7 Neo VQ35

SM7 Neo VQ23

전장(mm)

4,945

전폭(mm)

1,790

전고(mm)

1,475

축거(mm)

2,775

윤거(전/후, mm)

1,530 / 1,535

1,540 / 1,545

배기량(cc)

3,498

2,349

엔진형식

V6

최고출력(ps/rpm)

217 / 5,600

170 / 6,000

최대토크(kg.m/rpm)

32 / 3,500

23 / 4,400

차량중량(kg)

1,580

1,555

연비(km/l)

9.0 (1등급)

9.8 (2등급)

서스펜션(전/후)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

브레이크(전/후)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디스크

트렁크용량(l)

450

타이어

215/55R17

205/65R16

ⓒ 이성규
하지만 SM7은 출시 전부터 '대형차 미달 논란'에 휩싸였다. 3500cc급 배기량을 지난 SM7 모델의 길이(전장)와 넓이(전폭)가 경쟁대상 차량보다 짧거나 좁기 때문이다.

SM7 3500cc 차량의 길이와 넓이는 각각 4945㎜, 1790㎜다. 우선 넓이만 보면, 중형차로 분류되는 현대차 쏘나타(1830㎜)와 GM대우 매그너스(1815㎜) 보다 좁다. 대형차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넓이는 1870㎜, 쌍용자동차 뉴체어맨 1825㎜로 SM7보다 훨씬 넓다.

차량 길이도 마찬가지다. SM7의 길이가 5m에도 미치지 않는 반면, 현대차의 에쿠스는 5190∼5120㎜, 쌍용차의 뉴체어맨은 5435∼5135㎜로 5m를 훌쩍 뛰어넘는다. 현대차 그랜저 XG(4,875㎜)보다는 7cm 가량 긴 정도다.

SM7이 닛산 티아나 보다 앞 뒤 범퍼를 늘려 전장을 키운 점도 논란의 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범퍼로 전장을 키워 대형차로 보이려는 차"라며 비꼬고 있다.

이에 대해 제롬 스톨 르노삼성차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형차는 크기가 아니라 하모니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대형차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을 역제안했다. 무조건 크다고 대형차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우리는 SM7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대형차를 도입하고자 했다"고도 말했다.

▲ 외관이 거의 흡사한 닛산의 티아나(위)와 르노삼성의 SM7(아래).

엔진공장 설립, 신차개발 추진 등 대대적 투자계획 발표한 이유

SM7은 르노삼성이 발표한 바와 같이 2002년 발표된 일본 닛산자동차의 티아나 플렛폼을 카피한 모델이다. 운전석의 좌우만 바뀌었을 뿐 사양자체가 달라진 점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두 모델은 흡사하다. 물론 변형된 부분이 없지는 않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의 모양, 전·후면 범퍼, 웨이스트 라인 몰딩, 번호판 위치 등이 티아나와는 약간 다르다.

때문에 자동차 매니아들로부터 "닛산의 2년전 모델을 한국에 내다팔겠다는 것"이라는 비아냥섞인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SM5도 닛산 맥시마의 페이스리프트(외관 변형) 모델이었다는 전례 등을 고려하면 르노가 한국의 르노삼성을 하청기지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와 관련 루이 슈웨체르 르노 회장은 "르노삼성의 독자적인 플랫폼을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르노삼성만의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그는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브랜드별로 차별성을 가진 차량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재 닛산 때문에 받고 있는 수출 제약과 기술 종속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하청화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루이 회장은 르노삼성의 SUV 신차개발 프로젝인 H45 프로젝트를 여러차례 거론하며 한국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닛산의 SUV 모델 '엑스트레일' 플랫폼에 기반해 개발될 것이라는 예상을 단호하게 일축한 그는 "H45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 자동차의 카피 모델만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었다. 2007년 출시될 이 모델은 생산량의 절반은 르노삼성 브랜드로 국내에, 절반은 르노 브랜드로 유럽에 수출될 것이라고 했다.

르노삼성차가 르노·닛산의 가솔린 엔진공장을 부산에 유치하고 독자 모델 개발의 길을 텄다는 것은 닛산에 대한 절대적 의존성에서 벗어나는 청신호인 셈이다.

"르노삼성 독자적 플랫폼 생산은 없다"
루이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 일문일답

▲ 30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SM7` 발표회에서 프랑스 르노그룹의 루이 슈웨체르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내에서는 SM7의 대형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크기가 대형차에 비해 작다는 이유에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그리고 루이 슈웨체르 회장은 르노삼성을 아시아의 허브로 육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SM7은 닛산의 티아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 설립된 R&D 센터의 역할이 앞으로 뭔가. SUV 역시 닛산의 엑스트레일 플랫폼을 채택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닛산 티아나의 플랫폼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SM5, SM5V보다 엔진튜닝, 서스팬션, NVH 등이 개선됐다. 두번째 르노삼성의 연구기술센터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2년전 내가 방문했을 때 연구인력이 450명이었지만 지금은 67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런 성장은 이어질 것이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도 강화될 것이다.

앞으로도 닛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할 것이냐고 물었다. 앞으로도 얼라이언스 플랫폼이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블랜드별 차별화를 강조하게 될 것이다. 르노삼성도 얼라이언스이다. 차별화 정도는 더 커질 것이다. 특히 미래 모델에서는 차별화가 더 강조될 것이다. H45 SUV 차량은 기존 닛산 모델과 같지 않다. 외관은 전혀 다를 것이다. 완전히 독립된 제조 뿐 아니라 독립된 엔지니어링이 될 것이다."

- 르노삼성의 SM7은 닛산 플랫폼을 적용했기 때문에 수출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브랜드별로 차별성을 가진 차량을 만들게 될 것이다. 수출에서의 제약이 부분적으로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H45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 될 것이다. 닛산과도 차별화된 차량이다. 수출에 제약조건이 없을 거라고 본다."

- 부산에서 생산된 SUV를 절반 정도 유럽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어디에 판매할 것인가. 그리고 향후 3년 동안 6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중 얼마가 부산 공장에 투자되는 것인가. H45의 판매량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H45 SUV 프로젝트는 르노삼성으로도 판매가 될 것이고, 유럽에서는 르노의 이름으로 판매가 될 것이다. 6000억원 투자와 관련해서는 차량, 엔진 등의 분야로 투자대상을 아직 나누지는 않았다.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최소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이 투자로 인해 르노삼성의 라인업과 캐퍼가 확대될 것이다. 현재 부산 공장의 최대 생산가능량은 30만대인데, 이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H45의 판매 목표량은 말할 수 없다. 다만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SM7 수출 제약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할 것인가.
"경제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 아직 판매할 생각은 없다.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르노의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2010년 이후에 재진출할 것이지만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미국 판매는 나중에 결정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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