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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후배의 권유에 이끌려 한남동의 단국대학교 서울 캠퍼스를 찾았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가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쟁의 아픔을 경험한 우리 국민들로서도 정치적 입장이 아니더라도 핵이라는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캠퍼스 내엔 한참 진행 중인 총학생회장 선거열기로 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이 부산한 가운데 도서관 건물 바로 앞 광장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최근 언론을 통해 핵 강대국인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대북한 시나리오가 공개된 것과 맞물려 캠퍼스내 평화·문화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크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결과, 북핵문제가 잠잠해지는 결과를 도출하긴 했지만 여전히 핵은 우리 곁에 돌발적인 존재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발맞추어 대학가의 ‘핵’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인식을 고무시키는 운동이 이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현장으로 달려가 보았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캠퍼스평화문화운동' (이하 캠평문/캠평문 사이트로 가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1998년 평화·인권전을 시작으로 이번이 7번째 열리는 전시회라고 한다. 한국SGI대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기자협회와 화광신문사의 후원으로 여리는 이번 전시회는 지난 11월 1일 조선대와 서울대를 시작으로 12월3일까지 전국 50개 대학 52개 캠퍼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열리고 있다.

세계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 갈 한·중·일 젊은이들의 이해와 협력을 도모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2004캠퍼스, 평화·문화운동 ’핵무기 없는 세계로‘>를 주제로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학생들의 뒤를 따라 오랜만에 캠퍼스를 걸었다.

계절에 맞지 않을 정도의 열기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전시회는 많은 학생들은 물론 교수, 총장님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같이한 후배는 설명에 침이 마른다.

이번 전시회에서 여러 가지 전시물이나 패널도 눈길을 끌었지만 유난히 눈길이 머무는 영상물이 있었다.

‘그대가 세상을 바꾼다’는 단편영화 는데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박사가 그리스, 터키전쟁을 바라보며 느낀 점들과 갈등과 편견의 본질을 담은 영화다. 이께다 SGI회장의 저서를 각색하여 ‘티뷰론 국제 영화제’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 단편영화는 세계평화라 해도 우리 곁에 있는 한사람의 평등한 인권을 소중히 한때 가능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평화와 문화는 바로 우리 각자의 의식 속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전달하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 동북아에서 실질적인 연대를 펼쳐갈 젊은이들이 현재의 대학생들이라고 봤을 때 이번 전시회의 의의는 고무적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과 앞으로 풀어가야할 연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삼국의 진정한 평화와 발전은 대화와 교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영상 전이었다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나라도 북핵에 대한 입장을 재인식해야 하는 입장에서 평화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것과 때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23일 전시회 첫날 주의 깊게 전시회를 살펴봤다는 화공학과 이우걸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기획을 한 것 자체가 대견스럽다. ‘핵’이라는 테마가 자칫 막연하고 피상적으로 다가오는데 비해 생활속에서 재인식 되어야 함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인상깊다”며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실정이나 입장에 비추어볼 때 대학생들이 뭔지 모르게 거부감을 가지고 실질적인 위험성을 인식하지 않으려는 추세가 강한데 이번 전시회는 ‘핵’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다가갈수록 다룬 것 같다”고 꼽았다.

또한 앞으로 대학과 대학인이 평화와 문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향을 물어보니 그는 이렇게 단호히 이야기한다. “대화죠,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가 절대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은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한 대화를 더 넓혀가야만 합니다.”

한 학생이 유심히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기에 다가가 물어보니 마침 학보사에 근무하는 기자였다. 그 기자의 말은 참으로 지금 학생들의 현실적인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핵이라면 전혀 피상적인 단어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전시물을 처음 접하고 보니 정말 생각이 달라지네요. 핵이란 정말 우리 생활 바로 옆에 있었다는 걸요, 저런 핵의 피해사진을 처음 접해 봐요. 정말 심각하군요.”

학보에 실을 의사가 없냐는 질문에 학생들에게 이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한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의 그림자가 넘어가는 캠퍼스엔 아직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으로 붐비고 있었다.

지금 이 젊은이들과 세계 어딘가의 또 다른 젊은이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여 대화하고 마음을 열고 나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가는 것, 거기에서부터 세계평화는 열려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캠퍼스를 내려왔다.

▲ 핵무기없는 세계전을 관람하는 김병묵 경희대 총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여상락 한국SGI 이사장(왼쪽에서 세번째)
ⓒ 김영진
또한 지난 11월 8일 경희대 (총장 김병묵)에서 열린 캠평문은 대성황리에 개최되었는데
경희대 사이버대학 1층 로비에서 열린 “핵무기 없는 세계” 전은 여상락 한국SGI(국제 창가학회)이사장 일행과 김병묵 경희대학교 총장,이원부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테이프 커팅으로 시작되었다.
전시회를 관람한 김병묵 총장은 전시내용에 대한 설명을 주의깊게 경청하며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임했다. 특히 서울에 핵폭탄이 떨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상황의 내용이 담긴 패널 앞에서는 높은 관심을 보이며 핵무기 위험성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각 대학의 반향 그리고 에피소드

11월 4일에서 5일까지 전시회를 실시했던 원광대학교에서는 전시회와 함께 즉석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한반도에 핵무기를 설치하는 것을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시회를 보지않은 학생들 대부분은 “찬성한다”라는 답변을 한데 비해 전시회를 관람한 학생들에게서는 “핵설치는 절대로 안 된다” 라는 답변이 많아 정반대의 의식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태일 동아대학교 전총장(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세기 문명은 약소국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형성, 발전했다. 강대국에게 최고의 지배수단이자 약소국에 대한 지배논리가 그 정점에 달한 것이 바로 핵무기라고 할수 있다”며 “20세기 문명을 넘어 21세기에의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기 위해 즉 인간이 인간답게 세상을 살기 위해 평화운동을 꾸준히 실천 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연을 위해 충북대학교룰 방문했다가 전시회를 관람하게 된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핵은 반드시 없어져야만 합니다”라며 전시를 준비한 대학생들을 격려 했다고 한다.

특강을 위해 동명정보대학교를 방문한 앨런 머튼 조지메이슨 대학교 총장도 동명정보대학교 양승택 총장과 함께 전시를 들러보며 “1류의 대학생들이다”라고 학생들을 칭찬했다고.

뭐니 뭐니 해도 캠평문의 가장 큰 결실은 전시회, 상영회 등으로 앞으로의 사회를 이끌 대학생들에게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다. 또한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핵무기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세계평화라는 것이 매우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일깨워 줄 수 있었다는 점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평화실현에 대한 확신을 공유할수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을 소중히, 거기에서부터 세계 평화가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를 빛나게 한 원동력에 대해 주최측 학생들은 ‘티뷰론 국제 영화제’와 ‘미 콜럼버스 국제영화제 2개부문그랑프리’를 수상한 이케다 SGI회장의 에세이를 각색한 ‘그대가 세계를 바꾼다’라는 단편영화에 그 공을 돌렸다.

‘각본부문’의 심사위원이었던 로버트 와그너 박사(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영상학부 명예교수)는 “이케다 박사의 각본은 ‘에드거 딜상’에 가장 적합한 작품입니다” “이 영상에서는 인간의 힘을 확신하고 ‘세계는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큐멘타리 사회부문’의 심사위원인 찰스 콜 박사(전 컬럼비아 대학교 역사학교수)는 “지금까지의 국제적 과제를 테마로 한 작품의 대부분이 ‘사람들의 차이’를 강조했다면, 이케다 박사의 각본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시점에 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되돌아가자는 메시지를 가득 담고 있다”라고 절찬했다.

석양의 그림자가 뉘엿뉘엿 드리우는 캠퍼스를 걸어 나오며 생각해 보았다. 한 사람을 소중히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소중히 할 때 우리가 꿈꾸는 영원한 세계평화는 의외로 쉽게 이루어질지 모른다고. 이날 캠퍼스에서 본 ‘그대가 세계를 바꾼다’는 영화는 올 가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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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여러 매체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등록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줌마칼럼을 썼었고 국민일보 독자기자를 커쳐 지금은 일산내일신문 리포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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