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9년 이후 열여섯번째인 이날 인권콘서트에는 3000여명의 시민들이 객석을 가득 메워 국가보안법으로 고통받고 있는 양심수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89년 이후 열여섯번째인 이날 인권콘서트에는 3000여명의 시민들이 객석을 가득 메워 국가보안법으로 고통받고 있는 양심수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 석희열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3000여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콘서트는 내내 '양심'의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무대에 오른 출연자들이 양심수가 없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외치면, 객석에서는 함성으로 화답하며 콘서트 장을 온통 양심의 물결로 수놓았다

오후 5시 무대 위에 불이 들어오고 자우림과 인순이가 차례로 나와 자신의 히트곡들을 열창하자 콘서트 장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끓어올랐다. 객석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인기가수 인순이가 자신의 16집 앨범 대표곡 'Higher'를 열창하고 있다
인기가수 인순이가 자신의 16집 앨범 대표곡 'Higher'를 열창하고 있다 ⓒ 석희열
자신의 16집 앨범 대표곡 'Higher'를 열창한 인순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덕분에 보람 1호가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도 늘 소수자의 입장에서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같은 무대에 선 록의 전설 전인권과 김종서도 이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3000여 관객을 사로잡았다. 전인권은 특유의 내지르는 창법으로 무대를 압도하며 '돌고 돌고 돌고'를 불러 객석을 열광시켰다.

올해로 아홉 번째 인권콘서트에 참가한 김종서는 "이런 공연을 하는 날이 하루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양심수가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해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번 인권콘서트를 위해 최근에 다시 결합한 ‘노래를찾는사람들’은 이날 '광야에서'와 '사계' 등을 부르며 대중과의 만남을 가졌다. 암울했던 80년대 현장에서 널리 불렸던 민중가요 '광야에서'는 이날도 역시 최고의 인기곡이었다.

노찾사의 '광야에서' 노래에 맞춰 관객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
노찾사의 '광야에서' 노래에 맞춰 관객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 ⓒ 석희열
특히 이날 콘서트에서는 강기정, 김태년, 김태홍, 오영식, 이인영, 이철우, 정청래, 조승수, 최재성씨 등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현역 국회의원 9명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국보법 폐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충돌하는 바람에 김태홍, 조승수, 최재성 의원만 참석했다.

이에 따라 9명의 국회의원들이 꾸미기로 한 '내일이면 늦으리'라는 퍼포먼스는 취소됐다. 대신 콘서트에 참가한 3명의 국회의원들은 민중가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관객과 함께 부르며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노래하는 투사' 정태춘과 박은옥은 지난 89년 이후 올해로 열두번째 참가한 인권콘서트 단골손님이다
'노래하는 투사' 정태춘과 박은옥은 지난 89년 이후 올해로 열두번째 참가한 인권콘서트 단골손님이다 ⓒ 석희열
‘신고정신 113!’ 배우 권해효씨와 원창연씨가 무대에 올라 이른바 '막걸리보안법'을 조소한 김남주의 시 '세상에'로 코믹시극을 펼쳐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노래하는 투사' 정태춘과 박은옥은 인권콘서트의 '단골손님'. 이들은 '소리없이 첫눈은 내리고' '간첩 리철진 동무' '첫차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이에게' 등의 히트곡을 잇달아 부르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울려퍼지는 가운에 무대에 오른 민가협 어머니들은 이날 양심수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호소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울려퍼지는 가운에 무대에 오른 민가협 어머니들은 이날 양심수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호소했다 ⓒ 석희열
객석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민가협 어머니들은 "지난 16년간 인권콘서트를 통해 양심수,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우리사회에 뿌리박힌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관행과 의식을 깨우고 함께 일어나자"고 호소했다.

집회 현장에선 '국민사회자'로 통하는 최광기씨의 진행으로 2시간 30분 동안 펼쳐진 열여 섯번째 인권콘서트 '깨어나 일어나'는 민중가요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무리됐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