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오후 5시10분]
한나라당이 7일 열린우리당의 임시국회 소집 제안을 일축했다. 전날 여당의 국가보안법 단독상정을 완전한 실패작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은 "내년 2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된다"며 느긋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기국회 내내 국감을 방해하고 대정부질문을 망쳐놓고 예산심의도 팽겨쳐 놓더니 이제 와서 임시국회를 열자는 것은 후안무치다. 민생을 팽개치고 4대악법을 날치기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이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할 지는 몰라도 의사진행에서 한나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며 "국회 연간계획에는 2월에 임시국회를 열도록 되어있다"고 못 박았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단독상정에 대해 여당 내에서 반발이 터져나오고 여당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하는 상황 전개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대타협을 원한다면 날치기 미수 난동사건을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한다. 국보법 폐지 당론을 철회하고 나머지 3개 악법도 위헌적, 정략적인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여권을 압박했다. 여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안영근 의원의 행동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여당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들 날치기가 합법이 될 리 없고 여당에서 날치기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합법일 수는 없다. 어쨌든 여당 내에서 그런 자기반성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이 국보법의 연내처리를 유보했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나머지 3대 법안 처리에 있어서 타협적인 자세로 전환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김 원내대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상정을 둘러싼 국회 교육위원회의 진통에 대해 "국가장래뿐 아니라 국민의 생활 전반에 걸쳐 매우 중대한 법안이므로 이것이 일방적으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변인도 "열린우리당이 이제라도 민생법안에 눈을 돌리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직도 그 진심이 의심스럽기는 하나 그나마 다행"이라며 "임시국회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리고 남은 기간 동안 필요한 안건을 처리하는데 야당과 힘을 합치자"고 호소했다.
임 대변인은 "정기국회 기간 내내 민생현안과 예산안 심의에 충실하자는 한나라당의 호소를 묵살한 열린우리당이 이제 와서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명분으로 임시국회를 하자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국민우롱"이라고 비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원내지도부가 자신들의 무능을 덮기 위해 어제 무리수를 감행했다가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자신들의 오판을 깨달은 것 같다"며 "야당을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 지를 국민들에게 생생히 보여줬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상정'을 기정사실화하고 국보법을 제외한 3대법안을 임시국회에서 우선처리하려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상존한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보법 연내처리 불가를 큰 양보나 되는 듯 카드로 제시하며 나머지 3대악법을 임시국회에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