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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들의 친목단체로 매년 거액의 국고를 지원 받고 있는 재향군인회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와 감사자료 등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수의계약으로 특혜시비를 빚고 있으나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부실한 재정관리와 산하기관들의 부실경영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거대공룡' 재향군인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해부하는 한편 바람직한 예비역 단체의 모델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 지난 6월 개관한 화성시 동탄 신도시 시범단지 모델하우스 전경.(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지난 건교부 국감에서 군인공제회와 함께 재향군인회가 화성 동탄 공공택지를 수의계약으로 제공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시민단체는 명백한 특혜분양이라며 편법계약 재발방지를 촉구했고 정치권도 공공기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에 공공택지를 공급한 상급단체를 질타했다.

결국 공공택지 개발업무를 관할하고 있는 한국토지공사는 이러한 여론과 비판을 받아들여 군인공제회 등에 공공택지를 수의계약으로 제공하지 않기로 확약하면서 논란은 매듭지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건설업과는 인연이 없는 재향군인회가 편법이라는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뜬금없이 땅과 아파트 사업에 눈을 돌렸을까. 답은 간단하다. 짧은 시간에 큰 공력을 들이지 않고도 수 백억원의 현금을 챙길 수 있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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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초 재향군인회는 부실화되고 있는 경영상태를 만회하기 위해 당시 '불패의 땅'이라고 불리던 화성 동탄 신도시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하늘 모르고 치솟던 땅값 시세에 주목한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해 왔던 재향군인회로서는 공공기관에만 주어지는 수의계약 특혜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현행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 2 제5항 제1호는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사업주체 중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수의계약의 대상을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토지공급의 주체인 토지공사 사규와 법령 유권해석에 따라 '주택공사와 지방공기업'으로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재향군인회는 공공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공공택지를 수의계약으로 저가에 부여받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재향군인회는 '우회로'를 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것도 공문과 계약서 한 장으로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재향군인회는 그간 공공기관으로 암묵적으로 인정돼 왔던 군인공제회를 통해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확보한 뒤 그 자리에 아파트를 건축했다. 물론 '회원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였다.

▲ 국방부가 한국토지공사에 보낸 공문(왼쪽). 국방부는 공문에서 군인공제회의 요청에 따라 화성시 동탄지구 1필지를 추가로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오른쪽 사진은 한국토지공사와 군인공제회, 재향군인회가 체결한 '권리의무승계계약서'. 이 계약서 한장으로 군인공제회가 한국토지공사, 국방부 등을 거쳐 확보한 화성 동탄지구 1필지 1만여평의 땅의 소유권이 재향군인회으로 넘어오게 된다.
재향군인회가 1만여 평에 달하는 화성 동탄 지역 공공택지를 수의계약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 과정은 재향군인회→군인공제회→국방부→한국토지공사→군인공제회→재향군인회 등의 절차로 요약된다.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건교부 국정감사 중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군인공제회의 요청을 받은 국방부는 지난 2003년 2월 14일 한국토지공사에 공문을 보내 화성 동탄지구 공공주택지 1필지를 추가로 공급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김찬환 국방부 복지관리과장 전결로 된 당시 공문(문서번호 인복33177-2124)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우리부 산하기관인 군인공제회에서는 주택이 없는 현역군인 회원의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02년 하반기에 귀사에서 개발, 공급예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화성시 동탄지구의 공영개발 공동주택용지를 배정받았으나 많은 회원들이 분양받기를 희망하는 관계로 공급규모가 적어 회원의 내집마련 기회를 충족할 수 있도록 추가 공급요청을 건의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공문에 따라 한국토지공사는 국방부 산하 군인공제회에 같은 해 4월 29일 화성 동탄 택지개발사업지구 한 필지를 수의계약을 통해 추가로 평당 358만원에 공급했다. 이어 군인공제회는 재향군인회에 가지번 2-8블록 4만450㎡(1만2000여평)을 재향군인회에 제공하기로 하고 같은 해 11월 21일 '권리의무 승계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로써 국방부와 군인공제회를 거친 재향군인회의 택지확보 계획은 최종 마무리됐다.

당시 권리의무 승계계약의 주체는 '갑'이 한국토지공사(김진호 사장), '을'이 군인공제회(김승광 이사장), '병'이 재향군인회(이상훈 회장)였다. 공교롭게도 세 계약주체 대표는 모두 군출신 인사들이었다. 특히 김승광 이사장(육사 25기)은 이상훈 회장(육사 11기)의 육사 후배기도 했다.

▲ 재향군인회가 삼부토건에 시공을 맡겨 2007년 완공 예정인 화성 동탄 삼부르네상스아파트.
ⓒ 삼부토건 홈페이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따낸 화성시 동탄지구 2-8블록에 재향군인회는 아파트(삼부르네상스아파트) 10개동 732세대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분양했다. 사업계획서 목적란에는 '예비역 회원의 주거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라고 적혀 있었다.

시공은 이상훈 회장의 경기고 일년 후배인 조남욱씨가 회장으로 재임중이던 삼부토건에 맡겼다. 공급대상은 '향군 회원으로 군인연금 수급권자 및 20년 이상 현역복무 뒤 전역자'로 한정했다.

하지만 정작 회원에게 돌아간 몫은 전체 732세대 가운데 31세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701세대는 일반인에게 분양, 재향군인회는 수 백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군인공제회가 현역 복무자에게 공급하겠다던 취지도, 재향군인회가 회원복지를 위해 회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모두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700여 세대를 일반분양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어마어마하다. 경실련은 당시 용적률을 감안, 재향군인회 삼부르네상스의 평당 택지비는 184만원, 건축비를 포함한 평균 평당 분양가는 400만원을 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는 이 아파트를 평당 평균 분양가 725만원으로 계약자를 모집했다.

동탄 삼부르네상스 아파트 분양결과

 

평형

분양대상

회원분양

일반분양

분양가(기준층)

32

429

16

413

2억3500만원

33A

220

7

213

2억3660만원

33B

55

2

53

2억3750만원

33C

28

6

22

2억3810만원

732

31

701

평균 평당분양가 725만원

 

ⓒ 재향군인회 자료(김학송 의원 국감자료 재인용)
경실련의 기준에 따르면, 평당 분양가 725만원은 지나치게 높은 편으로 볼 수 있다. 즉 재향군인회는 삼부르네상스 701세대의 일반분양을 통해 평당 300만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이같은 기초정보를 통해 재향군인회가 '앉아서' 뽑아 올린 최소 총수익을 간단한 계산식을 통해 추정하면 '200만원×32평×700세대=448억원'. 이는 평당 200만원의 차액, 그리고 일반공급 물량(701세대)의 절반 이상이 32평형이었던 점을 전제로 할 때 산출된 수치다. 경실련의 평당 추정차액 300만원 보다 100만원을 낮춰 잡아도 이 한 건으로 무려 400여억원 이상을 챙긴 것이 된다.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건교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재향군인회의 화성 동탄지구 수의계약 방식과 관련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재향군인회측의 반(反)공익적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러한 특혜 수의계약으로 택지분양을 받은 군인공제회와 재향군인회가 과연 당초 목적에 맞게 아파트를 분양하고 그 이익금을 과연 공익목적에 맞게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실련도 재향군인회의 수의계약 방식을 명백한 편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김성달 경실련 간사는 "재향군인회를 공공택지를 수의계약으로 부여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도 힘들지 않느냐"며 수의계약 자격의 적정성 여부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공공택지는 국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예비역의 친목단체인 재향군인회가 공공택지를 편법으로 분양받아 아파트 장사를 한 것은 관련 규정을 악용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간사는 경실련은 재향군인회가 화성 동탄 삼부르네상스아파트 일반분양을 통해 약 500~600억원의 수익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당시 택지비가 평당 184만원이었고 건축비를 합쳐도 평당 분양가가 4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근거에서다.

한편, 재향군인회 사업개발본부 주택부장은 8일 <오마이뉴스>의 취재요청에 대해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주택부의 한 직원은 "복잡한 사안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취재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다양한 수익사업 불구 회원 복지예산은 9.1% 불과
재향군인회 "제대군인 재취업 정부 역할 대신도 복지" 반박

▲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총회.
ⓒ오마이뉴스 권우성

재향군인회가 회원들의 복지사업에 지출하는 예산은 초라할 정도로 미미했다. 각종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국가보훈처 감사담당관실이 2004년 5월 작성한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감사실시 결과보고'에 따르면 회원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 244억1200만원(2003년 예산 기준) 가운데 9.1%인 22억1500만원에 불과했다. 예산의 90% 이상이 회원 복지 외 예산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내역별로 보면, 회원 생계보조비 지급 명목으로 2003년 회원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총 19억6391만원. 총 1022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 가운데 장성 출신은 20명, 영관 장교 출신은 341명, 위관급 장교 출신은 174명, 부사관 출신은 487명이었다.

지급대상이 창군 및 6·25 참전자 중 만 5년 이상 군복무를 마친 연금 비수급자로서 생계가 곤란한 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병 출신 회원에게는 보조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연간 30만원이 지급되는 자녀 학자금 지원의 혜택을 받은 회원은 224명에 6720만원에 불과했고 기타 회원의 직업보도, 건강관리 지원 등이 복지예산이 집행됐다.

이와 관련 국가보훈처 감사담당관실은 "전체 재향군인회 운영예산 244억1200만원 중 회원복지활동 예산이 22억1500만원으로 9.1%에 불과하다"며 "회 전체의 부문별 편성 예산 중 절감대상 예산을 찾아 복지예산으로 전용할 것"을 제안했다. 아니면 "산하 각급회 중 자체기금 보유액이 많은 자립회는 복지예산을 증액토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재향군인회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복지예산은 20여억원에 불과하지만, 전역 군인을 재향군인회에 재취업시켜 급여를 지급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복지예산이라고 말한다.

백경인 재향군인회 복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들도 복지예산을 늘리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전역 군인들의 재취업을 보장해 주지 않는 부분을 재향군인회가 대신해 주고 있다"면서 "그렇게 우리 본부에 재취업된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도 복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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