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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낮 12시6분]

▲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 김진석
"노조위원장으로 그러했고, 논설위원으로도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줄곧 비판해왔습니다. 제가 언론운동을 벌여온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이지요. 한겨레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스스로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이 지난 22일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91년 당시 김중배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사주의 편집권 침해에 맞서 그만뒀을 때 동조사표를 내고 동아를 떠났던 그로서는 두번째 '비자발적 사표'를 낸 셈이다.

손 논설위원은 한겨레로 자리를 옮긴 후 미디어담당 기자로, 노동·인권·미디어 담당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또 노동조합 위원장과 언론노조 위원장 직무대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언론운동 전선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손 위원은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배들의 고통분담에 동참하려는 뜻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노동담당 논설위원으로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문제를 누구보다 비판했던 그가 최근 한겨레 구조조정 과정의 감축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던데 있다.

사표를 제출한 날 손 위원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마지막 편지에도 이같은 고충은 고스란히 담겨있다. 손 위원은 이번 사직에 대해 "사랑해온 젊은 벗들의 충정을 이해하면서도, 고통을 전담하고 떠나는 분들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손 위원이 한겨레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손 위원은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사설 집필 등은 지금처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논설위원'이 노동·인권 관련 사설을 쓰게 되는 셈이다. 한겨레 정규직으로 그가 쓴 마지막 사설은 지난 27일자 '실업은 심각한데, 노동자는 자르고'였다.

손 위원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받았다. 지난 84년 한국경제 기자로 입사해 언론계에 입문했으며 87년 동아일보로, 91년 한겨레로 자리를 옮겼고 문화부 차장과 여론매체부장 등을 거쳐 2002년부터 논설위원으로 재직해왔다.

그동안 한국기자상, 민주언론상, 한국언론상, 통일언론상 등을 수상했으며 <신문편집의 철학>, <신문읽기의 혁명>, <언론개혁의 무기>, <한국언론운동의 논리>, <여론읽기 혁명> 등 다수의 언론관련 책을 펴냈고 소설 <아름다운 집>, <유령의 사랑>도 집필했다.

손 위원은 올해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10개 분야 전문가 1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언론인' 부문 3위에 꼽히기도 했다.

한편 한겨레는 29일 오전 현재 55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1일까지 1차 희망퇴직 기간 중 46명이 신청했고, 이후 14일부터 17일까지 2차 기간에서 9명이 추가로 퇴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기자직군은 16명이고 나머지 39명은 비편집국 분야이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손 위원과 고영재 논설위원 등 5명의 논설위원이 포함돼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논설위원 대부분은 비상임 논설위원으로서 사설 집필을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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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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