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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로운 한 해의 첫 날을 시작할 곳으로 선택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운길산에 위치한 수종사였다. 수종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25교구 본사인 남양주 봉선사의 말사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되는 지점인 양수리가 훤하게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 빨간 원 안이 수종사가 있는 곳이다.
ⓒ 정상혁
절에 올라오는 초입부터 비포장도로에 급경사 그리고 급커브까지 삼중의 어려움이 있지만, 늘 이곳에 오르는 길에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 건립중인 일주문을 지나면 멀리 미륵 부처님이 온화한 미소로 맞아준다.
ⓒ 정상혁
이 사찰이 창건된 조선시대 이래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시로 남기곤 했다. 많은 시들 중에 하나를 적어본다(지은이를 적어오는 걸 깜빡했다).

수종사를 찾아와 이곳에 올라보니
빼어난 경치가 듣던 바와 꼭 같구나
외론 뫼 높이높이 만길이나 솟아 있고
뭇 강물 모여들어 세 갈래로 나눠지네
시내 바람 일어나자 숲에서 소리나고
산비가 잠간 긋자 강 구름이 이는 듯
티끌 묻은 옷길이 청정해짐 깨달으니
어이 이를 얻어다가 세상 다툼 잊을 건가


새해의 첫 날이라서 그럴까? 미륵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고개 숙인 채 간절한 마음을 모으는 저 모습이 참 아름답다.


▲ 무얼 기원하는 걸까요? 저도 저 자리에 똑같이 서서 두 손모아 올 해 소원을 빌었습니다.
ⓒ 정상혁
오늘따라 하늘도 맑디맑아 구름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한 것이 올 한 해는 소원 하는 바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만 같다.

미륵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200~300미터만 올라가면 곧 수종사 경내다. 이곳에서도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수종사가 어렴풋이 보인다.

부처님 앞에 간절히 합장하고 고개 숙인 저 모습에는 여느 때와 달리 더더욱 진지함이 묻어난다.

저 분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저 운길산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파란 하늘처럼 올 한 해도 희망찼으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니 수종사에 도착했다. 원래 어느 절이건 맨 처음 그 절의 큰 법당에 들어가 예를 올리고 나서 경내를 둘러보는 것이 예절이지만 이곳만은 그게 좀 힘이 든다. 이유는?

▲ 바로 이 게 먼저 눈에 들어오면 법당에 들어가는 걸 잠시 잊게 된다.
ⓒ 정상혁

▲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이 유난이 돋보인다.
ⓒ 정상혁
수종사는 다른 절에 비해 참배객들을 위한 배려가 특별하다.

크건 작건 간에 절에 가면 도무지 스님들이라고는 보이는 법이 없고 법당이나 탑 앞에 덩그러니 어려운 말로 쓴 설명 몇 줄 뿐인데 이곳은 법당 입구며 법당 안의 각 단(부처님이나 보살님, 신중들을 모신 곳을 단이라고 한다)에 자세한 설명의 글을 붙여두었다.

▲ 중간쯤에 대웅보전이라고 이름붙이는 이유가 나와있다.
ⓒ 정상혁
법당을 둘러보다 재미있는 벽화가 두 개 있어 소개를 하려 한다.

▲ 대웅보전 왼쪽편 벽화
ⓒ 정상혁
먼저 왼쪽의 벽화는 다들 아는 원효와 의상스님의 해골물 일화로 크게 설명할 필요 없는 내용이다. 벽화는 원효스님이 새벽에 마신 물이 해골에 고여 있는 물이었음을 알고 놀라는 장면이다.

오른쪽 벽화는 부처님이 길을 가다 길가에 버려진 해골에 절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부모은중경의 첫 부분을 벽화로 그린 것이다.

대웅보전의 오른쪽 편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성품을 찾아가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과정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심우도(또는 열 개의 그림으로 이뤄져 있다고 해서 십우도라고도 부른다)의 몇 장면이 그려져 있다.

경내를 두루 둘러보고 돌아다보니 날씨가 추워 손도 얼고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 무료다실로 운영되고 있는 삼정헌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 날씨가 추워서인지 삼정헌 마루 밑 신발들의 수가 꽤 많다.
ⓒ 정상혁
수종사의 또 하나의 묘미라면 삼정헌에서 녹차를 우려마시면서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산 밑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실에 놓여있는 수종사라는 책자의 앞부분에 있는 글을 옮겨 적는다.

지나는 길손과 법의 손님은 시(詩), 선(禪), 차(茶)가 하나 되는 삼정헌(三鼎軒)에서 차 마시며 목을 축일 수 있음이 주인 된 납승의 자비가 아니고 수연사의 본연임을 문득 깨달으면 茶禪友가 하나 되어 법무의 바다에서 춤추고 있음을 아무도 시샘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읽고 나서 마시는 녹차 맛은 물이 좋아서 있는 그 맛이 남달리 깊고 그윽하다.

차 한 모금 입에 머금어 혀끝에 올려놓고 돌리는 그 구수함에 눈을 돌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 신선이 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 삼정헌 유리너머로 보이는 풍경. 진정한 풍류는 여기서의 차 한 잔이 아닐까 싶다.
ⓒ 정상혁
차를 마시고 일어서 돌아서니 문득 삼정헌 기둥에 붙어 있는 다포의 그림과 글귀가 눈을 끈다.

<오마이뉴스> 독자 분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전해드리는 신년 축하메시지이기도 하다.

▲ 올 한 해도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 정상혁

덧붙이는 글 | 수종사 올라가는 길은 꽤 가파르고 일부는 비포장입니다. 포장구간도 폭이 좁아 올라가는 차와 내려가는 차가 맞딱뜨리면 정말 난처합니다. 초보운전에 수동차량은 더더욱 운전조심하세요.

<찾아가시는 길>
서울 춘천방향 6번 국도이용. 가평ㆍ양평 방면으로 2.8km 지점에서 진중삼거리 -> 진중삼거리에서 왼쪽 45번 국도를 따라 가평 방향 가는길 수종사 표지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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