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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기차에서 한참을 자리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서울에서 목포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개성 역, 기차로 내달려서도 2시간도 되지 않아 도착하는 그 곳, 그리고 평양으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 '평양방면 타는 곳'. 언제 가능할 것인가,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 김선경
2005년 8월 15일이면 조선이 광복한 지 60년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또한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되어버린 날이기도 합니다. 분단 60년 동안 그토록 오기 힘들었던 땅이 아닙니까.

남과 북 모두의 소망은 평화적인 통일 아닙니까. 왜 조국의 분단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역사인식을 더 고취하고 주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입니까. 많은 물음이 던져졌습니다.

▲ 한반도기가 서서히 게양되는 모습.
ⓒ 김선경
도라산 역에서 잊을 수 없는 광경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반도기가 게양될 때의 감동이었습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한반도기가 아침의 햇빛을 받으며 게양될 때의 감동은 조국의 분단 현실을 떨쳐 버릴 듯한 용솟음의 표현인 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힘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의 감동이 순간 전해졌습니다. 북한 응원단과 축구경기를 보면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함께 목놓아 외쳤던 모습과 맞물려 한반도기의 한반도 하늘색 땅덩어리가 하늘하늘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 한반도기가 펄럭입니다.
ⓒ 김선경
태극기와 한반도기가 함께 걸렸습니다. 일제 시대 독립투사들의 가슴 속에 조국의 광복을 외치며 조심스레 숨겨져 있던 태극기,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펄럭이는 한반도기가 무척 가슴 아프게 전해져 왔습니다.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흘렀기에 정말 많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60년 세월 속에 하나여야 한다는 마음은 변치 않음을 실감하는 자리였습니다.

▲ 도라산역에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가 매우 인상 깊었다.
ⓒ 김선경
두 번째로 잊을 수 없는 광경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어입니다. 남과 북을 잇는 경의선은 남북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고속철도의 개막과 더불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철도시대의 상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남과 북이 분단된 현실입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어는 어린 시절 교과서에 꼭 등장하여 남과 북의 분단을 상징했습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60년 세월 속에서 녹슨 기찻길과 기차에 새로운 희망과 꿈을 안고 고속철도와 새로운 기찻길이 깔리는 날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개성을 거쳐 평양을, 그리고 신의주를 거쳐 러시아를, 그리고 유럽으로 쭉쭉 뻗어 나갈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의 시작 역이다’라는 문구가 도라산 역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이지만 이제 더 이상 슬퍼하기만 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성에서 냄비가 만들어져 백화점에서 팔리고 더 많은 제품들이 생산되어 국내에 유통됨에 따라 상호 신뢰와 믿음은 두터워 질 것입니다. 대학생들은 학기 중에 금강산을 다녀오면서 조국 국토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것입니다.

도라산 역에 걸린 문구는 정말 우리의 사고에 대한 강한 지적이었습니다. 남북 분단의 현실에 매몰되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한 발짝 다가서서 생각한 것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북한에 대한 교육은 없었습니다. 6월이 되면 “아~아~ 잊으려 어찌 우리 그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6월 내내 노래를 배우고 매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북한은 원수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역시 북한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은 없었습니다. 도덕 시간에 통일은 해야 되는 것인가에 관해 토론을 한 번 해본 적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6·15 공동선언을 접하면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자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통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교육 하나 없었습니다. 윤리 교과서 맨 끝에 나오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기말고사에도 나오지 않았고 수능시험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 임진강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 김선경
기차 안에서 임진강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기러기 떼들의 모습은 하나의 연하장을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고, 만약 사진기자라면 다음 역에 내려서 그 모습을 하나하나 담으려고 했을 것입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에 다시 전쟁과 서로의 불신이 난무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 새해는 저에게 한 가지 물음을 던져 주었습니다. 통일 시대를 열어갈 청소년 청년들의 제대로 된 준비와 역사인식 없이는 통일의 그날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분단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세대에게는 통일의 문제는 오히려 쉽게 풀 수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문제임에 대한 각성과 교육 없이는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음악시간에 배우는 ‘우리의 소원’이 통일 교육의 전부인 것만 같습니다.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남과 북을 서로 보고 배우고 느껴야 합니다. ‘다름’이 있다면 ‘같음’을 발견하고 ‘같음’이 있다면 ‘다름’을 존중하면서 말입니다.

더 이상 서로에게 모질고 험한 말을 그치고 함께 민족의 운명과 미래를 걱정하고 앞으로 한발 전진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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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마지막날을 목포에서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통일시대! 우리 모두의 노력과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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