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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법원의 명도집행에 따른 용산쪽방촌 강제철거를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겨울철 강제철거는 명백한 인권유린이라는 온정론과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원칙론이 열흘째 맞붙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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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보] 용산쪽방촌 혜선이 "새 집에서 살고 싶어요"

이날 길거리로 밀려난 쪽방소녀 혜선이(9) 남매의 딱한 사정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 뒤 용산구청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강제집행에 항의하는 글과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난하는 글이 뒤섞여 도배가 되고 있다. 또 쪽방촌 주민들은 용산구청 앞에서 한뎃잠을 자며 9일째 항의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구 용산공원 남쪽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도심재개발지역) 안의 쪽방촌 철거현장
용산구 용산공원 남쪽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도심재개발지역) 안의 쪽방촌 철거현장 ⓒ 석희열
이런 가운데 용산구가 진실을 가리겠다며 쪽방촌 철거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용산구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명도집행은 개인간의 재산상 분쟁문제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 법원이 집행하므로 구청이 관여할 수 없고 △김옥순(혜선이 할머니)씨가 갈 곳 없는 불우한 세입자로 보도되었으나 내막은 그렇지 않다는 등의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세입자들이 외부 세력과 연계하고 있다"

용산구는 "(이번) 명도집행은 세입자가 나가지 않으니까 집주인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집행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법원에서 구청과 협의하여 시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법원에서 직접 집행하는 명도집행에 구청이 관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용산구는 특히 김옥순씨에 대해 "경기도 부천에 다세대주택(14.6평)을 소유하고 있다가 세입자의 임대주택 요구가 한창이던 2004년 3월 17일 팔았으며, 용산구 한강로3가에도 주택(5평)을 소유하고 있다"며 "보도된 내용만 보고 내막을 모르는 독자들의 성금을 받을 만한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농성주민들에 대해서도 "관련법에는 임대주택이나 주거이전비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들은 이 둘을 다 요구하며 투쟁을 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재개발현장에 만연된 풍조에 따라 외부 세력인 빈민해방철거민연합(빈철연) 등과 연계하여 위법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와 함께 용산구는 빈철연의 배후 조종설을 제기했다.

아이디가 'subeelee'인 네티즌은 "공무원과 철거반원들이 나쁘고 저기 사는 분들은 착할 것이라는 편견이 무서운 것"이라면서 "사실 강제철거까지 갈 정도면 많이 기다리고 대책도 내놓을 만큼 내놓은 상태일 것"이라며 철거민들에 대한 지나친 동정론을 경계했다.

주민들, 개발이익 둘러싼 조합과 구청의 담합의혹 제기

지난해 12월 30일 용산구청 앞에서 비닐천막을 치며 항의농성을 벌이던 주민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용산구청 앞에서 비닐천막을 치며 항의농성을 벌이던 주민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 ⓒ 석희열
이에 대해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철거민들이 불쌍하지 않으면, 그럼 누가 불쌍하다는 말이냐"면서 "주민을 폭행한 구청장 입장에선 살던 집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고 초등학생의 교과서마저 실어간 용역깡패들이 더 불쌍한 모양"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네티즌 최인철씨는 "어린아이의 눈물을 보고도 법집행이니 원칙만을 따지는 용산구청 공무원들, 정말 차디찬 냉혈주의자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당신들의 결정이 옳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겠느냐"고 따졌다.

가재웅 빈철연 지도위원은 "빈철연은 철거민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생존권 싸움에 함께 하며 그들을 지원하고 돕는 순수 비영리단체"라며 "용산구가 배후조종 운운하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호도하고 그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음흉한 벼랑끝 술책"이라고 반박했다.

빈철연은 "도시재개발사업으로 진행돼 오다 2003년 갑자기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바뀐 배경에는 조합과 구청이 개발이익을 서로 나눠 갖기 위한 모종의 담합이 있었을 것"이라 보고 용산구청의 해명과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8일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도심재개발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옥순씨 "다세대주택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

한편 부천에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옥순씨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씨는 6일 "98년 홍익회 용산역광장 매점에 근무할 당시 단골손님이었던 이 아무개씨가 찾아와 명의를 빌려달라고 해 빌려줬을 뿐"이라면서 "한 달에 30만원도 못버는 처지에 어떻게 15평짜리 집을 살 수 있었겠느냐"며 주택 소유 사실을 부인했다.

이 아무개(73)씨도 이날 기자와 만나 "온천과 건축사업을 해오다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갖고 있던 부천시 오정구의 다세대주택을 98년 김옥순씨에게 명의만 빌려 이전해 두었다"며 "이같은 사실을 세상에 떠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 와서 문제가 불거져 다른 사람에게까지 폐를 끼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이씨에 따르면 5평짜리 미등기 무허가주택인 김옥순씨 소유의 서울 한강로3가 주택은 김씨가 지난 2000년 10월 300만원을 주고 샀다가 두 달만에 이씨에게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씨는 "담장벽이 다 허물어져 고치지 않고는 도저히 들어가 살 수 없는 집이었는데, 2000년 12월 김옥순씨한테서 인수했다"면서 "땅은 철도청 소유이고 집은 내 것이지만 무허가 판잣집이다 보니 5년째 등기 이전도 못하고 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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