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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프로메테우스출판사)를 읽었다. 주변에서 좋은 책이라 하여 사긴 샀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서, 베스트셀러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던 나였기에 우선 순위에서 밀어내다보니 몇 달 묵혔던 책이었다. 지인이 놀러 와서 ‘어머 이 책 있네’ 라며 환기시켜주지 않았으면 앞으로 몇 달을 더 묵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창가의 토토>. 지은이가 구로야나기 테츠코였다. 흠,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이름인데. 표지 속을 보니‘아사히TV 일일 대담프로인 테츠코 룸의 진행자' 라는 것이었다. 테츠코의 룸은 나도 본 적이 있던 터라 이 책에 대한 무관심이 일시에 해소되었다. 아니, 그 잘난 배우가, 사회자가, 인물만 한 인물하는 것이 아니라, 말발만 센 게 아니라 책까지 냈단 말인가?

<창가의 토토>는 지은이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어린 테츠코는 일반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아니, 테츠코가 적응을 못한 게 아니라 데츠코의 선생님들이 테츠코에게 적응을 못하여 토토(테츠코가 기억하는 어린시절 자기이름, 이하 토토)를 쫓아내었다.

1학년 어린 나이에 퇴학을 당한 토토를 그의 어머니는 일반 학교와는 교육과정이 다른 일종의 ‘대안 학교’에 보냈다.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인 ‘고바야시 소사쿠’선생님은 ‘아이들이 제각기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소질을 주위 어른들이 손상시키지 않고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는 선생님이었다.

‘문자와 말에 너무 치중하는 현대의 교육이, 오히려 아이들이 마음으로 자연을 보고 신의 속삭임을 듣고 또 영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감성과 직관을 쇠퇴시키지는 않았을까? 해묵은 연못에 개구리 뛰어드는 소리. 그 연못 속에 개구리가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이 비단 시인 바쇼만이 아니건만.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본 사람이 동서고금을 두고 와트 한사람, 뉴턴 한사람뿐이 아니건만.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걸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도 못하며 더구나 가슴속의 열정을 불사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런 참된 열정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을 아이들에게 선사하고자 하였다.

약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학교 분위기가 그러했으므로 장애를 지닌 '야스아키’는 자신의 신체를 전혀 콤플렉스로 느끼지 않았고 토토 또한 자연스럽게 그와 첫 친구가 되었다.

또, 다카하시라는 키 작은 아이를 위해 교장 선생님은 운동회의 모든 프로그램을 다카하시에게 유리하게 해 주었다. 그 결과 다카하시는 전 종목을 휩쓸어 운동회의 영웅이 됨과 동시에 그만큼 자신감을 얻었다. 뿐만아니라, 다른 아이들은 다카하시를 이겨야 된다는 승부욕에 불탔다.

몸이 불편하거나 발달지체의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내려 할 때 학부모들의 저항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아직도 비일비재한 우리네 현실은 그에 비추면 부끄럽고도 부끄럽다.

매일매일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재미있는 수업과 산책 등으로 ‘도모에’학교의 아이들은 매일 소풍가는 기분으로 학교를 갔다. 지금이야 우리나라 학교에도 학부모 일일 수업이라 하여 색다른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1940년대에 이런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교 가까운 곳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농부 아저씨를 일일 선생님으로 초빙하여 아이들에게 괭이로 땅을 일구는 법, 밭이랑을 만드는 법, 씨를 부리는 법, 비료를 주는 법 등을 실연해 보이면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게 하였다.

아이들은 농부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서 ‘제 손으로 뿌린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우며 그리고 기쁜 일’인지를 직접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선생님이 아니고 그냥 농사꾼’ 이라는 농부 아저씨의 겸손에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농사에 있어서는 농부 아저씨가 선생님이고 빵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빵집 아저씨가 선생님’이라며 아이들 앞에서 바로 정정하여 주었다.

책의 말미에 지은이는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도모에’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근황을 소개해 주었는데 모두 그 옛날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바야시 교장선생님과 함께 했던 그 시절처럼 모두 행복한 삶을 살며 '가방끈’의 길고 짧음과는 상관없이 저마다 능력을 발휘하며 살고 있었다.

추억을 먹고 자라는 것이 아이들이고, 그 ‘추억’이라는 것을 많이 먹고 자랄수록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비록 책을 통해서였지만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나도 행복했다.

그림으로 보는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고향옥 옮김, 주니어김영사(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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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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