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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오노의 그림책 <나무를 심은 사람>은 사실 어린이 책이라기보다는 어른들 책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림책 첫 장의 글부터 상당히 깊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한 사람의 인격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그 행동이 조금도 이기적이지 않고 더없이 고결한 마음에서 나왔으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그 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인물을 만난 것이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인물. 나에게는 잊은 수 없는 존경하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 전태열 열사부터 가장 최근까지도 우리와 함께 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선배들까지 잊을 수 없는 인물들이 너무 많다. 앞서 나간 선배 열사들의 고결한 죽음이 후배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극이고 얼마나 자신을 반문하게 만드는가 하는 생각을 하니 장 지오노의 이 말은 더욱더 가슴 속 깊이 박히게 되었다.

▲ 겉그림
ⓒ 이선미
<나무를 심은 사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글이다. 언제이고 주변에 나 혼자인 것 같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 지남철이 흔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양치기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 묵묵히 10만개의 도토리를 심고 있었다. 그중 2만개가 싹이 텄다. 주인공인 '나'는 양치기 노인에게 30년 동안 만 그루의 참나무가 굉장하겠다고 말을 한다. 그러자 양치기 노인은 하느님께서 목숨을 부지하게 해준다면 앞으로 30년 동안 많은 나무를 심을 테니 그 만 그루는 바다의 물 한 방울과 같을 거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주인공이 다시 양치기 노인의 마을을 찾았다.

"1910년에 심은 참나무는 이제 열 살이 되어, 나나 노인보다 키가 컸다.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말 그대로 할 말을 잃었고 노인도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온종일 말없이 숲속을 거닐었다. 숲은 세 구역으로 되어 있었는데, 가장 넓은 곳은 11킬로미터나 뻗어있었다. 이 모든 것이 아무런 기술적 도움도 없이 오직 한 사람의 손과 영혼에서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이 파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하느님만큼 유능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은 1945년 6월 마지막으로 양치기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때 노인은 여든일곱 살이었다. 주인공이 예전에 황량한 폐허였던 베르공 마을에 도착했을 때, 주인공은 자기 눈을 의심한다. 1913년에 열두어 채의 집에 세 사람만 살고 있던 그 황폐한 마을이, 이제는 산들바람이 향기를 실어오고 샘에는 물이 넘쳤다. 파릇한 풀에 시골축제를 즐기며 웃고 있는 소년소녀들, 그리고 즐거운 생활로 몰라보게 달라진 토박이들과 새로 온 사람들을 합쳐 만명도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 본문
ⓒ 이선미
"위대한 영혼으로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일생을 바친 고결한 실천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낳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생각할 때마나 나는 신과 다름없는 일을 훌륭히 해낸 사람, 배운 것 없는 그 늙은 농부에 대한 크나큰 존경심에 사로잡힌다."

양치기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1947년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베르공마을의 살아 숨 쉬는 그 모습 속에서 언제고 양치기 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에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은 사람. 자기 의지의 씨앗을 뿌리고 작지만 푸르고 푸른 잎을 발견하였다면 당신의 인생에 있어 성공은 반쯤 이룬 것이리라.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당신의 희망의 씨앗과 나무를 심겠다는 그 의지 하나만으로도 인생은 설레는 그 무엇이 된다. 오늘보다 좋은 내일, 내일보다 더 좋은 먼 훗날을 위해 열심히 살자.

덧붙이는 글 | 장지오노의 좋은 말이 하나 더 있어 씁니다.

"여러분은 자연의 선물을, 기쁨을, 진정한 세계를, 이 곳 지상에서, 지금 여기 이 삶에서 부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돈의 어리석음에 굴복해서는 안됩니다. " - 장 지오노의 <진정한 부>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 - 개정2판

장 지오노 지음, 최수연 그림, 김경온 옮김, 두레(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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