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400여년된 나무 두그루, 정자 그리고 무덤이 있는 금산부락 당산
400여년된 나무 두그루, 정자 그리고 무덤이 있는 금산부락 당산 ⓒ 서정일
그런데 더 더욱 이해하기 힘든 건 그 무덤이 시멘트와 돌로 온통 덮여 있다는 사실이다. 아는 상식으로 무덤은 흙으로 만드는 것이요 옆 부분을 돌로 쌓아올렸다고 해도 윗 부분은 흙으로 덮고 잔디(떼)를 입히는 것인데 이런 형식의 무덤은 듣도 보도 못한 일.

온통 돌과 시멘트로 덮여 있는 무덤
온통 돌과 시멘트로 덮여 있는 무덤 ⓒ 서정일
어느 누구의 묘일까? 어떤 사연이 있어 조상의 묘를 온통 시멘트와 돌로만 만들어 놓았을까? 더구나 마을사람들이 모두 신성시하는 당산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연을 알아보기 위해 마을을 기웃거렸다.

"당산에 누가 묘를 쓰게 한다요. 우리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다고 합디다."

50여년 전에 시집 왔다는 김종신(66) 할머니는 더 이상의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아무튼 오래된 일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사연을 알아보지 않고는 떠날 수 없는 일, 30여분 가량 당산 주위를 맴돌았다.

멀리서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조삼석(67)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냐며 다가온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조할아버지는 사연많은 무덤이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멘트와 돌로 무덤을 만든 이유를 설명하는 조삼석 할아버지
시멘트와 돌로 무덤을 만든 이유를 설명하는 조삼석 할아버지 ⓒ 서정일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이니까 아주 오래된 무덤이지."

김 할머니의 얘기와 같다. 무덤의 역사가 오래된 건 확실했다.

"내가 열살 때쯤 되었을까? 이 무덤은 동네애들 놀이터였지, 미끄럼도 타고 그랬는데 무덤이 다 파헤쳐져서 관까지 보일 정도였어."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묘였기에 그저 자그만 언덕 정도로 생각했다는 조 할아버지. 그러던 어느날 이웃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와서 대동보를 보니 자신의 조상 묘가 맞다면서 무덤을 보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은 또 다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 가운데로는 길이 생기고 파헤쳐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금산부락이 80여 가구가 넘었고 아이들 또한 많았던 터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무덤 주인이 얼마나 고민했겠는가? 어느날 갑자기 돌과 시멘트로 무덤을 덮어버렸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없어진 셈, 더 이상 무덤을 찾지 않은 건 당연한 일. 훼손 또한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론 무덤 후손들조차 찾아오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고 한다.

조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돌과 시멘트로 덮혀 있는 금산부락 당산에 있는 무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훼손은 했지만 무덤에 찾아와 놀던 아이들 그리고 종종 들러 살펴봤던 후손들. 이젠 더 이상 훼손될 일은 없지만 아이들의 발길은 끊어지고 후손들 또한 찾지 않으니 무덤 속의 인물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던 그때를 더 그리워하지 않을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순천만닷컴(www.suncheonman.com)에도 게재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