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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저녁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의 시사회가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새로운 물결 21` 회원과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회원이 시사회장 입구에서 영화상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 대표 입장에서는 아버지 일에 그럴(가처분 신청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영화 발전과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소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계속 픽션으로 가다가 마지막에 장시간 박 대표가 여러 차례 나오는 논픽션(박 전 대통령 장례식 자료화면)을 가미한 것은 의도적이다. 영화 내용을 전부 우리 역사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28일 열린 영화 <그때 그사람들> 시사회에 참석한 10여명의 여야 의원들은 당적에 따라 엇갈린 영화평을 내놓았다.

이날 저녁 7시께 용산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사 측은 이름이 적힌 이메일 티켓을 일일이 확인한 뒤 참석자들을 들여보내는 등 가처분 신청 등 논란을 의식해 출입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영화에 대한 정치적 입장은 참석자 규모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났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재홍·김형주·배기선·유승희·이목희·이화영·정청래 의원 등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지만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는 이계진 의원과 한선교 의원만이 모습을 나타냈다.

열린우리당 "공격도 미화도 아니다. 영화는 영화로 보자"

▲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의 한석규, 백윤식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청래 의원은 "아버지 일인데 박 대표 입장에서는 그럴(가처분 신청 등으로 대응할) 수 있고 가슴아픈 일"이라면서도 영화에 대해서는 "영화 발전과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소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한국 영화가 중흥기를 맞은 것도 표현의 자유가 늘어났기 때문이고 영화는 단지 영화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목희 의원은 "특별히 누구를 공격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았는데 이를 갖고 창작의 자유를 제한한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고, 김형주 의원은 "터치가 진지하지는 않았지만 지도자라는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라고 평했다.

열린우리당내 70년대 긴급조치세대 의원모임인 '아침이슬' 소속 유승희 의원의 감상은 보다 복잡했다.

유 의원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약간 들뜬 목소리로 "공직자였던 아버지가 당시 (박 전 대통령 사망으로) '자유'라면서 좋아했고, 어머니는 이런 얘기가 밖으로 새어나갈까봐 걱정했다"며 "시대가 지나서 이런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숙을 보여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유 의원은 "쓸쓸하다"는 소회를 내비쳤다. 70년대 암울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아직 이른 영화... 제작에 의도성 있어"

▲ 24일 저녁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의 시사회가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시사회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영화를 보기 전과 후의 감상이 크게 달랐다. 애초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영화는 영화"라면서 정치적 발언을 삼갔으나 영화를 본 뒤에는 "의도성이 있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선교 의원은 시사회장에 들어서며 "박근혜 대표는 아버님 일이라서 명예훼손을 한 것이고 예술작품인데 나쁜 의도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지금은 한나라당에서 박 대표와 함께 정치를 하지만, 사건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대부분 대학생들이 정부에 대해 호의적이진 않았다"며 과거 유신시대의 상황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뒤 한 의원은 "계속 픽션으로 가다가 마지막에 장시간 박 대표가 여러 차례 나오는 논픽션(박 전 대통령 장례식 자료화면)을 가미해서 젊은 세대가 보면 영화 내용을 전부 우리 역사라고 느끼게 만들었다"며 "제작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에서 반성할 부분도 있지만 자랑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한정된 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영화에서 (그 부분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영화 형식에 대해서도 "잔상이 하나도 남지 않고 깊이가 없는 뻔한 이야기"라며 "느낌이 좋은 영화는 아니고 임상수 감독 역량에 맞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이계진 의원 역시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는 "한나라당 논리에는 맞지 않는 영화지만 한나라당 의원들도 같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초대하지 않았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급히 시사회장을 나섰고 영화에 대해서는 "10분의 1 이하만 박수를 치고 나머지는 침울해했다"며 "아직은 이해관계가 얽힌 분들이 많아서 이런 영화를 만들기에는 이른 시대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원들이 대부분 지방에 내려가거나 해외 출장 중인 민주노동당에서는 김혜경 대표와 김창현 사무총장, 주대환 정책위 의장 등 최고위원이 자리했다.

김 대표는 "민감한 소재지만 박근혜 대표가 꼭 봤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당원인 영화배우 문소리씨가 출연한 <바람난 가족>. 김 대표는 이날 시사회에서도 문소리씨는 물론 배우 오지혜씨 등 당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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