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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남과 북은 보다 나은 지구촌을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스위스 다보스와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세계시민사회포럼(WSF)이 각각 열린다.

세계경제포럼은 NGO관계자들 등으로 참석범위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주축은 여전히 세계의 대기업관계자들과 주요 선진국들의 정치인들이다. 이를 '가진자들의 세계화'라며 비판하고 나선 세계시민사회포럼은 세계의 주요 NGO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두 대회는 참석자만 다른 것이 아니고 어젠다도 다르고 대회문화도 다르다.

오마이뉴스는 두 세계포럼에 국제부 민경진 기자와 경제부 김영균 기자를 특파해 세계의 메인스트림과 시민사회가 각각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한다. 한편 다보스포럼에 미디어펠로우로 초청된 오연호 대표는 27일 저녁 <블로그와 시민참여저널리즘> 세션에 패널로 참여해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도를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이 아프리카의 빈곤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WEF

▲ 자끄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위성중계를 통해 연설하고 있다.
ⓒ 민경진

[2신 : 27일 오전 11시 20분]

다보스포럼 참석자들 "빈곤해결이 지구촌의 가장 시급한 문제"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은 26일 오후 3시간동안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을 가졌다.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세계지도자들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주대회장에서 이뤄진 미팅에는 약 8백명이 참석했다.

이 미팅의 특징은 모든 참여자들이 발언할 수 있도록 짜여진 것. 주대회장과 옆방에 마련된 80개의 원탁에 각각 10여명이 둘러앉아 약 3시간동안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무선 키패드(Keypad)를 통해 즉석에서 투표를 했고 그것은 전체 통계에 즉각 반영돼 대회장의 대형 스크린에 비춰졌다.

이들이 선정한 '세계지도자들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어려운 문제들'의 우선순위는 1) 가난극복(64.4%), 2) 평등한 세계(54.9%), 3)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51.2%), 4) 교육향상(43.9%), 5)중동평화(43.7%)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일반인들은 과연 누구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도 타운 홀 미팅에 참석한 이들이 즉석에서 키패드를 통해 종합통계를 만들어가면서 나왔다. 참석자들은 남자(66%)가 여자(34%)의 배에 가까웠고, 50대(41%)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40대(28%)였다. 직업별로는 경제인(50%)이 압도적이었고 다음이 언론인(9%)과 학자(9%)였다. NGO(8%)에서도 적지 않은 수가 참여했다. 또 지역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이 각각 35%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그 다음이 아시아(15%)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아프리카의 빈곤문제가 주요주제로 등장했지만 정작 아프리카에서 참석한 숫자는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지도자들이 이런 문제들을 잘 해결해낼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3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89%가 어떤 방식이든 자신이 그런 문제들을 푸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세계의 양극화 경악할 정도"

타운 홀 미팅에 이어 자끄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이 위성으로 생중계됐다. 시라크 대통령은 당초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기가 불순해 영상연설로 대체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약 50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지구촌에 빈곤지대가 심각하게 형성되고 있는데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NGO 등이 파트너쉽과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양극화가 경악할 정도에 이르렀다"면서 몇가지 사례를 들었다.

"작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두 개 기업의 매출액 합계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GNP보다 더 많다...1980년에는 못사는 나라와 OECD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가 1대30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1대 80으로 벌어졌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나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은 희망과 미래를 잃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연대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영국이 GDP의 0.7%를 가난한 나라를 위해 지원하고 있는데 다른 선진국들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일시적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한 자금지원에 프랑스가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지구 온난화 문제 국제공조 시급"

시라크 대통령에 이어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이 연설을 했다. 블레어 수상은 대회장에 직접 참여했는데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약 2천여명이 참석자들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다. 좌석이 모자라 무대를 제외한 3면이 서서 듣는 참석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토니 블레어 수상은 연설의 초점을 아프리카의 빈곤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에 두었다.

블레어 수상은 "아프리카에서는 현재 3억명이 안전한 식수를 먹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고 에이즈로 죽는 사람이 매일 6천명에 달한다"면서 아프리카의 빈곤 해결에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수상은 또 "우리의 미래 생존을 위해 지구온난화 방지책을 국제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부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정책이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고도 공해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블레어 수상은 이 발언에 앞서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연설내용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자신이 설정한 의제를 국제사회에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스스로가 국제사회가 설정한 의제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해석에 따라서는 미국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받아질 수도 있어 주목을 받았다.

한편 개막식날인 26일 저녁 7시경 토니 블레어 연설을 마지막으로 주대회장에서 열린 행사는 모두 종료됐다. 그러나 다보스의 밤은 자정무렵까지 훤히 밝혀졌다. 저녁식사를 곁들인 2시간짜리 주제토론이 10여개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어졌다. 그 중에는 "왜 잘 사는 선진국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토론도 있었다. 또 밤 10시경에는 미국의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브스>가 마련한 파티가 열리는 등 곳곳에서 글로벌 인맥쌓기 마라톤이 계속됐다.

▲ '타운홀 미팅'에서 주요 포럼 참가자들이 즉석 전자 여론조사에 응하고 있다.
ⓒ 민경진

[1신 : 26일 저녁 8시 40분]

"글로벌 인맥구축 마라톤 시작됐다"
토니 블레어 등 3천명 참석.. 한국 정.재계 인사 20여명도


먼저 퀴즈 하나.

다음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동영, 샤론 스톤, 존 케리,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빅토르 유시첸코, 빌 클린턴, 안젤리나 졸리, 마이클 델, 강금실……

서로 별 관련이 없을 법한 상이한 인사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이들이 26일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5일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유력인사 3천여명이 참여하는 2005년 세계경제포럼이 우리 시간으로 26일 오후 8시(현지시간 낮 12시) 오프닝 리셉션을 시작으로 개막됐다.

인구 1만3천명의 작은 도시인 다보스는 지금 하얀 눈에 잠겨 있다. 수일전부터 내린 폭설로 스키장은 물론 호텔과 도로도 온통 눈에 덮혀 있다. 다보스포럼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눈길을 헤치며 포럼 사무실까지 걸어가 등록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측 참석자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회장, 김선동 에스오일 사장 등도 오전 9시경 등록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먼저 대회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오마이뉴스> 기자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론인들. 이들은 오전 8시경부터 대회장 옆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아 노트북 등을 이용하기 위한 좋은 장소를 선점했다. 프레스센터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비행기 탑승때와 맞먹는 검색절차를 거쳐야 했다. 오전 11시경에는 약 4백여명의 언론인들이 프레스센터를 가득 메웠다.

개막은 낮 12시지만 오전부터 이미 크고 작은 비공식 미팅은 시작됐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세계경제포럼에서 국가경쟁력 조사를 담당하는 책임자인 오거스토 로페즈 클라로스를 만났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해 10월 '2004년 세계경쟁력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2003년보다 11단계 떨어진 29위였다.

문 사장은 클라로스씨를 만나 이 조사가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한국을 조사할 때 샘플로 선정된 사람들이 대기업 영향권에 있는 인사들로 한정됐다는 점이고 둘째는 국가정책보다는 국가이미지가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클라로스씨는 일리있는 문제제기라면서 "내년부터는 샘플을 다양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세계경제포럼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조사할때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조사대상 샘플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는데 내년부터는 다른 기관에도 샘플선정을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 '알 자지라'의 아마드 셰허 편집국장(왼쪽 끝)등 참석자들이 세계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해 즉석 토론을 벌이고 있다.

▲ 26일 첫 세션에 참석한 중국 대표의 발언을 취재 중인 기자들
ⓒ 민경진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 영국 블레어 수상 연설 예정

26일 시작된 다보스 포럼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노동계, NGO, 학계 등 96개 나라에서 총 3천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이날부터 닷새 동안 200회가 넘는 각종 포럼과 워크샵을 통해 올 해의 주요 이슈와 관심사에 대해 광범위한 토론을 벌인다.

다보스의 이날 기온은 시내가 영하 19도이고, 산 위의 스키장은 무려 영하 23도까지 떨어졌다.

매서운 강추위가 한창이고 폭설이라도 내리면 교통대란에 빠지기 일쑤인 스위스의 이 작은 산골 마을에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보스 포럼은 지난 1971년 경영현장을 잠시 떠난 최고경영자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됐지만 지금은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의 표현처럼 "세계 최대의 인맥구축 마라톤"이 되었다. 명함 상자 몇 박스씩을 지닌 채 다보스에 온 참석자들은 대회가 끝날 때면 그보다 더 많은 명함을 모아 돌아간다.

개막식 당일에 모습을 보일 인사들만 보아도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 자끄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적 거물들이 즐비하다. 토니 블레어 수상은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연설에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세계적 대응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루는 교토기후협약에 조인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해 토니 블레어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이번 대회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존 케리 2004미대선 후보, 압바스 팔레스타인 신임수반 등도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참여한다. 한나라당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이 '차세대세계지도자'중 한 명으로 선정한 원희룡 의원이 참석한다.

경제계에서는 KT 이용경 사장,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에스오일 김선동 회장,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정준 솔리텍 사장, 윤영각 삼정KPMG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등이 참석한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는 미디어 펠로우 자격으로 이번 포럼에 초청되었으며 27일 저녁 <블로그와 시민참여저널리즘> 세션에 패널로 참가해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도에 대해 소개하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 대회 당일 아침 다보스 시내는 밤새 내린 폭설을 치우는 작업차량들로 새벽부터 분주하다.
ⓒ 민경진


스위스에 5천만달러 관광소득 안겨...비판자들 시위도

올 해 세계경제포럼의 주제는 "힘겨운 선택에 대한 책임-Taking Responsibility for Tough Choices".

대회 주최측은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영향력 있는 핵심 인사들을 모아 인류가 맞닥뜨린 당면 현안에 대해 의미 있는 해결방안을 도출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다보스 포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포럼에 비판적인 측은 다보스 포럼이 우월감으로 가득한 유명인사클럽의 사교 장에 불과할 뿐이며 유명세와는 달리 별다른 합의나 내실 있는 성과도 이루어 낸 것이 없다고 깍아내린다. 포럼 기간 중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시위가 대회장 주변에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 주도의 세계화에 따른 빈부격차 등 그 부작용에 비판적인 NGO 그룹은 같은 기간 브라질의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다보스 포럼에 대항하는 '세계시민사회포럼(WSF)'을 개최한다.

오마이뉴스는 세계화에 대한 상이한 두 가지 시각을 독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전하기 위해 다보스포럼과 포르토 알레그레의 세계시민사회포럼 현장에 취재진을 파견, 참석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두루 전할 예정이다.

올 해 다보스 포럼이 성공작이 되든 별 성과 없는 밋밋한 모임으로 남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대회 개최지인 스키 휴양지 다보스가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것.

다보스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3천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뿌리고 가는 돈만 무려 2천5백만 달러에 육박하고, 스위스 전체적으로는 최대 5천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게 스위스 당국의 예측이다.

다보스포럼의 전략적 후원자인 세계적 기업들도 이번 대회기간 자사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부시 대통령 등 미국측 주요 정계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IBM, 코카콜라, 구글 등 미국의 주요기업들이 전략적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아우디는 참석자들에게 무료 탑승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보스의 각 호텔 로비에는 <타임> <와이어드> 등 유력 매체들이 무료로 특별판을 나눠주며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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