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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코리아가 곧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 저가모델 아이포드 셔플.
ⓒ 애플코리아

MP3 플레이어 종주국임을 자랑하는 국내 토종업체에 '아이포드'(i-Pod) 열풍의 주인공 '애플'이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하드디스크(HDD) 타입 MP3 플레이어인 아이포드로 전세계 시장을 움켜쥔 애플이 이번에는 국내 업체가 강세인 플래시메모리 타입 MP3 플레이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PC 분야의 비주류 업체가 MP3P 분야의 주류를 노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포드 셔플'(i-Pod Suffle)이라는 가볍고 깜찍한 디자인의 MP3 플레이어를 저가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국 시장에만 이러한 공격적 마케팅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점. MP3 플레이어 세계시장 장악을 위한 시험무대로 한국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애플은 HDD 타입 전 모델의 가격을 크게 내렸다. 기종별로 가격 인하 폭을 살펴보면 아이포드 미니 4GB 모델은 34만1000원에서 29만7000원으로, 아이포드 20GB는 41만8000원에서 36만3000원으로, 40GB 모델과 U2 스페셜 모델은 48만4000원에서 42만9000원으로 낮췄다. 아이포드 포토 모델 역시 40GB는 68만2000원에서 60만5000원, 60GB 모델은 기존 79만2000원에서 70만4000원으로 내렸다.

플래시메모리 타입인 아이포드 셔플의 가격은 초저가로 평가될 정도로 저렴하다. 조만간 국내에도 출시될 512MB 모델은 12만5400원, 1GB 모델은 18만9200원 수준이다. 비슷한 용량의 국내업체 모델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쪽은 아이포드 셔플의 강점으로 심플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료 주크박스인 아이튠즈(i-Tunes) 서비스도 아이포드 열풍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한국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아이포드의 갑작스런 저가공략은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만 밝힐 뿐 구체적 배경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격인하 배경에 대해 "아이포드 하드디스크 타입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던 상황에서 셔플이 대중친화적 모델인만큼 저가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전세계 판매량 확대에 따른 가격인하 여지 발생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플래시메모리형 MP3P 국내시장의 진입을 일단 낙관하고 있다. 필요 기능만을 고도로 압축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한국에도 적잖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MP3P가 3년전 처음 나왔을 때 LCD창이 없고 기본 기능만 갖춘 제품을 지금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액정의 필요성이 높은 이용자들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을 요구하는 소비층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에서도 아이포드 셔플에 대해 괜찮다는 반응이 많고,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국내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크게 비관하지 않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포드 셔플 저가전략을 두고 "셔플로 국내 인지도를 높인 뒤 경쟁력이 강한 HDD 타입 MP3P 시장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아이포드 셔플은 HDD타입 MP3P 시장확대를 위한 '미끼'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국내업체들의 반응

▲ 토종업체 레인콤이 생산해 판매중인 아이리버 모델. 레인콤은 최근 애플의 가격인하 조치에 맞서 일부 제품의 25%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 레인콤
세계적 MP3P 업체와 안방에서 '전쟁'을 벌이게 될 레인콤, 거원시스템 등 토종업체들은 크게 긴장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아이포드 셔플의 기능이 2∼3년전 수준에 불과할 만큼 단순한데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LCD창도 부착돼 있지 않아 큰 호응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인지 국내업체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셔플을 MP3 플레이어로 보기 힘들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아이리버의 레인콤] MP3P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레인콤은 최근 몇몇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IFP 780·880'(256MB)의 가격을 18만7000원에서 14만9000원으로 내린 것. 레이콤쪽은 "부품이나 원자재가 떨어지면 매번 가격을 내린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애플의 국내시장 진입에 맞대응하기 위한 '응급조치'로 해석된다.

레인콤은 애플의 저가제품 판매를 통한 '한국상륙작전'이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포드 셔플만으로 까다로운 국내 디지털 세대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김동환 레인콤 홍보팀 과장은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은 웬만한 성능을 갖추지 않고선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며 셔플의 성공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다만 HDD 타입의 MP3P 시장 확대에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긴장하는 눈치다. 김 과장은 "HDD형 MP3P 시장을 어떻게 키울건지 고민하고 있고 HDD형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 이상으로 올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과장은 "국내시장에서 플래시메모리형 MP3P 비중은 95% 정도가 되는데 당장 그 시장을 애플이 제치고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이오디오의 거원시스템] 업계 2위로 평가받는 거원시스템도 가격인하 맞불놓기 움직임에 일단 동참하긴 했지만 기타 후속대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셔플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데다 '아이오디오'는 아이포드 셔플과는 시장 자체가 달라 직접 경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함연호 거원시스템 홍보팀장은 "거원시스템이 내놓고 있는 다기능 제품인 '아이오디오' 시리즈를 아이포드 셔플 수준까지 내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추가적 가격인하에는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오히려 함 팀장은 "결국 신제품이 나오면 가격대는 다시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거원시스템도 레이콤과 마찬가지로 아이포드 셔플의 성공 확률을 낮게 봤다. 함 팀장은 "셔플이 너무 초저가 모델이어서 국내 업체들은 황당해 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한 뒤 "지금은 거의 생산되지 않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에 어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애플의 마케팅 능력이나 브랜드 파워, 브랜드 이미지 등 위협적 요인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거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 시리즈. 거원시스템은 애플의 가격인하 방침이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 거원시스템 제공

아이포드 셔플의 출시가 국내업체게 미칠 영향

아이포드 셔플의 출시는 곧장 저가 MP3P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업체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레인콤의 한 관계자는 "MP3P 시장의 10∼18%가 중저가 시장인데 애플은 이 시장을 노리는 것 같다"며 "결국 직격탄 맞는 곳은 중소업체들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함연호 거원시스템 홍보팀장도 "저가모델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많이 내린 것으로 아는데 이는 셔플 출시 때문으로 보인다"며 "국내 MP3P 저가모델시장 쪽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토종업체 선호 속 애플의 연동기능 높이 평가
애플의 저가공략 바라보는 누리꾼의 시각

국내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토종업체쪽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A/S에 대한 불안감, 국내업체와의 기술력 차이 등이 토종업체 제품의 선호를 형성케 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네이버> IT 토론방에 'criss2258'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아무리 싸더라도 액정도 안되고 음질도 검증 안됐고 별로 구미를 당기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coolcati'라는 누리꾼은 "어이없는 약관으로 A/S 안되는 아이포드보다 국산이 훨씬 낫다"며 토종업체의 우위를 확신했다.

"아이포드도 이쁘고 음색도 괜찮은데, 재생시간이 정말 최악"이라고 말한 누리꾼(enuf2luv)도 있었고 'levlandau2'라는 누리꾼은 "우리나라 사람은 액정이 있어야 되고 라디오, 녹음 등의 부가기능을 원하기 때문에 애플은 위협적인 정도는 아닐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포드를 추천하는 글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저렴한 가격과 아이튠즈(i-Tunes) 등과의 연동기능이 마음에 든다는 내용들이었다.

아이디가 'vlxlaktmzm'인 누리꾼은 "아이리버가 기능이 많은 건 사실인데, 그 조악한 품질로 아이포드의 완성도는 절대 못 따라간다"는 이유를 들었다. 'byshside'는 "애플은 디자인, 인터페이스, 효율성 등등에서 앞서간다"는 이유로 애플 제품에 손을 들어줬다.

'dvalin'란 누리꾼은 "아이포드 셔플은 기계보다 아이튠즈와 함께 사용할 때 진가를 보이는 방식"이라며 "단점은 액정부재이지만 그래도 가격 면에서는 셔플을 갖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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