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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8.15 60년 추진위원회' 기획전문위원 김상수(연출가)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의 전문이다...편집자 주

광화문이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천신만고(千辛萬苦),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노무현’ 이라는 자막이 전광판에 나타났을 때 길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서로 얼싸 안았다. 아, 민주주의여!

그러나 지금,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임기 3년차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과연 이 땅에 희망은 있는가? 몰염치가 판을 치고 삶의 환경은 날로 피폐해져 개인적인 생존과 삶의 조건이, 삶 자체를 회의하게 만들고 인간의 자존심은 자꾸 상처받고 모욕을 느낀다.

‘참여’라는 언표와는 다르게, 지금 보이고 있는 이 정부의 실상은 ‘고립’을 향해 치닫고 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고립되고 있는 것인가? 긴 시간 침묵을 지키며 그간 비판적 지지자로 있던 일군의 사람들마저 쓸쓸하게 돌아서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왜? 무엇 때문에 작금의 정치와 정부는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는가? 정부의 국정지표와 국정원리가 명(名)과 실(實)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민주주의자이자 참여정치의 주창자인 대통령 노무현의 정치신념과 양식을 배반하며 지금의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리는 자들은 과연 어떤 자들인가?

지난 시절 군사독재 시대에,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다치고 죽었다. 안타까운 생(生)들이 무차별로 희생당하면서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조금씩 진전시켰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혼란과 갈등, 총체적으로 미친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정당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난 2년간 뭔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듯한 분위기는 풍겼지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능력의 있고 없음까지 질문을 당하면서, 요란스런 수선만 떨다가 갈피를 못 잡고 스스로 지치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지경이 되고 있는가 말이다.

계속되는 정치와 정책 결정의 갈지(之)자 걸음과 파행의 형세는 국민들에게 이미 피로감을 넘어서서 어떤 불안으로까지 엄습(掩襲)해 오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반개혁의 세력들만이 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보다 더 정확하고 명징하게 문제를 짚을 수 있어야 한다. 적(敵)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바로 내부에도 있다.

작년 연말 12월 20일 문화관광부로부터 본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정부 각 부서에서 우수한 공무원들을 차출, 4명의 민간 전문가들과 기획단을 결성, 2005 8. 15 광복 60년 기념사업과 행사를 준비하는데, 그 추진기획단에 기획전문위원으로 앞으로 1년 6개월간 상근 근무를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갑작스런 내용이었다.

마침 그 때 본인은 일본에서 준비 중이던 본인의 창작연극 <섬.島.isle>의 도쿄 앵콜 공연 일정을 일본측과 협의하고 있었고,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작업진행 예정인 본인의 영화 시나리오의 한국어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소설로 재창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1년 6개월 동안이나 임시직 상근 공무원이 된다? 전혀 생각도 못했고 예정에 없던 일이라, 이렇게 저렇게 밤잠을 설치며 며칠을 망설이다가, 참 오랜만에 나라의 부름이고 또 미력하지만 어쩌면 작은 역할이나 보탬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월급이나 수당, 대우나 직급 등은 묻지도 않고서 광복60년 추진기획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부랴부랴 국제전화를 걸어 모든 일정을 미루거나 조정하고는, 최소한 1,2년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만 하는 국가 행사나 사업을 벼락치기로 준비하는 여전한 습성은 왜 못 고칠까 의아해하면서도, 바로 다음 날부터 출근을 하기 시작하여 전체적인 8.15 행사의 기본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행사 슬로건과 행사 주제를 제안하기 위한 자료조사와 작업을 하게 됐다.

본인이 크리스마스 전야인 날도 깜빡 잊고 일 속에 빠져 며칠을 보내는 동안에, 8. 15 추진기획단이 일을 해 나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산만하고 비조직적이었다. 각 부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도 1개월이 넘도록 뚜렷하게 역할과 일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본인과 같은 기획전문위원이라고 소개받은 사람들 세 사람들의 면면이 기획의 전문성은 고사하고 자율적 창의적인 인상보다는 낡고 관습적이며 시스템 밖의 막후에 있는 총리실 특채 비서관 한 사람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등, 뭔가 전문적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끼리끼리의 익숙한 문화’에 절어있는, 꼭 정치파벌의 사당적(私黨的) 패거리 같은 인상이 짙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일정 규모의 국가 문화예술 행사를 중심에서 치른 경험도 없었고, 그 중 한 사람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또 한 사람은 어느 정당의 지방 조직팀장으로 일했던 사람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특정 민간예술단체의 총무격인 사무총장 출신임을 알게 됐다.

8.15 60년 기념행사나 기념사업은 결코 정치 정략적인 차원의 정치사업이나 정치행사가 아니다. 대통령훈령에서 뚜렷하게 규정하고 있듯이, “2005 광복 60년 기념사업이라함은 2005년을 자주독립, 분단극복, 통일 및 동북아 공동번영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는 8.15 기념행사, 국내외학술대회, 문화 예술행사, 출판 등의 사업을 말한다”

대통령훈령에 비추어도, 일의 전문성에서나 일의 영역에서나 문화, 예술, 학술 등의 전문성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거나 그 전문성을 따지기에는 너무나 한계가 있는 사람들을 기획전문위원으로 선임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인사이며 국가행사나 국가 공무가 사사로운 사적 클럽의 모임행사처럼 취급되는 인상이었다.

미루어 짐작은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국정이 이렇게 엉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인가. 8. 15 60년 기념행사와 기념사업 추진기획을 준비하는 문제가 비록 이 정부의 작은 부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본다고, 또 앞으로 3년간 이 나라의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참여정부’이기에, 나는 내가 경험한 이 문제가 결코 작은 문제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로 나가서 패하고 총리실 비서관으로 특채된 사람이 기획단 시스템의 일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후에서 8.15 60년 사업에 직접적으로 좌지우지 전횡으로 개입하는 현상은, 그 개인의 자질문제도 있겠지만 누가 보아도 상식이하의 온당치 못한 관여라고 보였다.

8. 15 60년 기념사업과 행사는 역사학자와 학술전문가 그리고 문화예술 전문 관계자들이 기획전문위원으로 위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총리실 특채 일개 비서관이 사적으로 결성한 ‘끼리끼리’의 사람들이 8.15 광복 60년의 기획전문위원 명목으로 행세를 하면서, 대통령 훈령에 의하여 각 부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인 광복 60년 추진기획단 공무원들을 복지부동(伏地不動)도 아닌, 속수무동(束手無動)으로 손발을 묶어 놓고,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8. 15 추진기획단 현실에 나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총리실 특채 비서관과 그가 조직한 기획전문위원이란 자들과는 생각을 주고받는 논리적인, 지적인 대화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고, 그러하니 토론의 장은 아예 성립이 안됐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겸손한 자세는 처음부터 없었다. 이견(異見)이 생기면 곧 바로 “같이 있든지, 나가든지, 택하라” 는 식이었다. 총리실 특채 비서관이 시키는 일만 그저 받아서 하면 된다는 이들 기획전문위원 세 사람의 행태를 보자면, 이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공무를 집행하는 방식일 수는 도저히 없다는 생각이 일었다.

다행히 추진기획단에 근무하기 위해 정부 각 부서에서 파견을 나온 공무원들은 국무총리실 특채 비서관의 전횡이나 그가 조직한 사적 조직의 관여에 눈치나 보면서 ‘열중쉬엇’ 하고 있는 공무원들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네들의 전횡을 끈덕지게 인내하고 천천히 자기가 할 일들을 찾아서 준비하는 성실한 공무원들이었다. 그러나 일의 효율성이나 행사나 사업 준비의 절대시간 부족인 현실을 보면서, 일이 지체되고 있는 현실을 모두들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광복 60년 추진위원장을 정부 측 공동위원장으로 이해찬 국무총리를, 민간위원장에는 장상 전국무총리서리를, 자문위원장에는 오지철 전문화관광부차관을 내정하였다는 사실을, 총리실 비서관들과 기획단 단장, 기획전문위원들이 참여한 회의석상에서 알고 나서, 본인은 적절한 인사가 아님을 문제제기를 하자, 이들은 ‘화합형’ 인사결정이라고 본인의 문제제기를 과소평가했다. 며칠 후 시민단체 등 여론이 이를 문제 삼자 한동안 우왕좌왕 재인선을 하면서 시간을 또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광복 60년 추진위원 명단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각고의 희생을 치른 사람들인 독립운동관계 인사들이나 광복인사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저 신경의 막힘과 무감각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의 문제제기가 있자, 총리비서관의 답변 또한 기가 막혔다. 이들을 선정한 이유는 “화합형 인사”이며 “추진위원회란 게 밥 한 두 번 먹는 요식행사에 참석하는 인물들이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라는 말을 했다. 오만하기 그지없었고, 더하여 무지하게까지 느껴졌다.

총리실 특채 비서관, 이 사람에게서 난 뭔가 단단히 고장난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고, 총리실의 정상적인 시스템인 국무조정실과 비서실, 심지어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 비서관이 하는 역할이나 일의 진행을 제대로 보고나 받을까 하는, 의구심도 일었다.

어느 날, 민간예술단체 출신 기획전문위원이 나에게 말하기를, 총리실 비서관 2인과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출신이 같이 국무총리에게 광복60년 행사와 사업에 관한 브리핑을 했고, 그 자리에서 메인 슬로건도 결정이 됐다는 말을 해 왔다.

이건 또 무슨 얘긴가? 기획전문위원으로 멀쩡하게 위촉되어 있는 본인도 모르게 또 공적인 시스템 안에서의 논의도 아니고, 외부에서 광고 문안 작성자를 불러다가 8. 15 사업과 행사의 기획과 슬로건, 주제 언어가 결정되다니.
그래? 결정된 메인 슬로건이 뭐냐고, 나는 물었다.

“‘나라를 키우자’ ‘큰 나라, 큰 사람이 되자’ 로 정했으며 ‘디지털 코리아, ’‘다이나믹 코리아’ 와도 상통하며 총리에게 보고를 했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 가는 게 도리이며, 특히 피고용인인 우리들 신분인 기획전문위원은 고용주인 총리실 비서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는 등 도대체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를 주문처럼 나에게 했다.

“나라를 키우자!”? 이 무슨 말장난을 하자는 건가?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말장난이 국가 언표로 버젓하게 사용되어야만 하는가? 어떻게 무엇으로? “나라를 키우며”, “큰 나라 큰 사람”이라니? 발육부진인 ‘작은 나라, 작은 사람인 한국인’은 서양인들처럼 “큰 나라 큰 사람”으로 ‘성장’을 해야만 한다는 얘기인가?

나는, 지난 정권들이 허장성세를 유도했던 언표가 다시금 국가의 언표나 슬로건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60년을 맞는 8.15는 우리들 삶에 희망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희망이란 허세를 유포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공건물이나 길거리에 ‘제2의 건국’이라고 쓴 깃발이나 걸어놓고 “다시 뛰자!”라는 구호나 슬로건으로 국민을 이끌 수 있다고 여겼던 김대중 정부의 ‘제2건국운동’은 지금 자취도 찾아볼 수 없다.

조악하고 거칠며 상투적인 억지 슬로건으로 “키우자!” ”뛰자!“ ”하자!“ 등으로 정신을 다 빼놓고 마구잡이로 냅다 “키우고” “뛰고” 달려온 개발독재시대 때나 전정권의 성장시대 패러다임의 언표처럼, 계속 “키우고” “뛰고” “달려서” 완전히 끝장을 내자는 얘긴가? 도대체 무엇을 “키우자”는 것이고 어떻게 “큰 나라, 큰 사람” 이 되자는 것인가?

이 사람들이 과연 8. 15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알고나 있는 것인가? 60주년 8.15 입장과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100년전 나라를 강제로 빼앗긴 치욕의 근인을 똑바로 알고나 있기는 한가? 국가의 언표가 얼마나 섬세하고 정확해야 하며, 국가지향성을 집약하는 지적 인식의 언어임을 알고나 있는가? 기업의 광고언어와 국가언표의 차이를 알고나 있는가?

국민들에게 “나라를 키우자” “다이나믹 코리아!” 등으로 집단 최면이라도 걸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그 상투적인 주술에 걸려든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시대착오적이고 무모하며 자가당착이고 어리석다. 뻥뻥 큰소리로 ‘나라를 키우자!’ 고, ‘아! 대-한민국!’ 이나 외치고 ‘디지털’과 ‘다이나믹’으로 ‘코리아! 코리아!’ 라고 떠들면 저절로 나라가 ‘키워진다’는 얘기인가?

이런 어리석음과 조바심으로, 국민소득 2만불이란 캠페인을 들고 나왔다. 이미 일본은 1980년대 초에 달성한 ‘ 2만불시대’를 우리도 달성하자고 소리 높여 외치면서 개발 성장주의 시대의 언표로 박정희유령을 스스로 들추어냈고, 인근의 국가로부터 항의를 받고 오해를 산 ‘동북아경제중심국가’등의 시대착오적이며 허망한 패권주의적 성장표어를 국가언표로 말하는 우(愚)를 범한 것이다.

이젠 그만 “키우고” 그만 “뛰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이젠 제대로 찬찬히, 차분하게, 주위를 살피면서 잘 보고 착실하게, 우리 공동체의 내면을 다지고 충실하게 근본으로부터 현실을 반듯하게 딛고, 미래를 향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만이 나라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개발주의의 기대는 끊임없이 가시적인 생산의 효율성과 경제원칙 앞에서 국가제반의 모든 요소가 동원되고 우선시됨을 의미한다. 권력의 재생산을 위해서라도 경제성장의 수레는 계속 돌고 있어야 하며,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통계 수치 뒤에 가려져 있는 국토의 파괴나 국민이 인간으로 겪는 여러 가지 고통의 내용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방 곳곳에서 국토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토건 건설산업이 가장 큰 경제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은, 후진국 국가 프로젝트의 요소인 강제적이고 물질 물량 위주의 경제성을 추구하면서 국민의식을 일렬종대로 내몰고 개발 이익의 큰 몫을 뺀 나머지를 알량한 전자제품으로 또는 논바닥을 갈아엎고 올라서는 부실한 아파트로 보상하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해방 이후 계속되어 60년이 지났다. 이제는 어떤 결론이나 해석을 내려할 시기가 아닌가? 아직도 성장의 고삐를 더 잡아당겨야 하고, 국토는 더 망가져야 하며, 국민의식은 더 장사치가 되어야만 하는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2만불인가? 골프장이나 더 짓겠다고 하고, 주기적인 투기경제나 불러 일으키면서 삶의 질과 경제정의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없이 말이다.

이젠 노골적으로 교육도 끊임없는 경쟁과 소비주의의 욕망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바쳐지고 있으며, 당장에 능률이 없다고 여겨지거나 돈이 되지 않는 것들, 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은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런 것으로 취급된다.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함부로 취급되는 것은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을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고, 사람까지도 하나의 자원으로 평가하는 사회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정부 부서가 문패로 걸려도 이상하다는 느낌도 이젠 없다. 노동의 가치나 사람의 가치도 개발되고 동원되며 투입되지 못하면 용도 폐기되는 산업 물건처럼 취급되기 일쑤다.

사회전체의 생각이나 계속되는 정부 정책들이 사람들을 획일적 성장주의로 몰아가는 성장경제 제일주의의 경제적 산업 체제인 한, 그 실상은 최저 소득의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제 양상은 모든 이들에 대한 모든 이들의 만인전쟁으로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본의든 아니든 사람들은 반인간의 입장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이 현실은 곧 사회적 위기를 뜻한다. 이 위기의 근본에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성장경제의 논리가 있다.

세계는 이미 무섭게 변했다. 이 성장경제의 논리로는 미래는커녕 닥쳐오는 현실도 살아낼 수 없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경향의 심화, 중국의 세계공장화와 신패권주의는 세계를 목표로 삼고, 일본은 자국역할을 재조정하면서 국제화하겠다는데, 한국은 동북아 허브 타령이나 하면서 성장경제의 근대논리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발전에서 성장 경제의 방식을 부연 설명하고 암암리에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며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니 정권이 바뀌어도 “나라를 키우자!” 식의 실속 없는 근대적 패권주의 투 광고언어가 버젓이 8. 15의 국가언표가 될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정말 정권이 바뀐 것인가?
이제 전체 국민을 단순한 임금 노동자나 물건 생산자, 물건 소비자로만 취급하는 지금과 같은 경제 정책 방식은 한시바삐 전면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경제를 ‘나라를 키우자!’는 식의 ‘규모’로만 이해하는 착시적 시각에서 벗어나 구조로 경제를 파악하는 구조경제, 전문성경제, 혁신경제를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에, 국가의 사회 경제 구조에 파격적인 혁신이 있어야 하고, 국가는 이제 가치관을, 판을, 새로 짜야만 한다. 여기에 8. 15 광복 60년의 시대정신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 삶에서 생명의 가치와 세계화 경제 시스템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면서, 무엇이 국가의 올바른 정책이고 국가 정체성인가를 집중해서 되묻는 것에 60년 8. 15 광복의 국가적 의미와 입장이 있는 것이고, 그 지평에서 8. 15의 역사적인 인간인 한국인은, 이제 다시 인간으로 제대로 일어서서 걸어 나가야 하는 것에, 이 정부가 얘기하는 ‘화합’과 ‘화해’, ‘통합’도 있는 것이다.

나는 딱 10여일 기획전문위원으로 출근을 할 때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총리실 특채 비서관이 동원한 광고회사 출신의 카피라이터한테서 광복 60년의 행사 사업의 주제와 슬로건을 구하는 현실은 참으로 참담한 지경이었다. 3, 4일이면 정리될 수 있는 추진위원 명단 하나를 1개월이 넘도록 성안시키지 못하는 총리실 비서관의 일처리 방식은, 이들이 얼마나 공무나 해당업무에 부적절하며 시간낭비를 일삼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으며, 그 비서관이 추진위원 명단을 짜는 1개월 이상의 시간 동안 추진기획단의 업무는 거의 마비 상태였다.

나는 먼저, 나부터라도 일단 기획전문위원으로의 역할과 일을 해야만 한다는 조바심으로, 행사와 사업의 기획서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혼자 속으로 큰일이 났다, 싶었다. “나라를 키우자! 큰 나라, 큰 사람”으로 슬로건이 정해지고 붕붕 떠서 날아다니는 소모적 낭비적인 8.15 기념행사나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걱정 때문에, 기획서 작업을 하루바삐 서둘러서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 바빴다.

그리고 8.15 기획전문가로 위촉되어 나라에서 임금을 받을 내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보여줬던 인상인, 정부가 행사를 앞두고 관행적으로 기념일이 임박하여 행사와 사업을 준비하는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인상을 타파하고, 힘있게 연초부터 8. 15를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고자 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구, 일반시민 등에게 2005년 1월부터 8. 15가 시작되니, 우리 모두 같이 광복 60년을 중요한 계기로 삼자는 생각에서, 1월말부터는 포스터가 보여지고, 주제가 등이 시민들에게 들려져야만 한다는 조바심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8. 15 60년은 한국인이 중심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억, 화해,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에서, 1905년 을사강제조약의 해를 기억하고, 또 100년 역사를 기억 상징하는 상징 인물로 올해 100세가 되는, 인간 100세의 독립유공자를 국가보훈처에서 파견 나온 추진기획단 사무관의 협조를 통해서 수소문하여 사진촬영을 준비했고, 이제 20세 성년이 된 여성을 찾아 미래를 뚜렷하게 응시하는 표정의 컨셉으로 스튜디오에서 인물촬영을 하여 포스터 시안을 만들었다.

8. 15 행사 상징 이미지와 일을 추진해 나갈 추진위원회의 상징 이미지를 우리 전통 문양에서 일일이 찾아내어 그것을 추출하여 변용된 디자인으로 시안을 만들기도 했다.

1월 1일 초하루 날 아침 일찍, 병환으로 요양소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 인사를 드리고는, 혼자서 바로 추진기획단 사무실로 나와 구체적인 기획서 작업을 시작했다.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서 추웠고 빌딩 경비원이 정월 초하루 공휴일에 나와 있는 모습이 신경이 쓰이는지 찾아왔다. 다음 날부터 한 10일간 기획서 작업을 하겠다고 기획단 사무실에 알리고 나서는 두문불출 본인의 작업실에서 작업에 들어갔다.

8. 15 60년 행사와 사업은 당해년도인 2005년 일과성으로 그치는 행사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내일과 미래의 상관성과 연속성을 잉태하고 기획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실천을 제안하고자 했다.

<지역학문의 구축과 실현>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가 균형발전의 원모델을 제시하고자 했고, 동북아시아 한, 중, 일 3국의 항상적인 소통과 이해를 위해 <동북아시아 문화, 역사, 예술, 텔레비전 방송위원회 EABS(East Asia Broadcasting System) 출범>을 입안했으며, 미친 경제관념으로 파헤쳐지거나 콘크리트 덩어리로 채워진 국토도 이제는 광복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두환 독재시절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아 한강의 생태계를 죽이고 툭하면 물난리를 일으키게 하는 한강 콘크리트 제방을 뜯어내는, 국토복원 상징사업으로 <한강 되살리기> 등, 8. 15 기념사업과 행사를 통해서 국가 정체성과 국가의식(儀式)의 정연한 정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사업들을 구체적으로 입안하는 작업들을 했다.

그 기획서에서 나는, 광복 60년의 의미와 입장을 총괄적인 시각에서 말했고, 기념사업과 행사에 대해서는 장기적 계획안과 중, 단기적 과제로 세목을 구분하여 8.15의 주제와 구체적인 사업들을 22개로 정리하여 안을 만들었다. 1월 10일까지 10여일동안 약 75페이지의 기획서 작업을 끝내고, 기획단 사무실에 기획서 20부를 복사하여 넘기고는 갑자기 몸이 아파왔다.

이튿날 간신히 출근을 하자, 나를 기획전문위원으로 추천한 문화관광부 측에서 본인에게 연락이 왔다. 문화정책과장이 “선생님에게 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책과장을 만났다. 얘기인즉슨 “총리실 비서관의 전달이다. 기획전문위원으로는 김상수선생님은 예술가이고 위상과 입장이 기획전문위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총리실 비서관이 얘기한다, 기획전문위원은 추진위원들로 위촉될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나 확인이나 하고,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가할 사람들한테 전화연락이나 하고, 회의 준비, 회의록 작성 등을 하는 역할이지, 말 그대로 ‘기획을 전문적으로 하는’ 역할이 전혀 아니고, 기획진행이나 간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기획전문위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상근으로 기획전문직을 맡는 것보다는, 몇 가지 행사 프로젝트를 하시는 게 김상수선생님의 역할이나 입장에 더 적절하시다” 고 정책과장 자신도 판단되며 총리실 비서관도 그런 말을 했단다.

“따라서 1년 6개월간 상근으로 일하는 기획전문위원이란 자리는 선생님과 격이 어울리지 않으니 행사 및 프로젝트를 맡아 별도로 참여를 하시고 상근근무인 기획전문위원은 지금 바로 사퇴를 해 주셔야 한다”고 총리실 비서관이 말했단다.
이건 또 무슨 말장난인가? 본인을 기획전문위원으로 추천한 부서의 정책과장이 본인에게 설명하는 주문 역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는 되물었다. 기획전문위원으로 나를 추천해 놓고는 갑자기 나에게 기획전문위원에서 빠지라는 얘기는, 부서의 추천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는 문화관광부 정책과장인가? 아니면, 총리실 비서관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총리실 일개 비서관의 또 다른 비서직분인가? 나를 “빼겠다”고 통고했다는 문제의 총리실 비서관이 직접 나에게 연락을 할 것을 전달하란 얘기를 하고는 헤어졌다.

다음 날 문제의 총리실 비서관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추진기획단 단장도 나왔다, 만났다. 한마디로 “상근근무에서 나가 달라”는 얘기였다.

“3명의 다른 기획전문위원과 호흡이 맞지 않고, 같이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니, 나가 준다면 몇 개의 행사를 프로젝트로 따로 맡기겠다” 는 얘기였다. 갑자기 1년 6개월간 상근 근무를 부탁해서 모든 일정과 계획을 급하게 1년 6개월 이후로 미루고 일을 하러 나온 사람을, 그것도 기획전문위원 중에서 8.15 행사계획과 기획안을 작성한 유일한 기획전문위원인 사람을, 다른 위원들과 ‘끼리끼리 문화’가 “맞지 않는다”고 “상근근무에서 물러가라”는 얘기는 공무원 한 사람쯤 언제든 인사조치할 수도 있다는 얘기만큼 위세 있게 들렸다.

나는 또 되물었다. 나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다른 기획전문위원들이 했는지는 모르나, 얼마전에 있었던 자문회의에서는 비서관 당신이 나를 소개하기를 “혜성같이 나타난” 등으로 나를 소개하더니, 갑자기 ‘상근 근무’에서 빠지라니? 또 “2005 8.15 광복 6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 훈령) 어디에 국무총리실 비서관이 기획전문위원을 위촉 임명하거나 해임 철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가? 왜? 총리실 비서관이 이래라 저래라 시시콜콜 간섭을 하며, 부서 파견 공무원들의 손발을 묶고 있고, 기획전문위원도 전문성을 결여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는가?

왜? 무엇 때문에 8.15 60주년 기념행사의 추진위원 명단에 독립운동 관계자 분들이 없거나 미미하게 참여하게 하는가? 왜? 무엇 때문에 비서관 임의로 추진위원회 명단이 계속 잘못 작성되어, 국가행사의 중차대함에 비추거나 사업 준비 시간이 절대 부족한 현실에서, 자꾸만 소모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가?

그리고 또 왜? 무엇 때문에 추진위원장을 선임하는데 여론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선을 하여 ‘참여정부’를 욕보이게 하는가? 그리고 지금 전문위원들이 하는 일이란 충분히 부서 파견 공무원들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무엇 때문에 예산을 추가로 들여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는가? 비서관의 답변이 분명하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는 인상이었고 무조건 나에게 ‘상근 근무’를 그만두라는 식이었다.

나는 내가 그만둘 것이 아니라, 이해찬 총리에게 편향된 일방의 보고나 올리면서 총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국가 중대사를 망치고 있는 총리 비서관 당신과 당신의 사조직과 같은 모습인“끼리끼리”가 당장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이 시각까지도 기획전문위원 3인과 총리실 특채 비서관이 나를 “상근 근무에서 나가라!”고 한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른다. 나를 가리켜 ‘성격이상자로 불화를 일으킨다’는 이유를 댔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자신들과 8. 15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그 이유로 둘러댄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일찍부터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규모의 협력 작업을 해 온 나를, ‘사람들과 불화를 일으킨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면, 그건 내 그간의 작업 이력들을 볼 때 어불성설이다. 물론, 나도 인간으로서 많이 깨치고 배워야 할 사람이다. 그러나, 광복60년 기념사업의 근본 취지와 의의를 배반하면서까지 ‘인간관계’를 대충 부드럽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과연 그들에게 그들 나름대로의 8. 15에 대한 ‘시각’이란 게 있기는 있는 것인가? 2개월 가까이 그들이 한 문서작업이라고는, 추진기획단에 있는 부서 파견 공무원들이 이미 파악 작성한 정부 각 부서 8. 15 사업내용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으로 준비하는 행사나 사업의 일람표를 다시 만들거나, 추진위원들과 총리가 상견례를 할 때 ‘총리말씀’ 이라고 작성한 문서 이외에 무슨 그들의 생각이나 ‘시각’을 작성한 문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지금 길거리에는 일자리를 찾는 반듯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줄을 서고 있다. 나라에서 임금을 받는다면, 그 역할과 몫을 해낼 수 있는 자격이 자신에게 있는가를 자문(自問)하는 최소한의 겸손은 갖추어야 하며, 하물며 국가 대사의 막중한 책임감만으로도 국가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수신(修身)의 태도가 있어야 한다.

총리 비서관을 만나고 얼마 후, 기획전문위원 3인과 문제의 총리실 비서관이 작당하여, 추진기획단에서 열심히 일을 해 온, 한 부서 파견 서기관 공무원이 이런저런 일의 원칙을 자기들에게 따지고, 기획단 운영에 있어서 대통령 훈령을 준수할 것을 그네들에게 주문했다는 이유로, 추진기획단에서 ‘쫒아내어’ 파견부서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인사압력을 이들은 행사했다.

한마디로 이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분별도 없지만 알량한 패거리 짓도 권력이라고, 타인의 삶을 무참하게 유린하는 처사를 하고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일을 한다면 가능한 한 실력있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대화와 타협을 거쳐 서로간의 차이점을 조율하고, 계속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하고 이해를 나누는 것이 이치인데도, ‘끼리끼리’에 맞지 않으면 ‘제거’한다는 식이다.

도대체 뭘 하자는 자들인가? 국가 중대사를 진행하는 일의 진행에서 시간낭비는 예사이고, 일의 전문성은 전혀 없으며, 떼거리로 무리를 지어 자신들을 제외한 그 모두를 편가름질하면서, 심지어 국가의 공복인 공무원까지도 간단하게 처치할 수 있다는, 이들의 반인권적 행태에서 나는 또 다른 그들만의 수구를 획책하는 착란적인 집단주의 혐의가 있음을 본다.

이들의 행태는 ‘끼리끼리 안면 기회주의적 행태’로 정권내로 치고 들어 와,
잘 못 배운 정치습성으로 공작과 패거리 짓을 하는 자들의 행태이다. 이런 자들이 참여정부 도처에서 암약하면서 참여정부 정신을 훼손시키며 또 다른 패거리주의로 사회를 오도하며 갈등과 반목을 일으키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그것은 필연적으로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행태이며 건강한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하는 노무현 정부의 가능성을 내부로부터 방해하며 분열시키는 작태로 이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들의 인간적 위엄과 합법적 절차가 존중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는 일상적 삶의 질을 개선시키면서 국민 각자의 역할과 입장이 압제와 비인간화에 굴복하는 것을 거부하는 정직성에서 인간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참여정부 정신의 본질을 말함이다.

이런 참여정부의 뜻을 왜곡하고 굴절케 하는 일부 패거리 세력의 암투는 정치를 권력과 지배의 구조로만 인식하면서 깊게 뿌리내린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신적 적대감의 표현이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사태를 균형있게 바라보지 못하는 곁눈질(斜視)과 문제해결의 무능력으로 인해 일을 계속 그르치는 것이다.

정치적이건 경제적이건 맹목적으로 숭배되어야 할 명확한 체제란 없다. 심지어 조악한 신념만으로 가득 차 폭력적인 크고 작은 권력행사를 일삼는 행위는 파괴적이며 ‘고립’만을 초래할 뿐이다.

더욱이 60년 8.15 정신을 정치술수로 훼손하거나 이용할 수도 있다는 옹졸한 어떤 시도도 있어서는 안 된다. 8.15 정신은 우리 역사와 국가의 기억, 화해, 미래의 비전일 수 있어야 하며 한국의 미래를 위한 오늘, 지금의, 내실을 다지는 좌표와 시대정신이어야 한다. 8.15 60년 기념사업과 행사는 광고회사 출신의 카피라이터의 말재간에서 행사 주제를 정하고 행사의 개념을 이끌 수 있는 차원이 절대 아니다.

21세기 국가 미래를 위하여 8.15 역사의 역사성을 의미 있는 차원으로 만들어내고 국가현실의 제반사항을 점검하며 국가의 내실을 더 다지고 더 충실하게 하는 것에 이바지하는 기념사업과 행사가 되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애국자들을 기리는 것에 초점을 모으고 사업을 실천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제 시간이 너무 없다. 8.15 60년의 의미와 입장을 분명히 하기에도 시간이 절대부족이다. 참여정부의 공무원들을 무기력에 빠트리고 공무원들을 공무에서 제외 고립시키면서, 동시에 공무원들로부터도 고립을 당하면서, 1개월이 넘도록 추진위원 명단 작성으로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낭비한 총리실 특채 비서관과 2개월이 가깝도록 독자적인 사업계획서 하나 못 써내고 8.15 정신을 손상시키는 가짜 기획전문위원들은 지금 당장 교체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대통령 훈령을 가볍게 여기면서 결과적으로 참여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훼손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참여정부’에 배치되는 ‘고립’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총리실 특채 일개 비서관의 행태에는 준엄한 조처가 따라야 마땅하다.
다행히 2월 14일 첫 추진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둔 지금에 와서 추진위원장으로 사계(斯界)의 존경을 받는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가 추진위원장으로 새로 선임 확정되었다.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의 체계이자 현실임을 일깨워 주는 추진위원회 위원장과 막대한 국가 중요사업인 8.15 기념사업과 행사를 이끌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여러 위원들은 “한 두 차례 밥이나 먹는 모임으로” 추진위원회를 폄하 훼손하겠다는 총리실 특채 비서관의 획책을 잘라내야 한다.

2월 14일에 있을 1차 추진위원회 회의는 당장 8.15 사업과 행사를 회의 안건으로 제안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기획전문위원들의 자격부터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8. 15 국가 행사와 사업의 기획 전문가로의 정신과 역량을 따지고 물어야 하는 것은, 추진위원회 위원으로서의 기본 역할을 성실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같이 일을 해야만 하는 기획전문위원 역할의 시시비비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8. 15 사업과 행사에 대한 숙제를 겸손하게 시작해야만 한다는 진언(眞言) 때문이다.

8.15 60년은 2005년 지금의 한국이 처한 제반 사회적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들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하는 실천적인 비전으로 이바지되어야 한다. 일회성, 휘발성, 낭비성의 국가사업이나 행사가 아닌, 수 십 년 이후에라도 우리들의 후손들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 했는가를 질문했을 때, 부끄럽지 않을 사업과 행사가 되어야 한다.

8. 15 광복 60년은 참여정부 개혁의 내실이 현실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누구를 위한, 무엇을 향한 개혁인가를 따져 묻는 기회여야 하고, 무엇보다도 개혁의 주체와 대상이 바뀌어 거꾸로 뒤집혀 있는 현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에 참가하여 내 손으로 뽑은 노무현 대통령은 바른 길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서 흘린 피가 욕되지 않도록 최선의 대통령이 되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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