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산하 '광복60년추진기획단'의 기획전문위원으로 활동중인 연출가 김상수씨는 12일 자신의 홈페이지(www.kimsangsoo.com)에 '누가 노무현 정부를 고립과 위기로 몰아넣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념사업 추진 과정 등에 대해 "정치파벌의 사당적(私黨的) 패거리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김씨에 따르면, 기념사업의 기획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전문위원은 모두 4명으로 구성됐는데, 김씨 자신 이외에는 문화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인 출신들이라는 지적이다. 나머지 3인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김 아무개씨, 열린우리당 부산 모 지구당 간부 출신 이 아무개씨, 민예총 간부 출신 정 아무개씨 등이다.
"기획단과 관련없는 인사가 막후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특히 김씨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로 나가서 패하고 총리실 비서관으로 특채된 사람이 기획단 시스템의 일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후에서 8·15 60년 사업에 좌지우지 전횡으로 개입했다"며 "이는 그 개인의 자질문제도 있겠지만 누가 보아도 상식 이하의 온당치 못한 관여라고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목하고 있는 총리실 인사는 정아무개 비서관으로, 김씨는 그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은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경 총리실 비서관인 정씨를 추진기획단장과 함께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정씨로부터 "3명의 다른 기획전문위원과 호흡이 맞지 않고, 같이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니 나가 준다면 몇 개의 행사를 프로젝트로 따로 맡기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는 "갑자기 1년 6개월간(내년 6월까지) 상근 근무를 부탁해서 모든 일정과 계획을 급하게 1년 6개월 이후로 미루고 일을 하러 나온 사람을, 그것도 기획전문위원 중에서 8.15 행사계획과 기획안을 작성한 유일한 기획전문위원인 사람을, 다른 위원들과 '끼리끼리 문화'가 맞지 않는다고 상근에서 물러가라는 이야기는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김씨는 자신의 글을 통해 또다른 인사 압력 행사가 있었다고 폭로했으며, 기념사업의 메인 슬로건을 기획단이 아닌 총리실 비서관과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다른 기획전문위원 "자신이 해야할 일에 대해 잘못 이해한 것"
김씨의 이같은 '공개비판'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찮다.
홍윤식 광복60주년추진기획단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사업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단계에서 김씨가 너무 성급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밝히고는 "윤경빈 전 광복회장, 김우전 현 광복회장 등이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독립운동가 진영이 위원회에 거의 배제돼 있다고 한 대목은 사실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또 "기획전문위원들 간에 갈등이 있고 김 위원이 섭섭해했다는 얘기도 들었으나 이는 대화를 통해 풀어갈 문제라고 본다"며 "기획전문위원 4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 추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전문위원 중 한 명인 정아무개씨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의 글 내용을 떠나서 이번 일이 불거진 것에 대해 안타깝고 착잡하다"며 "이제 일을 시작하려는 공무원들이 굉장히 난감할 것"이라고 광복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정씨는 "김씨가 처음에 기획전문위원으로 참여할 때 '연출'을 생각하고 들어온 것 같은데 거기에 생각의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이 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그 성격의 차이를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이번 기념사업에 대해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 각 시민단체 등 전반적인 집합체로 이뤄져서 추진되는 것이지 한 개인의 연출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김상수씨는 조직의 생리를 모르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막후에서 위원회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사로 김상수씨가 지목한 총리실 소속 정아무개 비서관과는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반론을 듣지 못했다.
한편 김상수씨는 1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간 위원회의 기념사업 추진과 관련해 다각도로 문젯점을 지적했으나 별 성과가 없어 결국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하고는 "현 기획전문위원 인적구성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이어 "이런 글을 올린 만큼 기획전문위원 자리에 계속 남아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4일 열리는 위원회 첫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해 사실상 사퇴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