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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강성욱씨네 행복한 닭.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강성욱씨네 행복한 닭. ⓒ 이우성
대둔산 자락, 1000년 고찰 화암사가 옆에 있는 완주 경천면 가천마을에 ‘온고을 행복란’을 만날 수 있다. 더할 수없이 기쁜 얼굴의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사람과 닭이 모두 행복 속에서 만들어 행복란입니다.”

식품에 있는 영양소에 더해 ‘사는 힘’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곳. 그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력이다. 강성욱(38), 이진해(31) 부부가 은수(8), 천성(5) 남매와 함께 온 고을이 쩡쩡 울리도록 생명을 담은 행복란을 만드는 이곳은 겨울 한복판인데도 따뜻하다. 그들 고운 마음과 신선한 생명력에 마을뿐 아니라 온 나라가 따뜻하게 전염되어도 좋을 듯하다.

“햇빛이 잘 드는 천장. 신선한 공기가 흘러드는 구조와 계사 간격,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평사계사, 적정 마리수를 넣어 기르는 방식, 병아리 때부터 튼튼한 다리, 허리와 내장을 만드는 육성법, 자연의 에너지에 가득한 활력 있는 청초를 듬뿍 먹고 자라는 온고을 행복란은 생명력 넘치는 알입니다.”

이곳 안내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이곳은 모든 곳에 건강이 넘친다. 아이들 얼굴과 표정에서도 건강미가 그대로 묻어난다. 낯선 방문객을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어울려 그들 나름대로 지닌 정을 토해낸다. 전혀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

강성욱씨는 야마기시즘실현마을(산안마을)에서 만난 한 친구가족과 함께 2003년 9월에 이 땅을 구입해 들어왔다. 지금 그의 계사 3동에는 37칸에 4500마리의 닭들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다. 흙바닥에서 모래목욕을 하면서 맑은 물, 신선한 공기를 먹으며 암수가 정답게 노니는 자유공간이다. 산안(야마기시)식 유정란 양계법으로 키운다.

그는 94년 경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던 날 화성에 있는 산안마을로 떠났다가 4년 만에 그곳을 나왔다. 3남5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나 학교 다닐 때부터 전공보다는 강진에서 농사짓는 부모님 농사를 이어받아 농사짓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어느 날 녹색평론에 난 산안마을 기사를 보고 야마기시연찬을 받게 되었는데 특강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생의 화두를 만나 스스로 질문을 되풀이하다가 양계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먼저 배우자고 결심하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졸업식장에서 바로 산안마을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도 했다.

그곳에서는 처음 병아리를 들여와 5~6개월 육성하는 파트에서 주로 일을 했는데 꼼꼼히 사육일지를 적어나갔다. 전반적인 양계지식은 배우기 힘들었지만 입추 후 ‘위장이 튼튼하고 목이 긴 건강한 병아리로 키운다’는 육성의 목표를 나름대로 정하고 자세한 사육기록을 적었다.

왕겨운반과 입추준비에 걸리는 시간까지 다 적었고 심지어 모이통 청소방법도 그대로 다 기록했다. 그 일지는 지금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정란을 키우는데 큰 자산으로 남았다.

야마기시마을에서는 주어진 삶 그대로 살면 되겠다 싶었는데 몸은 점점 힘들어졌다.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마을 틀 속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째 되던 해, 큰아이 은수를 낳고 산안마을을 나왔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가 잡고 있는 화두는 어디에서도 해답을 주지 않았다. 야마기시마을을 나와서 홀로서기하는 과정은 참 힘들었다. 야마기시즘을 사회에 접목하여 자신의 역할을 찾는 작업은 안에 있을 때보다 더 고단했다. 사소한 의견 차이로 부인과 많이도 싸웠다. 옳다고 하는 자신을 내려놓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그런 세월이 지금 생각하면 참 값있다. 그때 그런 방황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향 강진에서 잠시 머물다가 모악산 아래와 이곳 근처 소양에서 위탁 양계사육을 하다가 이곳에 온 것이 1년 반 전. 어제보다는 안정된 지금의 생활에 그는 만족한다. 일 속에서 찾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한 답이 있지만 그 답을 고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부지 2000평, 건평 500평에 계사를 지어 37칸에 4500마리 닭을 기른다. 나머지 땅과 2000평을 다시 임대해 풀밭으로 사용하고 있다. 2500마리는 알을 낳는 닭이고 나머지 2000마리는 이제 113일된 닭이다. 하루에 80~90% 정도 알을 낳는다.

전량 친환경농산물 매장 신시로 3일에 한번꼴로 나간다. 지금 계사 옆으로는 미나리 같은 추위에 강한 청초들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땅을 사고 계사 짓는데 1억 가까이 들었다. 수입은 달걀이 나오기 시작한 작년 9월부터 연말까지 5000만원 정도.

유정란의 닭들은 보통 1파트에 걸리는 시간이 2년이다. 5개월 육성해서 19개월 동안 알을 빼내고 폐계는 씨암탉으로 팔기도 한다. 야마기시식으로 키운 닭들은 일반닭보다 1.5배 장이 길다. 채식위주의 건강체질로 키운 덕분이다.

“닭을 키우는 것은 종합예술입니다. 아이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병아리 입식에서부터 유통까지 소비성향을 잘 파악해 사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최선이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입니다.”

유통은 걱정하지 않는다. 고품질의 달걀을 만들기 위해 대략 10년이 걸렸다. 야마기시 마을에서 기록한 양계기록이 큰 밑천이 되어 큰 시행착오를 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도 그는 파트별로 닭의 하루와 한달 관리기록을 상세히 적고 있다.

유정란 양계는 우선 기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닭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 오욕칠정에 스스로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닭을 기르면 안 된다. 스님이나 신부의 신분은 아니지만 닭을 키우는 것은 그런 수도자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마음교육을 앞으로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개인 양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특강 형태로 교육을 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연스런 닭의 순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자연 속에 살던 모습대로 회복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일반 양계닭은 21일 만에 알에서 부화해서 병아리를 입식하면 수송 후유증을 없애려고 설탕물과 영양제를 먹이는데 그는 3일간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다. 3일이 지나면 현미 위에 풀어주면서 딱딱한 사료를 먹인다.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튼튼하고 건강한 닭을 만들기 위한 단련을 시킨다. 4일째부터는 계란을 볶아 수분을 빼고 부드럽게 갈아서 만든 계란 스크럼블을 1~2주 먹인다. 그는 항생제나 콕시듐은 절대 주지 않고 백신접종도 스스로 한다. 어릴 때 청초도 많이 주는데 처음엔 부드러운 풀을 먹인다. 사료 100g, 풀 100g 비율로 먹인다.

강성욱씨 일가족. 모두 심성이 곱다. 그 착한 마음으로 닭을 기르니 닭들도 건강하게 자란다.
강성욱씨 일가족. 모두 심성이 곱다. 그 착한 마음으로 닭을 기르니 닭들도 건강하게 자란다. ⓒ 이우성
다음은 튼튼한 내장으로 단련시키기 위해 최고 70%까지 자가배합사료를 만들어 먹인다. 육성기에는 풀을 많이 먹여 단련시키고 일반배합사료의 비율을 떨어뜨렸다가 산란기에는 배합사료 비율을 높인다. 닭도 역시 몸상태가 중요하다. 단련된 닭은 거친 사료도 잘 먹는다. 그 다음부터는 닭에게 필요한 미네랄과 섬유질을 위해 청초를 먹게 한다.

그는 화내지 않는 마음과 트인 계사, 건강한 닭이 삼위일체가 되어 건강한 달걀을 만들어 내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본다.

야마기시식 계사는 특이하다. 닭은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약하며 습도를 싫어하고 건조한 환경을 좋아한다. 산소요구량이 높아 사방이 뚫린 환경이 좋다. 그래서 앞뒤 바람이 순환되게 천창을 계단식으로 배치하고 항상 햇빛이 들고 공기를 환류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물은 항상 흐르게 하여 먹을 수 있게 하되 바닥은 축축하지 않게 해야 한다. 야마기시식 양계는 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햇빛, 물, 공기에 중점을 두고 닭이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의 계사는 유정란 양계하는 곳을 다니며 나름대로 익혀 자신이 설계하고 친구와 함께 직접 지었다.

암수가 함께 노닐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요건이다. 닭이 행복하면 그 느낌이 달걀로 그대로 전해져 ‘행복란’으로 만들어진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의 계사 1칸은 8평에 암탉100~120마리, 수탉 4마리 정도 함께 넣어준다. 암수 비율도 좋고 닭이 건강하니 부화율도 좋다. 달걀의 수정률은 90% 이상. 수탉의 건강 정도로 양계장의 건강도를 많이 측정하는데 이곳 수탉은 매우 활발하고 깃의 색깔에 윤기가 흐른다.

사료는 하루에 14kg 정도 넣어준다. 1마리당 120g 정도 먹는 셈. 겨울엔 청초가 많지 않아 미나리를 잘게 썰어 마리당 100g 정도 함께 넣어준다. 먹이는 오후 1시쯤 한번 넣어준다. 그런 후 미나리를 이어서 주고 아침엔 청초를 1kg 뿌려준다. 소석과 조개껍질, 황토는 항상 떨어뜨리지 않고 넣어준다. 백신은 클 때까지 5번 정도 하는데 80일령 이내에 다 끝낸다. 가급적 예방 차원에서만 최소화하려고 한다.

지금부터는 배합사료를 자기 의도대로 조절해서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단다. 배합사료의 함량을 떨어뜨리고 닭의 뼈대를 튼튼하게 배합률을 조절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실제 왕겨와 쌀겨배합률을 20% 줄였더니 시판 사료보다 300칼로리 이상 높게 함량이 나왔다. 점차 시판하는 배합사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사료값도 포대당 300~400원을 줄일 수 있다고 계산한다.

삶에 매여 있지 않은 사람, 자신이 하는 일에 한없는 자유를 느끼는 사람, 그래서 그는 매우 즐겁게 일한다. 열린 공간으로 달려가는 그의 품안에는 삶의 윤기가 언제나 넘친다. 그러니 어찌 삶이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그의 손길을 받는 닭들은 참 행복하다. 그의 가족도 참 행복하다. 그의 마을도 행복하다. 소박함이 만들어낸 큰 행복의 전염이다. 마음이 만들어낸 생명의 힘을 오늘 본다.

덧붙이는 글 | 자연스럽게 닭을 키우며 행복을 직조하고 있는 젊은 농부에게 우리도 한번 전염되어 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 행복에 겨워 1년 내내 적게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닭의 속성을 닮아가는 것도 좋겠지요. 그저 괴로움없이 자연스럽게 물들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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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그루 심는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세월이 지날수록 자신의 품을 넓혀 넓게 드리워진 그늘로 세상을 안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낌없이 자신을 다 드러내 보여주는 나무의 철학을 닮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또 세상은 얼마나 따뜻해 질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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