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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5시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2회 '쓴소리 X' 토론회
ⓒ 권박효원

"2008년 제1야당이 되고 2012년 집권을 하자는 주장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계획대로) 민주노동당이 집권한다면 서구 진보정당이 100년 동안 우경화한 것을 초고속으로 압축해 제2의 열린우리당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집권하면 민주노동당이 있을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유시민이 아니라 주대환이고 노회찬이라는 차이 뿐이다."

16일 열린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의 '쓴소리X'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신 "잘 몰라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도 "현재 강령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집권하면 교수직을 내놓겠다"며 1시간 넘게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5시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손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2012년 집권프로젝트'와 관련, 급속한 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내놓았다.

손 교수는 "국가보안법이 과거와의 싸움이라면 신자유주의는 현재와의 싸움"이라며 "민주노동당이 사회경제적 의제와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상대적으로 작게 평가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손 교수는 "원내의 교섭단체 중심주의, 보수언론의 의제 독점 등은 이미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이를 타파하면서 사회적 의제를 만드는 전략이 약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토론회에서는 노회찬 의원과 주대환 정책위의장, 김종철·박인숙·유선희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 보좌진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노 의원은 "그렇게 쓰거나 따갑지 않고 시원하다"며 더 강한 매를 요구했으며 "언론의 자유가 있어 마음껏 쓴소리하는 손 교수가 부럽다"고 말했다. 또한 노 의원은 "정파문제는…"이라고 말을 꺼내다가 "전 언론의 자유가 많지 않아 이 정도로 하겠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노 의원은 '집권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목표가 멀다며 느슨하게 생각하고 자주 쉬는 게 오히려 문제"라며 손 교수와 이견을 보였다. 노 의원은 "당원들이 열린우리당과 비교해봐도 논쟁에 소극적이고 너무 조용해 절간같다"며 "자극을 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주대환 정책위 의장 역시 "구더기 무서워서 장 안 담글 수는 없는데 좀 맛이 가더라도 집권하고 싶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며 "그런데 집권이 진짜 가능한가 하는 점에서는 굉장한 어려움 느낀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음은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의 '쓴소리' 요약.

▲ 16일 오후 5시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2회 '쓴소리 X'의 발제자로 나선 손호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권박효원
이론적인 측면에서, 장악은 잘못된 용어다. 사회당이나 공산당이 장악하면 사회주의 사회인가? 생산관계나 사회적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누가 국가기구를 장악하는 사람들인지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전위정당과 선거정당을 넘어서야 한다. 유럽 사민주의는 계급정당으로 '3분의 1 벽'을 넘을 수 없었고 탈계급화·대중화를 통해 집권했다. 노동자정당의 해체 과정이었고 앞문으로 승리하고 뒷문으로 패배하는 결과였다. 그걸 넘어서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몇 가지 단편적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 2008년 제1야당이 되고 2012년 집권을 하자는 주장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황당개그를 하자는 것인지, 제2의 열린우리당으로 변신하자는 것인지…. 현재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프로그램 가지고 집권하면 제가 교수직을 내놓겠다.

집권한다면 서구 진보정당이 100년 동안 우경화한 것을 초고속으로 압축해 제2의 열린우리당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집권하면 민주노동당이 있을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유시민이 아니라 주대환이고 노회찬이라는 차이 뿐이다.

지방의원 수뢰사건, 여성당직자폭행사건, 당내 미디어 둘러싼 정파갈등, 윤종훈 연구원 사퇴문제 등 위기의 징후가 조기에 가시화됐다. 오히려 조심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다행일 수도 있다.

이 중 당내 미디어 파문은 정파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 형태와 관련되는 문제들인데 "우리 정파 아닌 사람이 본선에서 승리하느니 당장은 우리 정파가 여기서 승리하고 본선에서 지는 게 낫다"는 그런 식의 갈등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우려가 된다.

민주노동당이 그때그때 대응에 매몰되어 '대중정당과 계급정당', '의회정치와 운동정치' 간의 긴장이 약하다. 당원이 늘어나는데 강령에 사회주의가 있는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지지자들이 강령 알면 지지할까. 아닐 것이다. 당이 대국민 교육프로그램을 가져야 한다.

사회경제적 의제와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상대적으로 소평가됐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중요하지만 어차피 죽어가는 것과의 쉬운 싸움이고, 신자유주의는 살아있는 현재와 미래와의 너무너무 어려운 싸움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국보법 고통받는 사람들이 구속자 27명이라면 신자유주의로는 4000만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보수정당의 독식을 타파하는 방안이 부재하다. 우리 제도가 갖고 있는 선수주의, 교섭단체중심주의, 거기다가 보수언론의 보도의제의 독점 등은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다. 이를 타파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적 의제를 만들지 전략이 약한 것 아닌가.

지역구 경쟁력 강화방안이 취약하다. 풀뿌리 조직으로 지역특수적 사업을 해야 한다. 중앙당 슬로건을 갖다가 지역에서 운동하는 수준은 안 된다. 지역의 진보의제를 만들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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