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민주노동당은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제5차 중앙위원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7일 오후 2시 고려대 조치원 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정족수 미달로 결국 무산됐다. 회의 무산이 확정된 오후 4시, 회의 참석현황은 제적 중앙위원의 과반수인 197명에서 20명 모자란 상태였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19일 다시 중앙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아예 무산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이번 중앙위원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은 회의가 평일에 열린데다가 민주노총 지역본부나 연맹 단위의 대의원대회가 겹쳐 참석하지 못한 중앙위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저녁이 되면 대의원들이 귀가해버리고 정족수가 미달되어 일부 안건 처리가 유보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중앙위원회만 하더라도 지난 12일 열린 회의의 안건을 다 처리하지 못해 다시 열린 것이었다.

7만 당원시대와 비효율적 중앙위

민주노동당은 다른 당보다 엄격한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1년에 한번씩 정기 당대회를 열어 당사업과 예산을 결정하고 분기별 중앙위원회를 열어 주요현안을 논의한다.

대의원은 30명당 1명으로 정해져 있고 중앙위원은 이번 임기까지 100명당 1명으로 배정됐다. 중앙위원들은 각 지역에서 미리 당원들과 안건에 대해 토론을 해 의견을 수렴하고 대표성을 얻는다.

그러나 이같은 당내 의사결정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창당 무렵이다. 당원 수가 7만명을 넘어가고 당원들의 직업과 지역이 다양해진 지금, 당내에서도 이같은 구조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오재영 조직실장은 "중앙위원 비율은 매년 조정할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회의가 가능한 숫자를 400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오는 27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새 중앙위원들을 150명당 1명꼴로 선출했다.

지나치게 긴 회의시간도 효율성 저하의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위원회는 평균 7∼8시간이 걸리고 쟁점이 치열할 경우 새벽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오 실장은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회의 안건을 정리해야 한다"며 "그러나 중앙위원회가 길어지는 이유는 쉽게 표결하지 않고 되도록 합의를 끌어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현재 회의풍토의 긍정성을 강조했다.

중앙위원들의 인적 구성도 회의구조의 변수로 작용한다. 아직까지 사회단체나 당의 상근 활동가가 중앙위원인 경우가 많지만 점차 '일반인' 중앙위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중앙위원회는 매번 평일에 열린다. 직장을 조퇴하고 이번 중앙위에 참석한 손일곤 중앙위원은 "당이 커진 만큼 운동가들이 아닌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랑'이라는 아이디로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중앙위원은 불참을 통보하면서 "중앙위원회가 평일에 열리는데다 한번 시작하면 새벽에 끝나기 일쑤여서 다음날 출근이 힘들다"며 "서울에 사는 제가 그러하니 지방 중앙위원들은 오죽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주말 중앙위원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주말 중앙위 개최와 별도로, 회의출석 등 당 활동이 저조하면 '패널티'를 주는 등의 중앙위원에 대한 책임성 강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민주주의 구조를 고민해야"

그러나 어떤 형태가 되든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가 강한만큼 중앙위원회와 당대회의 기본 골격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신 의정기획실장은 "오히려 당이 커질수록 안건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의원이 2000명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서는 1박2일 기간의 당대회를 여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대의기구뿐 아니라 분회와 중앙당을 직접 연결하거나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의 민주주의 구조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재영 실장은 "의사결정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논의는 한번도 없었다"며 "미리 안건을 공개하고 지역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이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에 다른 당에 비해서 당내 여론의 통일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