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의해 저질러진 이 만행은 사실 역대 왕들의 '태'를 봉안했던, 당시까지 온 나라의 도자기 기술이 총집결된 아름다운 '조선백자'를 탐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리고 그 만행에 의해 지금, 조선 역대 왕들의 태묘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경기도 원당, 서삼릉의 한 귀퉁이에 마치 공동묘지처럼 반 평 남짓한 자리를 겨우 얻어 줄지어 서 있을 뿐이다.
눈 덮인 조선태조 이성계의 태실 앞에 서서, 그야말로 '탯줄' 하나까지도 소중히 여겨왔던 조상들의 차원 높은 정신세계를 잠시나마 가늠해 보면서도 씁쓸한 마음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