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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사장 최문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원에서 MBC 사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전 보도제작국 2CP 최문순씨. 최씨는 이후 새 사장에 선임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조위원장 출신의 40대 새 사장이 위기의 MBC를 구해낼 것인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22일 차기 사장으로 최문순 전 <시사매거진 2580> 부장을 선택하자 언론계 안팎이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만 49세의 최 사장 내정자는 역대 사장 중 최연소자다.

그간의 관행과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에 대해 '파격' '혁명' 등의 극적 표현에 이어 "무혈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비유까지 나왔다. 300여 명의 선배를 제치고 부장에서 사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에는 물론 지연·학연·혈연 등 어떤 연고도 작용하지 않았다. MBC의 한 인사는 "비주류의 주류화"로 '최문순 현상'을 평했다.

'최문순 사장'은 MBC 위기가 낳은 결과

MBC는 왜 최문순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MBC는 '혁명적 상황'을 원할만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보도 및 프로그램의 급격한 경쟁력 하락, '명품 핸드백' 사건과 회사로고 표절 논란까지 겹치며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었다.

MBC 경쟁력을 이끌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퇴조도 두드러지고 있다. 드라마는 KBS와 SBS에 밀리고 있고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마저 2년째 시청률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체성의 위기도 미래를 붙잡고 있다. 공영방송을 향한 도덕성 수준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급변하는 언론환경과 무한경쟁 시대에서 공영방송도 예외일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통신재벌의 방송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고, 인터넷·DMB 등 뉴미디어 출현으로 지상파의 독과점적 위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KBS가 정연주 사장 부임 이후 공영성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내부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MBC는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SBS 역시 지난해 방송재허가 국면을 계기로 소유·경영 분리, 조직개편, 프로그램 개선 등을 통해 상업주의 폐해 보완과 함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는 40대 젊은 사장의 등장에는 이같은 MBC의 위기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또 생존을 위해 더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열망이 투영돼 있다. MBC노조가 "개혁의 적임자로 최 후보를 판단한 결과"라며 방송문화진흥회 선택을 환영하고 나선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 높아지는 MBC 내부의 위기의식은 파격적인 40대 사장을 선택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본사.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문순 내정자는 25일 주주총회 뒤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 과감한 개혁조치를 통해 내부 쇄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인사문제. '내부 지지를 받는 개혁인사'를 어떻게 단행하느냐 여부가 최문순 체제의 순항을 가늠 짓는 관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시대 인물 청산에 대한 요구를 가장 강력하게 받았던 보도부문 개편의 향방도 관심거리. MBC 한 관계자는 "규모뿐 아니라 '밑으로 내려가는 인사'로 젊은 간부들이 상당수 탄생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기수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보도본부에 70년대 사번 간부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파벌주의 등이 보도국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혁명이 시작됐다?

최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본부장급 이상은 선배들에게 맡겨야 할 상황이고 전체 직원 1500여명 중 보직 간부만 1000여명에 이르는 MBC의 기형적 구조가 닥쳐 있다. 최 내정자가 공약으로 내건 팀제도입, 임금삭감 등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얼마나 이끌어내느냐도 주요 변수가 될 듯하다.

고강도의 조직개편도 단행될 예정이다. 최 내정자는 이미 연공서열 폐지와 팀제 도입, 임금삭감분에 해당하는 인력충원과 비정규직 상당수의 정규직화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상태. KBS의 '팀제 도입'에 영향받은 것으로 알려진 MBC의 '대국 소팀제'는 1팀당 10명 내외로 150개팀을 구성될 계획이다. 최 내정자는 "나이와 직급, 직종에 관계없이 최적임자를 팀장으로 임명하고 인사와 재정, 편집권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신 명예감퇴는 최소화하겠다는 것. 최 내정자는 "구조조정보다 인력 재배치, DMB·해외사업 등 신사업 발굴을 통한 보직확대로 고령자 일자리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선후배들이 명예로운 공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들은 최 내정자의 두터운 신망과 인화력, 조직력, 추진력 등에 기대를 걸었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최 내정자가 MBC 출신으로 조직을 잘 알고 있는데다 삶 자체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선배"라며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구성원 동의를 얻는데 성공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KBS의 경우처럼 일부 기득권층의 '조직적 저항' 등은 없을 것이라고 내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부장에서 사장으로 수직이동한 측면도 되레 장점이 될 것이라는 게 후배들의 생각이다. 보도국의 다른 기자는 "임원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경영진들은 실제 구성원들의 고민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장이 되기까지 현장에서 부장으로 뛰면서 일선 기자들의 고민을 피부를 느낀 최 내정자의 경우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데 유리하다는 것.

정연주-최문순 체제, 공영방송 개혁 앞당길까

▲ 왼쪽부터 정연주 KBS 사장과 최문순 MBC 사장 내정자.
ⓒ오마이뉴스 이종호/권우성

최문순 내정자의 등장으로 'KBS 정연주-MBC 최문순' 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방송개혁 등 언론계 판도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방송사는 그동안 방만경영과 비효율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KBS와 MBC에 개혁성향이 강한 사장이 각각 자리를 잡음으로써 공영성 강화, 조직슬림화, 경영효율성 강화 등 방송전반의 쇄신과 개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역총국 통폐합 작업에 들어가 있는 KBS에 이어 최 내정자도 지방사 광역화를 10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다.

시민사회진영의 기대는 더 크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23일 논평을 통해 "언론개혁과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새로운 틀을 만드는데 초심을 잃지 말고 지속가능한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최 내정자에게 주문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23일 전화통화에서 "최 내정자는 1만5천명의 언론노조를 이끌었던 지도력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내 MBC를 위기에서 구해내길 바란다"고 전제한 뒤 "시민단체들도 최문순호가 개혁을 잘 하는지, 기업적 성공을 위한 초석을 잘 다지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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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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