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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준
김나영, 경남 양산시 웅상읍에 살고 있던 세 살배기 이 어린 생명에게 몹쓸 병마가 찾아온 것을 안 것은 지난해 11월 6일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영이의 왼쪽 얼굴이 마비되어 근육이 움직이지 않고 눈이 감기지 않으며 입이 비뚤어져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란 나영이의 부모들이 부랴부랴 나영이를 병원으로 데려가 MRI검사를 받게 했다. 결과는 뇌종양.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겨 소아과 외래진료를 받다가 입원날짜가 11월 29일로 잡혀 잠시 집이 있는 양산으로 내려와 있던 11월 20일, 잠을 자던 나영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다시 MRI검사를 받았더니 종양이 불과 며칠 사이에 3~4배로 커져 악성으로 변해 있었다.
그로부터 나영이는 곧 바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그동안 세 차례나 항암치료를 받았었다.

그러기를 3개월 여, 어린 나영이로서는 차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이 이어졌고 젊은 나영이의 엄마 엄인영(34)씨와 아빠 김정수(35)씨도 조바심으로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이런 가운데 ‘시민의 정성으로 나영이를 살리자’며 양산시민신문과 CJ케이블넷가야방송, 그리고 생명나눔재단이 함께 손을 잡고 ‘나영이지키기 범 양산시민운동’에 들어간 것은 이달 15일.

그때부터 9일 동안 양산시민신문 지면과 가야 방송을 통해 <“사랑은 희망입니다” 나영이의 손을 잡아주세요!>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다행히 이 범시민 캠페인에 양산시와 양산시의회가 후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웅사모(웅상을 사랑하는 모임)’ 등 지역의 여러 시민단체와 기관들이 나영이의 손을 잡는 운동에 동참했다.
지난 19일에는 시의회 김상걸 의장과 벧엘병원 도말순 원장이 가야방송의 녹화방송에 출연, 시민들의 힘으로 나영이를 지키자며 나영이 돕기 후원활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도 하고 웅사모에서는 ‘일일찻집’을 계획하는 등 나영이를 돕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섰다.

나영이는 갔지만, '이웃사랑' 예서 멈출 수는 없다

그런데도 나영이는 병마와 싸우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겨웠던 듯, 그만 세상과의 끈을 놓고 더 이상 아픔과 고통이 없는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23일 새벽 1시 치료를 받고 있던 안양 한림대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모진 병마의 고통을 떨쳐버리고 나영이는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모진 병마의 고통을 떨쳐버리고 나영이는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 전영준
한편 양산시민신문과 CJ케이블넷가야방송, 생명나눔재단 등 ‘나영이지키기 공동캠페인단’은 23일자로 나영이돕기 모금운동을 접고, 앞으로 계획되어 있던 ‘일일찻집’과 ‘시민걷기대회’ 등의 모든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나영이가 모두의 바람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어렵고 딱한 이웃을 도우려는 시민운동을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우리 주위에는 가난과 뜻하지 않은 병마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웃들이 적지 않을 터이니….

특히 그 대상이 어린 아이일 경우, 그리고 앓고 있는 질환이 손쉽게 고칠 수 없는 소아암이나 희귀병일 때는 사정이 더욱 딱하다.

수천만 원이 드는 치료비를 감당하는 일도 그러려니와, 비록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하더라도 보호자가 환자의 간병에 매달려 경제활동조차 못하게 됨으로써 가진 돈이 금방 동이 나게 된다. 남는 것은 한숨과 절망, 그리고 쌓이는 부채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치료비를 감당 못해 꺼져가는 아이의 생명을 속절없이 바라보게만 되는 가련한 우리의 이웃들….

이런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어린이와 그 부모들의 아픔은 한 시대, 한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가져야 할 몫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희망입니다” 캠페인은 지원대상을 찾는 대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하리라. 그동안 모아진 성금은 모두 1천887만6331원이었지만, 이번에 ‘나영이 지키기’를 통해 모아진 시민들의 정성과 사랑은 지역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희망으로 결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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