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익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내놓은 주가연동상품이 잘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내놓은 주가연동상품이 잘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민은행 제공
A씨는 지난해 5월 국민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주가연동투자신탁상품인 'KB스타확신 5호 ELS혼합형' 펀드에 가입했다. 당시 A씨는 투자기간 중 KOSPI200지수가 5%이상 상승하면 연 8%의 수익이 확정된다는 은행측의 설명을 믿고 돈을 맡겼다.

하지만 지난 21일 A씨는 국민은행으로부터 지급수익률이 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애초 약속과는 다르게 수익률이 무려 2%나 감소했던 것이다.

A씨가 맡긴 돈이 1억원이었다면, 애초 받아야 할 이자 800만원이 600만원으로 200만원 줄어든 셈이다.

당일 국민은행에는 A씨와 같은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국민은행측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실적배당상품이라 수익률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최근 각 은행들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주가연동투신상품(ELS)이 홍보 내용과는 달리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심할 경우 원금마저 보전해 주지 못해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KB스타확신 5호' 펀드의 경우, 지난해 5월 모집할 당시 원금은 물론 청산일에 8%의 수익률을 확정한다며 고객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지난 23일 고객들에게 지급한 수익률은 6.01% 밖에 되지 않았다.

'KB스타확신 5호' 판매 금액이 전체 3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의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6억원의 돈이 고객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를 고객 개개인으로 나누면 적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어쩔 수 없게 됐다"고 해명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만기일 이전에 이미 주가가 5% 이상 올라 주식배당 수익 2%를 획득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지급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KB스타확신' 시리즈는 작년과 올해 두 차례나 고객들에게 손실을 입힌 일이 있어 은행측의 해명을 더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월 'KB스타확신 3호' 펀드에 가입한 김모씨의 경우 1억4000만원을 투자했으나, 8월 만기 때 원금 보다 적은 1억3900만원을 받았다. 당시 'KB스타확신 3호'는 원금 대비 최고 1.2%의 손실률을 보였다. 또 지난달 만기된 'KB스타확신4호'도 원금이 손실된 채 고객들에게 돌아갔다.

주가연동정기예금도 금리 손실 가능성

한편 주가연동투신상품(ELS)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주가연동정기예금도 자칫하면 시중금리보다 더 낮은 이자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의 경우, 2003년 10월과 지난해 9월 3500억원을 판매한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의 수익률이 떨어져 고객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6.25%까지 이자가 지급되지만, 낮을 때는 2%까지 금리가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약간의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2%의 금리는 '사상 최저'라는 현재의 금리(3∼4%)보다 최대 2%나 떨어지는 수치다.

하지만 금리 인하보다 더 큰 문제는 원금이 손실되거나 확정 이자가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은행측이 사전에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가연동상품에 투자하려는 고객들은 홍보 내용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성이 크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KB스타확신 5호'처럼 실적배당상품으로 수익이 8%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면 사전에 이를 충분히 고지하거나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ELS가 일종의 사전적 계약에 의해 일부 수익이 확정된다고 가정한다면 주식에 대한 배당수익은 미확정 수익률"이라며 "이를 마치 확정수익률인 것처럼 수익구조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각 은행들은 사전에 고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때에 따라서 수익률 변동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확인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판매하는 주가연동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신한은행은 주로 메릴린치나 피델리티 등에서 내놓는 상품을 대신 판매하고 있는데, 사전에 각 펀드의 수익률을 고객들에게 이해시키고 일일이 싸인을 받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