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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최문순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최문순 사장이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할 때 90도로 고개를 숙여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문순 사장(왼쪽)과 엄기영 이사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MBC 구성원의 고통분담과 개혁 동참을 주문하며 25일 공식 취임한 최문순(49) 신임 사장이 이번에는 파격적인 임원진 구성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최 신임 사장은 28일 속행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장 공모에서 경쟁했던 고석만(57) 전 EBS 사장을 제작본부장에 내정했다. 최 사장의 MBC 입사 11년 선배인 고 전 사장은 MBC 사장 공모에 나서기 위해 EBS 사장직을 사임했지만, 3명의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또 부국장급의 본부장 내정 등 기존의 연공서열을 깬 '파격' 인사도 예고되고 있다. 최 사장은 편성실장에 윤영관(50) 시사교양국 위원, 보도본부장에 정흥보(49) 기획국장, 기술본부장에 이완기(51) 방송인프라국 부국장, 경영본부장에 차영목(47) 재무운영국장 등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사장에는 신종인(58) 울산MBC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울산MBC 사장은 75년 입사한 예능PD 출신으로 예능국장, 제작본부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울산MBC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정흥보 보도본부장 내정자, 윤영관 편성실장 내정자, 이완기 기술본부장 내정자 등도 입사 연도로 최 사장보다 3년 선배이다. 차영목 경영본부장 내정자는 2년 입사선배이다.

MBC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도 탄생

내정된 이들 임원진은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임명된다. 더불어 다음 주내 국·실장급 후속 인사가 실시되며 부장급 등 보직 인사도 잇따를 예정이다. 국·실·부장급 인사에서는 더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사장은 이미 25일 비서실장에 장혜영 대외협력팀장을 임명했다. 장 신임 비서실장은 MBC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다.

또 3월 7∼9일 관계사 주주총회가 열려 지방사 사장 등이 선임된다. 앞서 최 사장은 25일 오후 3시 주주총회를 통해 제27대 MBC 사장으로 정식 선임됐으며, 2008년 주주총회까지 임기 3년의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최문순 사장 "특권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현장] MBC 최초로 함께 열린 사장 이·취임식

▲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취임식에 나란히 참석한 이긍희 사장(오른쪽 끝)과 최문순 신임사장(오른쪽 두번째).
ⓒ오마이뉴스 권우성

"MBC는 특권의 자리에서 약탈적 경쟁의 세계로 내던져졌다. 독과점 시대의 특권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런 변화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이런 충격의 작은 여파에 불과할 뿐이다."

최문순 MBC 사장의 진단이다. 최 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 D스튜디오에서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취임식에서 MBC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포부를 밝혔다.

"고통분담으로 문제 풀자"

최 사장은 먼저 단상에 올라가자마자 사원들을 향해 90도로 꾸벅 인사를 했다. 이어 '전환의 계곡에 서서'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최 사장은 MBC 구성원 스스로의 변화와 함께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을 주문했다. 또 MBC 생존을 위해 현재 인력구조와 조직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 강도 높은 개편이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최 사장은 "MBC는 물론 방송, 언론전체가 변화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며 "방송이 케이블, 위성, 디지털, IPTV에 이르기까지 무한채널, 무한공간 속에 작은 부분으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MBC는 특권의 자리에서 약탈적 경쟁의 세계로 내던져졌다"는 표현으로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시대가 끝났음을 힘주어 말했다.

따라서 최 사장은 "시청자들은 더 이상 수용자나 수신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변화의 공급자이고 우리가 수용자"라고 역설했다. 이어 "광고주들이 광고를 들고와서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들고 가서 기다려야 한다"며 언론환경의 변화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최 사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취임사를 마무리지었다.

이긍희 전 사장 "개혁으로 MBC 다시 비상할 것"

MBC 사상 처음으로 사장 이·취임식이 함께 치러진 이날 전임 이긍희 사장은 이임사를 통해 35년간 방송인으로서 자취를 돌아보는 한편 신임 사장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전 사장은 "방송이 곧 휴머니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게 MBC가 준 가장 큰 보람"이라며 "사장으로 재직하던 2년간 하루도 예사로운 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디지털 TV 전송방식 선정, 감사원법 논란 등 과제들이 난마처럼 달려들어 불면으로 고통스러운 날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전 사장은 "후임 사장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MBC는 개혁으로 조만간 다시 비상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최 사장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어 "최 사장은 그동안 활발하게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에 구성원과 호흡을 맞춰 혁신의 지름길을 가로질러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상희 방문진 이사장 "우려 있었으나 가치관 바꿀 도리 없었다"

한편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상희 이사장은 이긍희 사장의 명예로운 이임과 신임 사장의 새 출발을 함께 축하했다. 이 이사장은 최 사장 선임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안팎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에서 충격적, 파격적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방문진 이사 9명이 MBC 사장을 뽑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고민, 고뇌, 심리적 갈등이 있었고 이사들간에 상호설득 과정이 무수히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장결정 과정에서 사우회에서도 들었고 심지어 여당 쪽으로부터도 우려의 소리를 들었다"고 전한 뒤 "그러나 이사들의 가치관, 양식의 기준은 바꿀 도리가 없다. 결단을 내린 이상 이사들은 최 사장에게 주어진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라고 지지를 보냈다. / 안홍기/신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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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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