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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의 모양까지 갖춘 돌기둥 두개, 엄마와 아이를 꼭 닮았다. 동네 사람들은 미륵이라 부르고 있으며 지성으로 빌면 아이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머리의 모양까지 갖춘 돌기둥 두개, 엄마와 아이를 꼭 닮았다. 동네 사람들은 미륵이라 부르고 있으며 지성으로 빌면 아이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 서정일
길가에 있는 미륵을 감싸고 있는 당집은 언뜻 보기엔 기와를 얹은 한두 평 정도의 작은 헛간처럼 보인다. 연대는 알 수 없지만 300여년 전에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봐선 그 무렵에 함께 지어진 듯하다.

150센티미터 정도의 길다란 바위에 둥근 머리 모양의 돌이 얹어져 있는 어미미륵, 1미터도 채 안 되는 듯 보이지만 역시나 둥근 돌이 얹어져 있는 애기미륵. 하지만 두 개의 미륵은 전혀 다른 종류의 돌로 구성되어 있다. 몸체든 머리든 하나는 울퉁불퉁하고 하나는 반질반질하다.

머리 부분은 쉽게 분리되기에 이리 저리 나뒹굴다가 없어질 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 하기야 재를 지내고 새끼줄에 꽂아놓은 돈도 아무리 가난해도 부정탈까봐 가져가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미륵에 손을 댄다는 것은 감히 상상키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옛날 이마을에 살던 천씨와 양씨가 아이를 갖게 된 이야기를 하면서 길가에 있는 미륵당집을 가리키는 김병두 할아버지
옛날 이마을에 살던 천씨와 양씨가 아이를 갖게 된 이야기를 하면서 길가에 있는 미륵당집을 가리키는 김병두 할아버지 ⓒ 서정일
"머리는 우리가 들었다 놨다 했어."

이 마을에 사는 서옥년(67) 할머니는 전혀 상상하기 힘든 얘기를 한다. 신성시했다는 미륵의 머리를 들었다 놨다 했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시집 와서 시할머니가 미륵 위의 돌을 들어보라고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섯 번을 들었다 놨다 했는데 여섯 번째 들려고 하니 꿈쩍도 안 했다고 한다. 이상해서 구경 온 동생한테 들어보라고 하니 동생은 여섯 번을 들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생 또한 그 이상을 들지 못했는데 꼭 쇠가 지남철에 붙어 있는 듯 밀어도 밀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서옥년 할머니는 오남매를 두고 있고 동생은 육남매의 자식을 두고 있다.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이 마을엔 '원룡'이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있었지."

가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병두(69)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지성을 들여 애를 갖게 되었다는 두 사람을 얘기해 준다. 늦게까지 애를 갖지 못한 천씨라는 사람과 5대 독자인 양씨라는 사람이 지성을 들여 아이를 낳았는데 기원을 해서 용을 낳았다는 뜻으로 모두 '원룡'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것. 결국 이 마을에 있는 미륵은 애를 낳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어미미륵과 애기미륵은 나란히 서 있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돌로 구성되어 있다.
어미미륵과 애기미륵은 나란히 서 있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돌로 구성되어 있다. ⓒ 서정일
하지만 영험하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마을사람들도 세월이 흐르니 그 의미를 잊어버린 채 미륵당 집 앞에서 대보름날 농악을 울리던 풍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단지, 이장직을 맡은 사람이 간단하게나마 제를 지내자는 의견에 따라 현재는 장영식(65) 이장이 당집 주위의 잡초를 제거하고 제를 지내고 있다.

이렇듯 유독 우리네 주변엔 출산에 관한 이야기거리들이 숨어 있는 장소가 많다. 아마도 농사가 전부인 시절에 자식의 존재는 일손에 크게 보탬이 되었고 자손이 번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생겨난 자연스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마와 아이를 꼭 닮은 가정마을의 미륵은 신기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가정마을은 1680년 창녕조씨에 의해 처음 마을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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