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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크카드 이용률이 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은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은행이 판매중인 KB체크카드.
최근 체크카드 이용률이 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은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은행이 판매중인 KB체크카드. ⓒ 국민은행 제공
경기도 군포에서 의류소매 자영업을 하는 박아무개(33)씨는 손님이 은행 체크카드를 내밀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손님에게 어쩔 수 없이 결제를 받지만, 그 뒤 물어야 할 수수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박씨가 체크카드 수수료로 은행과 카드사에 내야 하는 돈은 판매 금액의 3.6%. 신용카드 수수료와 한 푼의 차이도 없다.

이처럼 일부 중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은행과 카드사의 체크카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능은 직불카드와 같은데도 수수료는 신용카드처럼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

현재 체크카드 수수료는 평균 3∼4%대로 이전 직불카드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은 편이다. 박씨는 "우리 가게 매출 수익이 전체에서 약 33% 정도 차지하는데, 여기에 부가세 등 세금을 떼고 체크카드 수수료 3.6%까지 떼이면 절반 이상이 날아간다"며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싼 수수료를 받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직불카드 '2배'

가맹점 수수료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체크카드가 이전 직불카드와 달리 신용카드 가맹점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체크카드는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제망도 신용카드와 동일해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전 직불카드는 극히 적은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제는 은행공동망을 이용해 가맹점 수수료는 1∼2%대에 불과했다.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가맹점 수수료가 낮은 직불카드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은행과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영업에만 치중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들은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추세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신용카드처럼 일부 여신도 부여해 예금 범위를 벗어나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예금 범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므로 대금이 연체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어 체크카드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체크카드(check-card)'란?

체크카드(check-card)는 기존 현금·직불카드와 신용카드의 장점만을 빼낸 중간형태의 카드로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중이다. 체크카드는 직불카드처럼 통장의 잔액 범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연체될 위험이 없다. 또 신용카드처럼 전국 어느 곳에서나 24시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은행과 카드사는 직불카드에는 없던 신용한도를 제공하기도 하고 포인트 적립 등 각종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은행예금계좌를 가지고 있는 만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발급 받을 수 있다.
덕분에 체크카드 사용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2004년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체크카드의 하루 평균 결제액은 1/4분기 중 71억8000만원 수준에서 4/4분기 116억9000만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직불카드는 2004년 12월말 현재 하루 평균 결제액이 3억6000만원에 머물렀을 뿐이다.

물론 이는 체크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직불카드 가맹점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4년말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숫자는 1750만개에 이르지만,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30만3348개에 불과하다. 직불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가맹점에 비해 2%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고객도 은행도 '윈-윈'... 직불카드 고집할 이유 없다"

은행들은 무엇보다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다시피 직불카드 가맹점보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훨씬 많다"며 "고객의 입장에서도 가맹점이 많아 사용하기 편리하고, 은행이나 카드사도 연체 위험이 없어 '윈-윈'할 수 있는데 굳이 직불카드 사용을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은행들이 고객의 이익을 내세우는 것은 표면상의 이유일 뿐, 속으로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자영업자인 박씨는 "은행들이 그렇게 고객의 이익을 따진다면 직불카드 영업을 확장해 가맹점을 (신용카드 수준으로) 늘리고, 직불카드를 많이 발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직불카드보다 높기 때문에 은행과 카드사들이 직불카드를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박씨 등 일부 자영업자들은 직불카드 사용 확대와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 운동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지난해처럼 수수료 분쟁으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오호석 가맹점단체협의회장은 "체크카드의 경우 현금이 곧바로 입금된다는 측면에서 신용카드보다는 나아 가맹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체크카드 수수료 문제는 아직 고민해 보지 않았는데, 문제가 된다면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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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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