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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군정일기'를 쓰고 있는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
ⓒ 오마이뉴스 이주빈

현직 군수가 군청 홈페이지에 '군정일기'를 쓰고 있어 화제다. 황주홍(53) 전남 강진군수가 그 주인공이다. 황 군수는 "주민들과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인터넷 군정일기'를 써갈 계획이라고 한다.

황주홍 군수가 쓰는 인터넷 군정일기가 화제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용 파괴] "돈은 인사의 조건이 될 수 없었습니다"

우선 내용이 파격적이다. 지난 2월 21일 황 군수는 공무원 조직의 금기와도 같은 인사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잠시 황 군수의 군정일기를 읽어보자.

"사무관 급 인사에서 두어 분에 대한 인사는 아쉽게 생각합니다. 잘 몰랐기 때문에 그리 되었습니다....중략.... 저는 돈을 안 받았습니다. (실제로 3명이 돈을 싸들고 제게 왔었습니다.) 과거 전임 군수들께서도 그러했겠지만, 저의 경우 단연코 돈은 인사의 조건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그리고 자신있게 천명해 두고자 합니다."

몇몇 인사에 대한 실수와 관행처럼 이어져온 '돈 인사'의 실태를 군수가 직접 털어놓은 것이다. 파장이 적지 않았다. 황 군수를 격려하는 이들과 힐난하는 목소리가 갈렸다. 어떤 이들은 "공무원이 뇌물을 들고 왔으면 신고를 했어야 한다"며 늦은 꼬투리를 잡기도 했다.

황 군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기를 쓰다보니 군정수행에 다소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사람과 사업에 대해서 거론하다보니 관련자들이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일기를 안 쓰고 회고록을 쓰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웃었다.

▲ 황주홍 강진군수가 지난 3월 15일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군정일기'.
[형식 파괴]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쓰는 군정일기

황주홍 군수는 누구?

1952년생인 황 군수는 대학교수(건국대 정외과) 출신으로, 취임 직후부터 파격적인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그는 권위주의 해체와 공정한 인사 등을 약속했으며, 비서실 여직원을 마흔이 넘은 두 아이의 엄마를 채용하기도 했다.

'살맛나는 강진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황 군수는 강진을 웰빙식품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밖에도 1월 평균 기온이 3.3℃로 타 지역에 비해 따뜻한 점을 활용, 강진군을 ‘스포츠 동계 훈련 전진기지’로 활성화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작년 10월 전임 군수가 선거법위반 혐의로 물러남에 따라 실시된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황 군수는 아태평화재단 사무부총장, 민주당 제4정조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둘째로 황 군수의 군정일기는 형식도 파격적이다. 황 군수는 그의 군정일기를 내부 행정망이 아닌 군청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또한 '군수와의 대화'같은 그럴 듯한 코너가 아닌 자유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보다 많은 군민과 직원들이 읽고 군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하기 위해서"란다.

황 군수는 "군수를 하다보니 직원과 주민들과 소통하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업무는 많고 직접 얼굴 맞대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소통의 방식이 인터넷이었다고.

황 군수는 "군정을 일기처럼 솔직하게 보고하면 나도 정리가 되고, 군민들도 이해하기 때문에 소모적인 갈등으로 인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 인터넷으로 하다보니 "군 밖에서도 반응이 와서 좋다"고.

황 군수는 "익명의 뒤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표현으로만 나오는 것은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었다"며 첫 인터넷 군정일기를 올린 후의 거친 일부 반응을 소개했다. 황 군수는 "군정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는 지키며 E-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대안 모색] "몇 가지 아이디어를 함께 엿보실까요?"

마지막으로 황 군수의 인터넷 군정일기는 행정개혁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월 15일 작성한 그의 군정일기의 제목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함께 엿보실까요?"였다. 간부회의 운영의 개선책에 대한 다른 자치단체의 사례를 소개하며 강진군에서의 적용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강진신문>에 군청 간부회의 시간이 너무 많고 길다는 얘기는 옳은 보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개선방안을 찾아보라고 얘기했습니다....중략.... 회의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간 적도 있다는 지적 역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황 군수는 간부회의 운영개선과 관련 "간부회의에 주민들과 일반 직원들이 참여해서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소통되지 못하는 공직자만의 아이디어는 대중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인사문제를 거론한 지난 2월의 군정일기의 핵심내용 역시 인사 개선안에 대한 모색이었다. 제목도 '하나의 제안'이었다. 황 군수는 당시 일기에서 "전국적으로 관례화 한 '돈의 지배’를 종결짓겠다"며 "근무평가점수 제도를 좀 더 과학화한다는 점에서 다면평가제도의 부정적 측면의 개선에도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황 군수는 중요업무가 없는 휴일 등을 빌어 약 한 시간 동안 인터넷 일기를 쓰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일기를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 군수는 "모양새 꾸미고 격식 차리기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하는 목민관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황 군수의 인터넷 군정일기에 어떤 사실과 고민이 적혀져 갈지 주목된다. 그의 일기는 우리 시대 목민관들의 행정개혁에 대한 고민과 실천 그리고 사회적 효과에 대한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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