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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주미대사로 부임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큰 아들 홍정도(28)씨가 올해 상반기 내로 중앙일보에 입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개인소유 신문사인 '조중동' 모두 3∼4세 시대를 열게 됐다.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의 족벌세습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정도씨가 입사할 경우 <중앙일보>는 고 홍진기 전 회장과 홍석현 전 회장에 이어 본격적인 '3세 시대'를 예고하는 셈이다. 중앙일보 창업주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사돈인 고 홍진기 전 회장은 65년 창간 당시 중앙일보 부사장으로, 홍석현 전 회장은 지난 94년 부사장 겸 발행인으로 각각 입성한 바 있다.

홍정도씨 신문사 수업 위해 상반기 중 <중앙> 입사

▲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사옥. 중앙일보는 홍석현 전 회장의 큰 아들 홍정도씨가 올해 상반기 내에 입사함에 따라 본격적인 '3세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홍정도씨가 신문사 경험을 쌓기 위해 중앙일보에 입사하는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방침만 정해졌고 구체적인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3월내 입사는 어려울 것 같고, 상반기내 입사할 것으로 안다"며 "본인 사정도 있고 하니 (우리가) 일방적으로 언제부터 입사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미국 웨슬리안 대학 졸업 뒤 현재 모 컨설팅 회사에 근무 중인 홍씨는 최근 휴직계를 냈다. 이달 말까지 휴직을 신청한 홍씨의 출근 예정일은 4월 1일. 그러나 복귀는 미지수이다.

홍정도씨는 입사 뒤 중앙일보 경영파트에 적을 두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문사의 핵심 직군이 '기자'직임을 고려할 때 본인이 원한다면 편집국 파견 형식으로 기자 수업을 병행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게 중앙일보 내부 전망이다.

홍씨의 중앙일보 입사에는 <워싱턴포스트> 연수 일정도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의 MBA 과정을 적극 희망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현 전 회장은 큰 아들 정도(28)씨와 딸 정현(25)씨, 작은 아들 정인(20)씨 등 슬하에 2남1녀을 두고 있다. 중앙일보 최대주주는 홍 전 회장으로 43.799%를 가지고 있으며 제일제당(17.51%), CJ개발(7.30%), 유민문화재단(4.81%) 등의 순으로 소유하고 있다.

김재호 <동아> 전무, 4세 경영시대 구축

4대로 접어드는 동아 왼쪽부터 동아일보 창업주인 인촌 김성수, 김상만 전 명예회장, 김병관 전 명예회장, 그리고 김재호 전무.
한편 <동아일보>는 창업주 고 김성수→고 김상만 전 명예회장→김병관 전 명예회장에서 김재호 전무로 이어지는 '4세 경영시대'를 조·중·동 중 가장 먼저 구축한 경우다.

지난 95년 기획실 기자로 입사한 김재호(41) 동아일보 전무는 편집국 기자 생활 2년여를 거친 뒤 98년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섰다. 미국 테네시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전무는 동아일보 입사 전 금성사와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99년 이후 사장실장(상무)과 신문담당 전무, 경영담당 대표이사 전무 등을 거치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김 전무는 그동안 주요 인사 때마다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것 아니냐는 평을 받아왔다.

김 전무는 현재 인촌기념회(24.14%)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분(22.18%)을 소유하고 있는 실질적 사주다. 다음으로 김재열씨 7.7%, 김병건(김병관 전 명예회장 동생) 전 부사장 6.79%, 동아일보사 5.1%, 김재혁(김병건씨 아들) 3.83%, 김병관씨 1.36% 등의 순으로 사주 및 친인척 지분이 70%를 넘는다.

김병관 전 명예회장은 큰 아들 김 전무와 함께 작은 아들 김재열(37)씨 등 2남을 두고 있다.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는 지난 2000년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32) 제일모직 상무보와 결혼, 제일기획 상무보를 거쳐 2003년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상무로 승진했다.

<조선>도 4세 시대... SBS 2세 대물림

▲ 2003년 8월 고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고 있는 방상훈 사장 일가. 맨 오른쪽이 방 사장이고 맨 왼쪽에 두 아들(왼쪽부터 둘째 방정오, 첫째 방준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왼쪽) 부부와 그의 아들 방성훈 조선일보 기자의 97년 모습.
ⓒ <조선일보와 45년>
<조선일보>는 최대주주 방상훈 사장의 장남 준오(31)씨가 지난 2003년 입사하면서 '4세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고 방응모→고 방일영 고문·방우영 명예회장→방상훈 사장으로 이어진 경영 승계가 방준오씨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70년 외신부 기자로 입사, 다음해 미주 특파원을 지내고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3년만에 이사로 고속승진한 방상훈 사장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편집국 수습기자로 특별 채용된 방준오(31)씨는 경제부, 문화부 기자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워싱턴지국에 파견돼 기자수업을 하고 있다. 방씨는 2000년 5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장녀인 허유정씨와 결혼했다. 허 회장은 LG창업가인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 아들이다.

또 방우영 명예회장 아들인 성훈(31)씨도 이보다 앞서 2000년 수습기자로 조선일보에 입사, 산업부 기자로 근무 중이다. 조선일보 지분을 소유한 이들 3∼4세의 신문사 입사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훈련이자 경영수업이라는 게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선일보 지분은 방상훈 사장 30.03%, 방성훈씨 16.88%, 방일영문화재단 15.0%,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10.57%, 방우영 명예회장 8.37%, 방준오씨 7.7% 등 순서로 소유하고 있다. 조선일보 역시 사주와 친인척 지분을 합하면 70%가 웃돈다.

윤석민 SBSi 대표 '태영' 지분 세습

한편, SBS도 대주주 태영(30%)의 소유세습을 통해 방송사 경영에 대한 실질적 '대물림'을 이룬 언론사로 꼽힌다. 윤석민(41) SBSi 대표는 2002년 10월 부친인 윤세영 당시 SBS 회장으로부터 주식지분을 모두 증여받아 24.98%로 태영 최대주주가 됐다.

▲ 윤세영 SBS 회장의 아들 윤석민 SBSi 대표
이같은 언론계 '세습'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주 후손 대부분이 특별채용 형식으로 입성,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기도 한다. 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경영진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능력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언론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소유-경영의 분리원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현실화되고 있지는 못하다. "적성과 능력을 떠나 사주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주주가 그들을 회사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 자체를 말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중앙 일간지 한 기자의 푸념이 지금 한국언론의 현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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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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