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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장영심 여사와 함께 꽃다발과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조문기 선생.
부인 장영심 여사와 함께 꽃다발과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조문기 선생. ⓒ 이민우
일제 강점기 마지막 의혈 투쟁인 부민관 폭파 사건의 주인공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의 회고록 <슬픈 조국의 노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25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날 출판기념회는 황갑수, 윤규섭, 윤석진 선생 등 여러 독립운동가와 전철용 반민특위 조사관을 비롯해 리영희 전 한양대학교 교수, 이기형 민족시인,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등 각계 인사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상범 교수는 "조문기 선생은 이 시대의 의인이 가는 외길을 걸어오면서 우리가 못한 일들을 해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한상범 교수는 "조문기 선생은 이 시대의 의인이 가는 외길을 걸어오면서 우리가 못한 일들을 해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 이민우
이날 기념회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한상범 전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축사를 통해 "조문기 이사장님은 누구보다 소박하고 솔직하며 겨레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레 풍겨져 나오는 분"이라며 "이 분의 발자취를 일부나마 알 수 있는 책이 나온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는 을사늑약 100년이 되는 해인데, 친일파와 그 아류들은 이젠 파렴치하게 오히려 친일이 무슨 잘못이냐는 망발까지 하는 판국에 이르렀습니다. 이건 친일청산을 잘못했고, 역사교육도 제대로 못한 안타까운 현실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모아 친일파를 청산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임헌영 민족민제연구소장은 "조문기 선생께서 만년에 더욱 굳건하시길 바란다"고 말문을 연 뒤, "선생께선 아직 해방이 안됐기에 정부기념 행사엔 전혀 참석하지 않으시지만 올해엔 친일파 청산이 다돼 정부 공식행사에 참가하시는 날이 오시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리영희 교수 "일본의 독도 야욕 뒤엔 미국 있다는 걸 깨달아야"

리영희 교수는 "일본이 다시 패권을 잡으려는 구상에는 국내의 숙청되지 않은 친일 집단들이 협동하고 있는 추세"라고 과거청산의 중요성을 경고 했다.
리영희 교수는 "일본이 다시 패권을 잡으려는 구상에는 국내의 숙청되지 않은 친일 집단들이 협동하고 있는 추세"라고 과거청산의 중요성을 경고 했다. ⓒ 이민우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사실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해달라는 말을 극구 사양했었다"며 "그 이유는 조문기 선생의 거사가 있던 당시에 아무런 역사적 의식도 없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사 다음날 제가 부민관 앞을 지난 적이 있습니다. 대의당 박춘금이 뭘 한다는 큰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는데, 순사들이 길을 막고 시청 옆으로 돌아가게 하는 겁니다. 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전 아무런 민족적 의식도 없었기에 그 때를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리 교수는 이어 "지금 우리가 조 선생님의 정신을 잘 이어받고 살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러일전쟁 때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일본이 독도와 중국의 조어도 등의 영토문제를 들고 나오는 야욕의 뒤엔 미국이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한국민이 하나님처럼 존중하고 사랑하는 미국이 일본의 배후입니다. 마치 1905년 영국이 일본을 앞세워 러시아와 중국을 공략하게 하고, 더 나아가 동남아를 장악하게 했던 흉계의 2판이 시작된 것입니다. 조 선생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 전개될 가공할 사태에 대한 인식을 똑바로 해야 할 것입니다."

함세웅 신부 "늘 불의에 맞서 정의를 말씀하시는 스승"

이어 민족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던 이돈명 변호사의 축사와 함세웅(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신부의 축사가 계속됐다.

조문기 선생은 "초등학생 같은 솜씨의 글을 다듬어 책을 만들어 준 권남경 작가에서 정말 고맙다"며 꽃다발을 전했다.
조문기 선생은 "초등학생 같은 솜씨의 글을 다듬어 책을 만들어 준 권남경 작가에서 정말 고맙다"며 꽃다발을 전했다. ⓒ 이민우
이돈명 변호사는 "처음 김봉우 선생이 찾아와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하길래 난 창씨개명을 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사양하다 맡게 되었다"며 "그 뒤 조문기 선생께서 연구소를 찾아오셨고, 이사장을 역임하시며 일을 더 빛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조문기 선생님은 뵐 때마다 저보다 젊음을 간직하고 계신데, 늘 불의에 맞서 정의를 말씀하시는 스승"이라 말한 뒤, "최근 독도 문제가 불거진 건 오히려 우리 민족이 깨어나게 하고, 과거청산법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로 발전되어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사에 이어 장사익씨가 '찔레꽃'을 비롯한 우리 노래를 열창하자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결 달아올랐고, '아리랑'은 각계인사들이 손뼉 치며 함께 부르기도 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조문기 이사장 "죽는 날까지 민족 끌어안고 살다 죽겠다"

답사를 마친 뒤 조문기 이사장은 부인 장영심 여사와 함께 출판기념회를 기념하는 커다란 백설기를 칼로 잘랐다. 백설기 위엔 출판기념회에 대한 축하의 글이 아니라 “친일파 청산”이란 글귀가 콩으로 새겨져 있었다.
답사를 마친 뒤 조문기 이사장은 부인 장영심 여사와 함께 출판기념회를 기념하는 커다란 백설기를 칼로 잘랐다. 백설기 위엔 출판기념회에 대한 축하의 글이 아니라 “친일파 청산”이란 글귀가 콩으로 새겨져 있었다. ⓒ 이민우
끝으로 답례를 한 조문기 이사장은 "제가 뭘 했다고 여러 어른들의 대접을 받고, 이런 호강을 해도 되나 모르겠다"며 "정말 조국을 위해 계셔야 할 분들이 이 자리에 다 모이셨는데, 제가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말했다.

"우선 제가 사과할 게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쓴 뒤 원고를 연구소 사무실에 주면서 '슬픈 조국의 노래'라고 제목을 했습니다. 사무실에 똑똑한 사람들 많으니까 더 좋은 이름 좀 만들어 보라고 했는데 그걸 건드리지도 않았어요. 뭐 그게 제 이미지랑 맞는답니다. 그래서 제목이 그대로 나왔는데, 마치 저 혼자 조국 위해 평생 고통받고 산 것처럼 감히 민족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조문기 이사장은 또한 "연구소 직원들은 일에 미친 사람들 같이 밤낮없이 정신없이 사는 사람들인데 거기다 놓고 책을 낸다 하니 매달려 역사적 검증도 하곤 했다"며 "애써준 연구소 직원과 출판기념회를 만들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힘주어 다짐했다.

"앞으로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죽는 날까지 민족을 끌어안고 살다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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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기 선생 회고록 <슬픈 조국의 노래> 나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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