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일과 폐막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떡메치기, 가족송편빚기, 길놀이 퍼레이드, 술이름 맞추기 등 여러가지 흥미로운 행사가 계속됩니다. 행사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한국의 술과 떡잔치' 웹사이트(http://sulddeok.gyeongju.go.kr)를 방문하여 매일 매일의 행사 내용을 미리 알고 가면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경주에는 많은 관광지와 문화유적이 있으므로 '한국의 술과 떡잔치'를 구경하고 인근 경주의 관광지를 돌아본다면 짧은 일정으로 알찬 나들이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 26일 찾은 경주 한국의 술과 떡잔치 축제 행사장. 모든 축제 행사가 그렇듯이 '한국의 술과 떡잔치' 축제도 주 행사장에는 주최측이 준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지만 행사장 인근에는 행사와는 성격이 다른 수많은 먹거리와 희귀한 상품들, 그리고 다양한 놀이들로 가득합니다.
행사장 인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만남의 장소' 옆에 위치한 초상화가들의 거리입니다. 많은 초상화가들의 앞에는 빠짐없이 고객들이 앉아 있고 덩달아 화가들의 손놀림도 바쁩니다.
나무판을 인두로 지져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있는가 하면 목탄이나 연필 또는 파스텔, 색연필 등 다양한 도구들로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초상화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노부부의 젊은 시절 초상화도 상상력을 동원하여 완성하고 있습니다.
초상화가들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글쓰는 사람이 외롭고 있더군요. 고객의 성명을 한자로 적어 주면 그림과 글자에 맞추어 족자를 만들어 줍니다. 손님은 없고 구경꾼들만 요란한 필체에 입을 벌리고 있더군요. 주인장 왈,오전 10시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동안 고객은 없고 구경꾼만 많았다고 합니다.
드디어 오늘의 첫 고객이 나왔습니다. 첫 고객의 두 아들 이름, 큰 아들은 천해(天海) 작은 아들은 천호(天虎) 두 이름을 합하여 '天海虎'로 첫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날렵한 손놀림으로 이름 자를 해석하면서 그림을 그리는지 글을 쓰는지 모를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늘에는 학과 밝은 해로 이루어진 하늘 天, 바다에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의 바다 海, 땅에는 백수의 왕인 호랑이를 상징하는 범 虎. 날렵하고 세련된 손놀림에 더하여 좋은 꿈 해몽하듯 노래하듯 이름을 파자하여 해석하자 구경꾼들의 박수와 더불어 추가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모든 축제행사에 등장하는 이른 바 '야시장' 형태의 먹거리 문화와 놀이 문화도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본 행사에서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에 본 행사만큼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축제나 행사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에나 만들어지는 '야시장'은 이제 우리네 일상에서 낮선 풍경은 아닐 것 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간식거리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번데기와 옥수수, 축제장 거리마다 나타나는 각설이 모습의 엿장수, 끼니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국과 밥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를 위한 장터국밥, 흔히 밀가루음식을 즐기는 관람객을 위한 손으로 뽑는 자장면 등 우리의 일상 먹거리에서 특미로 즐기는 수백가지의 음식점이 있습니다.
야시장에는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모든 병을 뜸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동의보감을 설파하며,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병든 이들을 위해 나왔다고 하면 즉석에서 치료(?)를 해 주는 분.
고개 숙인 남자들을 위해 조상대대로 내려온 비방이라며 비아그라는 비교가 될 수 없는다는 남자만의 약이라는 지구자. 모든 피부병은 3일만 바르면 완치된다며 '내말이 거짓말이면 내 아버지는 犬'이라고 목청 돋우며 선전하는 피부병의 지존 두꺼비기름. 그리고 몸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해결해 주는 달마 스님. 축제장 야시장을 한바퀴 돌면 우리 대한민국들은 몸과 마음의 아픈 곳을 모두 고칠 수 있겠더군요.
나이키와 리복을 만든 그 기술과 그 공장, 그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멋진 운동화가 만원이고 18금보다 다 빛이 난다는 황금동 목걸이들은 10원짜리 동전을 녹여서 만든 제품이라고 하는데 과연 18금 보다 번쩍번쩍 하더군요.
야시장 골목 사거리에선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소리치며 태극기를 팔고 있고, 시간은 잘 맞지 않지만 롤렉스 금딱지보다 더 번쩍이고 무겁다는 금시계가 단돈 5천원이라며 시각은 핸드폰이나 길거리 전광판 등 많은 곳에서 정확하게 알려 주니 폼으로도 수백만원 가치가 있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축제장이라고 하여 모든 사람이 즐거운 것은 아니더군요. 인파속을 힘겹게 헤쳐나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장사가 되지 않아 남의 장사를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있거나 소일 삼아 자리를 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 업종이 있더군요.
2005년의 새봄. 어린 딸의 이쁜 초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미소를 머금고 감상을 하는 어느 어머니의 미소 속에서 희망의 봄을 보았습니다.
지금 경주는 봄의 한가운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