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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속초에 살고 있고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지금 양양의 불길은 잡혔다는 소식에 안도를 하면서도 그 산불로 흉흉한 하늘은 여전히 불안함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이런 하늘 풍경은 보기 힘듭니다. 늘 푸르고 맑았던 설악산 전망은 어제와 오늘 여전히 부옇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 지금 양양 속초 고성군 일대의 하늘 모습입니다. 속초 하늘엔 여전히 소방헬기들이 양양쪽에서 고성으로, 때로는 반대방향으로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과 회색 구름(연기인지?)을 확연하게 구분짓는 거대한 띠구름만 봐도 이번 산불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송주현

▲ 저 낮게 지나가는 것이 구름인지 연기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확실한 건 아파트 바로 위 상공으로 낮게 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이곳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내려오는 '양강풍'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이곳 사람들 말로는 해마다 심지어 짓고 있던 건물이 바람에 쓰러져 다시 짓는 예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푄 현상' 때문입니다.
ⓒ 송주현

어제 식목일 하루 나무를 심기는커녕 산불에 대한 불안 속에서 보낸 아이들을 오늘 교실에서 만났습니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여기에 적어봅니다.

"어제 아침에 고모네 식구들이 할머니 모시고 우리 집으로 피난 왔는데요. 할머니네 집 타지 말라고 방이랑 벽에다가 물을 다 뿌려 놓고 왔대요."

"우리 엄마 친구네 집이 불에 타서 지금 우리 집에 와 계시는데요. 집을 다시 지으려면 한참 지나야 한다고 해서 그 아줌마가 방 구하러 나가봐야 된데요."

"우리 할아버지네 집에 불날까봐 아빠가 차 몰고 갔는데요. 경찰 아저씨들이 불난다고 마을로 못 들어가게 해서 다시 집에 오셔서 한참 기다리다가 다시 갔는데 할아버지네 집에서 앨범이랑 통장이랑 전화기랑 다 싣고 왔데요."

"우리 아빠 친구네 집이 여관인데요. 불날까봐 냉장고랑 전화랑 이불은 논에다가 옮겨놓고 비닐을 덮어 놨데요. 비닐은 안 덮으면 숯검댕이가 묻어서 못쓴대요."

▲ 맨 위 사진과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으로 산불이 나기 전의 모습니다. 어서 산불이 꺼져서 이런 풍경을 다시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 송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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