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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캠벨은 미8군 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다. 주한미군의 제2인자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사전 예고도 없었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의 요지는 ‘방위비 분담금이 줄어드는 데 따라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 1천명을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든 언론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한국측의 방위비 분담금 축소 주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로 해석했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캠벨의 방위비 분담금 축소에 따른 불만은 이유 없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은 줄어든 게 아니다. 환율하락으로 원화 베이스 분담금은 줄어도 달러 베이스로는 비슷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4천 달러 대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이것이 환율하락에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던 거의 모든 언론이 환율변동에 따른 방위비 분담액의 변동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이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 환율이 950원대나 더 나아가 90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 3월 15일, 환율을 1200대 1로 했을 때 작년 분담액이 6억2200만불(7469억원) 인데 금년도 기준 환율 1050대 1로 계산하면 7억불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준환율 자체에서 문제가 시작되고, 설사 400억원 가량을 감액했다 하더라도 실제 집행에서는 감액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는 지난 3월 17일 방위비 분담협상관련 논평에서 주한미군 경비를 원화기준으로 약 7천억원 가량 지원키로 잠정 합의한 것을 비판하면서, 잠정합의한 지원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7억 달러로, 미국은 전년(6.22억 달러)보다 오히려 12% 이상 인상된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용의 한국측 전액 부담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따른 기지 축소 등은 전면적 혹은 실질적으로 미국 측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기지건설, 새로운 주택제공, 새로운 설비나 장비 등이 한국 측의 비용으로 미국에 제공된다. 2008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이상으로 엄청난 액수의 한국측 비용부담이 새롭게 발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원화 기준으로 고작 몇 백억 정도의 감액은 미국 측의 입장에서도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셋째,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주둔 비용도 줄어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방위비 분담액수도 당연히 줄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이미 2007년까지 1만2500명의 주한미군을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군이 줄고 용산기지 이전과 LPP협정으로 주둔지역이 축소되고 있다면 당연히 경비도 줄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넷째, 더구나 전략적 기동군화가 있다. 경량화·신속화·기동군화는 전 세계에 주둔지를 두고 있는 미군의 개편방향이다. 주한미군도 미래형 전투여단인 UA(Unit of Action)와 현재 군단급이 수행했던 지휘·통제 기능을 흡수하는 미래형 사단 UEx(Unit of Employment-x)으로 재편된다. 그리고 군수지원 기능은 UEy(Unit of Employment-y)로 재편된다. 머리(지휘부)와 장비만 두고 병력은 줄였다가 본토 등지에서 긴급투입 하겠다는 것이 주한미군의 재편방향이다.

그리고 군수지원 분야는 작전에서 완전 분리되어 지극히 민영화된 지원시스템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직접 지원업무만 살아남고 군무원에 의한 지원업무는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업무는 민영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 중 46%를 차지하는 인건비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여기서 사실상의 ‘정리해고’에 따른 국내 차원에서의 안전망 확보는 별개의 문제로 치자).

다섯째, 성격은 조금 다르겠지만 방위비 분담금을 줄이려는 노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부도 미군 주둔비와 관련 주둔지, 훈련장제공 등 외에 별도로 부담하는 2400억엔 규모의 경비 중 10% 이상을 삭감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미측과 협의를 추진 중이다. 올 여름경 합의를 끝내고 가을 임시국회에서 승인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그 근거는 일본의 재정적자 심화와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실적, MD 도입 등 대미 협력을 적극 추진해온 만큼 분담액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째, 일본이 이런 논리라면 우리는 더 할 말이 많다. 이라크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협정 및 LPP협정 체결이 바로 그것이다. 용산기지 이전에 있어 한국 측이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는 원칙은 잘못됐다. 그 배경에는 이른바 GPR(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에는 3천명이 넘는 최정예 병력이 주둔중이고 그 규모는 전쟁 당사국인 미국, 영국 그 다음이다.

알게 모르게 MD(미사일방어)체제에 편입돼 가고 있는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렇듯 미국에 대한 군사협력이 강화되어 가고 있고 타부분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지는 만큼 방위비 분담을 동결하거나 축소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미국 측으로서는 불만을 얘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일곱째, 미 국방부가 미 의회에 보고하는 2003년판 ‘주둔국 미군 주둔비용 분담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경제적 부담능력에 비해 일본보다 1.5배, 독일보다는 4배나 과중하게 주한미군 경비를 분담하고 있다. 또한 다른 나라 분담금에는 포함되지 않는 직간접비용이 매년 평균 19억 달러가 넘기 때문에 삭감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다.

여덟째, 참고로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해 10월 주한미군지원의 변동요소를 반영한 지원규모가 결정되어야 하며, 국가 재정상황의 어려움과 함께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로 시작된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감축요인도 방위비 분담금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2005년도 예산안분석Ⅱ 참조).

캠벨 참모장의 잘못된 회견과 잘못된 내용, 그리고 불만

결론적으로 캠벨 참모장은 방위비 분담액수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 없고 가져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은 우리가 ‘불과 몇 백억’ 덜 부담하려다가 미국을 잘못 건드렸고 이로 인해 한·미동맹을 깨뜨리고 있다는 논법을 구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문제의 구조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언론이 한·미동맹을 ‘이간질’ 시키는 주범이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원래 무지하면서도 용감하면 그 해악이 더 큰 법이다.

다시 백보를 양보하여 방위비 분담협정에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캠벨 참모장으로서는 그래서는 아니되는 일이었다.

첫째, 방위비 분담협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할 말이 있다면 협상과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옳다.

둘째, 방위비 분담 협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교부 북미 국장과 미 국무부의 방위비 분담대사가 공식 당사자이다. 이것은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가 아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캠벨)이 직접당사자로 나설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 군에 대한 ‘문민 통제’의 원리는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셋째, 회견의 방식, 회견의 시기도 문제겠지만 회견의 내용도 문제다. 방위비 분담과는 사실상 무관한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는 물자와 장비규모를 조정하겠다거나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까지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협력이 아닌 협박으로 비칠 염려까지 존재한다.

그렇다면 혹시 이것 말고 다른 원인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필자는 그쪽에 동의하는 입장이다(그런데 필자의 이런 해석을 참여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미측의 반발에 동의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적어둔다. 필자는 ‘왜곡되지 않은 상태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철저히 동의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측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

그렇다면 불만은 무엇일까. 필자의 해석으로는 미측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째, 한미간의 ‘작전계획 5029’ 협상과정에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이다(작계5029에 대하여는 미국 군사전략 및 안보정책을 소개하는 ‘글로벌 시큐리티’ www.globalsecurity.org,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2004. 10. 5.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 참조). ‘글로벌 시큐리티’와 박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작계5029는 북한붕괴 대비 계획이라 할 수 있다. 경제난 등 북한 내부의 문제로 인한 북한 난민의 대량 유입 등 북한 체제의 붕괴에 대한 구체적인 대체 방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여 결론만을 얘기하자면, 우리나라는 작계5029와 같은 작전계획의 성립 자체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한·미 연합사의 공식 작전계획으로 성립되기를 희망한다.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를 대비해 볼 때 진정으로 신중한 검토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어느 일방의 의사만으로 성립될 수 없는 대단히 위험하고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다만, 한·미 군사동맹 실무자들의 의견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실무자 사이의 합의가 정책결정권자 사이의 합의로 오해되고 이로 인하여 일정부분 한·미간에 오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역시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이다. 물론 이 부분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상관 있다. 하지만 동북아 균형자론은 일부 언론이 이해하듯 한·미·일 동맹을 버리고 한·중·러 동맹으로 가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미·일 사이에는 일본의 역할을 ‘동북아 안정자’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이 미·일 동맹이 깨진 것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균형자와 안정자의 어감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밀외교에 있다. 용산기지 협상이 그랬고, 한·미 송유관 협정이 그랬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역시 그러했다. 이 문제는 사실상 한·미 미래동맹 회의(FOTA)에서부터 논의돼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외교문제에 대해서 ‘알릴 것은 알리자’라는 입장이지만 한·미 군사외교 실무자의 생각은 늘 다른 데서 문제가 생겨난다.

▲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
전략적 유연성의 허용범위에 대해서는 역시 실무자들 사이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이나 정책결정권자들 사이에는 분명히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지난 50년간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는 SOFA 체제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50년간의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방어를 넘어서게 되고, 용산기지 이전협정이 대표하는 GPR과 전략적 유연성 체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부분에 대해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협상을 통해 서로를 이해시키고 조정하는 것이 건강한 동맹관계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캠벨 참모장의 발언은 분담금 축소에 따른 불만이 아니고 작계5029와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협상과정에서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 국무부의 방위비 분담대사가 한국측과 협상을 통해 조정하고 통합해야 될 일을 군인이 나서서 일방적인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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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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