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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6일 오전 10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전선거운동과 통상적인 정당활동' 쟁점토론회.
ⓒ 조승수 의원실
"선거구민에게 입당을 권유하고 홍보물을 교부하는 비용 명목으로 정당이 동책 등에게 돈을 지급했다. 선거일에 임박해 후보자 개인의 업적을 중심으로 한 지구당보를 당원교육에 참가한 당원 등 유권자 5만명에게 배포했다. 당원연수교육 명목으로 정당 소속 대통령 후보가 간척한 농장을 관광시켜 후보의 업적을 홍보했다.

실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이같은 실제 사례들은 사전선거운동일까? 정당활동일까? 대법원은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에 대해서는 사전선거운동이라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세 번째 사례에 대해서는 "당원교육에 자당 후보의 치적도 포함될 수 있고 현장견학이나 교통편의 제공도 가능하다"는 이유로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판결했다."


6일 오전 10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사전선거운동과 통상적 정당활동'에 대한 쟁점 토론회에서는 사전선거운동기간 폐지 및 기간연장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제자나 토론자들은 "선거운동 기간을 지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현역 의원과 신진 후보간의 형평성을 침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최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150만원을 선고받은 조승수 의원 판결을 물론, 지난 총선 당시 패러디 사이트에 만평을 올리거나 언론 보도내용을 다른 사이트에 올렸다가 사전선거운동으로 처벌받은 네티즌 등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됐다.

"외국은 선거비용만 제한할 뿐 선거운동기간 제한 없어"

발제를 맡은 이덕우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근거가 '선거 과열 및 금품선거 방지'인데, 오히려 선거에서는 열심히 경기를 뛰어서 열기를 높이고 반칙을 할 때 옐로우 카드로 퇴장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미국과 영국, 독일은 선거비용에 대해서만 상세한 제한을 둘 뿐 선거운동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고, 프랑스는 기간이 정해져있지만 어겼을 때 처벌을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와 정치개혁특위 소속인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선거에 고액을 쓴 사람들은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제받는) 6개월 전에 돈을 써야한다고 고백하더라"며 "선거운동기간 자체를 철폐하고 완전 선거공영제를 실시해 금권선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선거운동기간 폐지가 근본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다 푸는 것이 문제라면 선거운동 기간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회의원 선거 6개월, 대선후보 1년'으로 선거운동기간을 늘리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반면,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 역시 선거운동 기간 폐지에는 동의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고비용 선거, 정치부패에 식상해 있어 정치자금 투명화가 정착되고 난 다음에야 선거운동기간 폐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행정수도 공약은 괜찮고, 음식물자원화시설 입장발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다소의 의견차가 있었지만 "현행 사전선거운동 제도가 평등과 자유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데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의 문제의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임지봉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선거운동 규제조항들이 너무 과도해 위헌 소지가 많고 평등권과 정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기존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대회 등을 통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지만 정치신인들은 그런 기회가 차단된다"며 "기존 국회의원들이 선거법을 만들기 때문에 게임의 룰이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사무처장 역시 "(16대 국회 정치개혁 과정에서) 예비선거 운동기간을 180일로 설정하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정기국회와 기간이 맞물린다"며 "현역 의원들이 '나는 국회일정으로 발이 묶여있는데 의원 아닌 사람들이 지역 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우겨서 결국 기간을 120일로 정했다"며 현역 의원 중심의 선거법 개정을 꼬집었다.

또한 이날 토론자들은 "사전선거운동과 통상적 정당활동의 범위가 모호해 사법부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의원은 "지난 주에 구로구에서 대중강연하는데 선관위에서 사전선거운동할지 모른다며 동영상으로 내용을 찍어갔다"며 "대선운동기간이 23일인데 남은 4년 11개월 8일은 사전선거운동이어서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발표한 게 공식 선거운동 전이었고 이명박 서울시장이 수도이전 반대를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런 사안은 (조 의원이 사전선거운동으로 기소된) 울산시내 음식물자원화시설보다 중요한 문제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덕우 위원장은 "대법원은 시기, 장소,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해서 (선거운동인지 통상적 정당활동인지) 개별적으로 판단하라고 하지만, 1분 1초를 다투는 선거과정에서 이를 판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잠정적 유권해석기관인 중앙선관위의 판단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조 의원의 경우, 선관위의 판단을 구한 뒤 주민 모임에 참석했지만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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