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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교통부 홈페이지 참여마당 게시판. 지난 4일 대구MBC를 통해 장아무개 사무관의 발언이 보도된 뒤 이곳에는 영남네오빌 입주민의 원성을 담은 글들이 8일까지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건설교통부가 부도아파트의 피해를 호소하는 서민들에게 "인간적 도리를 저버렸다", "왜 데모를 하느냐" 등 막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있다.

지난 4일 대구MBC가 국민주택기금의 부당한 운용실태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건교부 장아무개 사무관의 전화인터뷰가 공개된 것이 이번 파문의 발단이 됐다.

지난 1일 영남네오빌 아파트 입주민들은 건설업체 부도에 따른 입주민 보호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과천 건설교통부 청사 앞에서 상경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장아무개 건설교통부 사무관은 대구MBC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들 성난 민심을 표출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것 같다. 정부가 지금 이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입주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서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데모를 해도 내놓을 카드가 없는데, 지금 그 사람들에게 피해가 발생할지 안할지, 한다면 얼마나 할지 그것도 모르는데, 지금 왜 데모를 하냐는 거다."

장 사무관의 이같은 발언이 4일 대구MBC를 통해 보도되자 영남네오빌 입주민들은 들끓는 분노를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5일부터 건교부 홈페이지 참여마당에 게시된 항의글만 수십개에 달할 정도다.

영남네오빌 입주민이라고 밝힌 홍송표씨는 게시글에서 "우리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회사 빠지면서 아이를 내버려두고 건교부 가서 데모를 하겠습니까"라고 되묻고 "우리의 입장을 백분의 일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인터뷰를…"이라며 분개했다.

이승수라고 밝힌 입주민도 "인간적인 도리를 따지는 공무원이 서민이 이렇게 억울해 하는 걸 보고 어루만져 주지는 못할 망정 인간의 도리?"라며 분노를 표시했고, 윤동수라고 자신을 밝힌 입주민은 "이는 분명히 직무유기로서 파면대상"이라며 중징계를 요청했다.

장 사무관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한 글도 눈에 띄었다. 권종화라고 소개한 한 입주민은 다음과 같은 항의글을 올려 장 사무관의 어이없는 태도를 강력히 질타했다.

1. 어떤 피해가 있는지 모르십니까?
▲ 아파트 분양대금 다 내고도 소유권 이전등기를 못함으로 해서 당장 재산권 행사가 어렵고
▲ 주택기금 운용의 문제로 해서 한푼 안 쓴 은행에 내집이 근저당 잡혀 있는데도 피해가 아니라고요?

2. 왜 데모를 했냐구요?
▲ 그런 바로 당신 왜 데모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것이오.
▲ 사태의 본질과 문제점을 제대로 아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장 사무관은 개인 e메일을 통해 비공식 사과문을 보내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울분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장 사무관은 최근 입주민들에게 보낸 e메일 해명서에서 "보도경위를 불문하고 입주자 여러분의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그는 "대구 라디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영남건설 부도 관련 민원 현황 및 정부의 대응방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이를 몰래 녹음해 이 중 일부를 발췌보도한 것"이라고 다소 불편한 심경으로 보도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장 사무관은 입주민들의 보호대책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대책을) 공개할 경우 지원효과의 일부가 하청업체 등 제3채권자에게도 돌아가게 되어 입주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입주자 여러분의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장 사무관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소유권 이전 지연이라는 피해는 발생하지만 실질적인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 않느냐"며 "결과가 낙관적으로 나오면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입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당시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현재 피해규모도 모르는 상황이고 5월초에 윤곽이 드러나 정부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시위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장 사무관은 법정관리 신청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채권자가 손해를 보되 입주민들을 우선 보호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일단 기다려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러한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은 공식적 사과를 요구하며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산상의 피해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장 사무관의 지적에 대해 손규상 입주자 대표는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이미 예정돼 있던 전세계약이나 매매계약이 취소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로 돌릴 수 없어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며 거센 불만을 표시했다.

영남건설 법정관리 신청 뒤 분양대금 일부 날릴 판
영남네오빌아파트 부도 사태

▲ 대구시 북구 칠곡 3지구에 건설된 영남네오빌아파트 조감도

대구광역시 북구 동천동에 위치한 영남네오빌 아파트는 지역건설업체인 영남건설이 국민주택기금의 건설자금 지원을 받아 건설됐다. 입주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올 1월 영남건설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국민주택기금 230억원을 영남건설에 빌려줬던 국민은행은 건물에 대한 가등기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곧바로 기금회수에 들어갔다.

이미 분양대금을 완납했던 입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동이 걸려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하게 됐다. 소유권 이전을 근거로 일반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돌리려 했던 입주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높은 이자대금을 계속 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최악의 경우(영남건설의 파산) 입주민이 빌리도 않은 돈을 입주민이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입주민이 이처럼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은 건물의 탄생신고라 할 수 있는 보존등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주민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체의 보존등기 뒤 이전등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영남네오빌의 경우 건설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보존등기가 불가능해 이전등기조차 힘들게 됐다.

그렇다고 보증사가 대위변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은 보증기한이 소유권 이전때까지로 돼 있지만, 이는 지난 2004년 9월에야 개정된 것이어서 영남네오빌 입주민들은 적용을 받지 못한다.

손규성 영남네오빌 입주자 대표는 "현재 우리가 요구하는 있는 것은 국민은행이 잡고 있는 근저당을 깨끗히 해서 소유권 이전을 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왜 우리가 빌리지도 않은 주택기금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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