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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산불이 난 강원도 양양군 감곡리 마을 일대에서 진화작전을 하던 8군단 정보통신단(단장: 대령 송홍렬) 장병들이 장애인와 가축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 미담이 되고 있다.

▲ 8군단 정보통신단 장병들이 산불진화작전을 펼치고 있다.
ⓒ 김옥희
당시 산불의 위험에 처한 집은 세 채. 한 채는 주인이 거주하지 않았으나 나머지 두 채에는 각각 김학렬(71), 심정섭(68) 노부부와 이복순(77) 홀어머니, 김재경(36) 아들(지체장애 2급)이 함께 살고 있어서 의사소통은 물론 위험대처 능력이 떨어져 자칫하면 생명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감곡리 일대에는 160여명이 투입되어 산불진화작전을 펼치고 있었는데, 그 지역이 야산과 인접해 있고 가옥들이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산불이 마을에 옮겨 붙을 경우에는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도 예상되고 주민들의 연령이 대부분 높아 연기가 나는 곳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며 안 되는 상황이었다.

2중대 행정보급관 강광훈(33) 중사는 10여명의 병력과 함께 마을 인접 야산의 잔불을 제거하던 중, 오후 3시 20분경 조재현(23) 병장과 김덕수(22) 상병이 산 아래 가옥 외양간 뒤쪽에서 불이 번지는 것을 발견하고 신속히 산을 뛰어내려왔다. 이미 외양간 주변에 바짝 마른 짚더미는 용광로 같은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장병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불길 속에서 울부짖는 소 2마리를 끌어내고, 짚더미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맞섰다. 매운 연기 속에서 눈도 뜰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강광훈 중사는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고 2차례나 호흡곤란을 느끼며 나가떨어지는 등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

하지만 물러설 경우에는 마을 전체가 전소될 위기에 처해 있었고, 장애인 김재경씨는 소가 전 재산이라 대피하지 못하고 소와 함께 있었다. 장병들이 김씨에게 대피하라고 했지만 농아인지라 의사소통이 쉽지만은 않았다.

현장 지휘관은 상황이 긴박함을 느끼고 추가로 2중대 전 병력을 신속히 추가 투입하였다. 소를 끌어내어야 함께 있던 김씨도 구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소 3마리 중 2마리는 구해내었고 한 마리는 불길 속에서 안나오려고 버텼다.

박현철(22) 일병이 끌어내려고 하자 소는 놀라 날뛰었고, 박 일병이 넘어지면서 10m나 끌려갔지만 단장의 "고삐를 놔라"라는 소리에 고삐를 놓아 박 일병은 다행스럽게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 소가 나가자 김씨도 집밖으로 나왔다.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외양간에 붙은 불은 제압을 했지만 숨돌릴 겨를도 없이 거센 바람에 불씨가 이웃집에 다시 옮겨 붙었지만 장병들의 노력으로 겨우 진압했다.

장병들은 가옥 주변과 반대편 산등성이에 옮겨 붙은 잔불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세심한 진화작전으로 마을 주민들을 제 2의 위험 속에서 구해냈고, 마을 주민들에게 추가적으로 위험이 있을 경우 언제라도 지켜줄 것을 약속하며 평온을 되찾을 수 있도록 위로해 주었다.

병력들이 3시간여 동안 불길과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군의관 박기훈(30) 중위는 몸을 바쳐 화재진압을 하다가 발뒤꿈치가 찢어진 감곡리 이장 김선규(50)씨를 치료해주고, 마을회관에 대피해 있던 노인들도 진료해주면서 놀란 가슴을 다독여주었고 부대에서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를 제공하면서 한탄에 빠진 이재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해주었다.

진화되어 평온이 찾아온 마을에는 도망갔던 소도 돌아와, 김씨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다. 다른 지역으로 불길을 제압하려고 이동하는 장병들에게 노부부인 김학렬와 심정섭는 "군인들이 아니었으면, 자식 같은 소도 잃고 집도 잃을 뻔 했다"며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김옥희 기자는 8군단 정보통신단 정훈장교입니다.

이 글은 보도자료로 연합뉴스 등에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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